79개 저축은행 실적 29일 발표, 적자 계속될듯
앞서 발표한 금융지주 저축은행 실적 '최악'
각종 지표도 우울...여·수신 감소·연체율 상승

(왼쪽부터)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는 저축은행업권이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000억원 이상의 적자 폭이 4분기에는 더욱 확대돼 최악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실적 부진 속에 각종 지표도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여·수신 규모가 모두 큰 폭으로 줄었고 향후 저축은행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은 상위 5개사(OK·SBI·한국투자·페퍼·웰컴) 기준 6%를 돌파하며 임계점을 넘어서기 직전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9개 저축銀 실적 29일 발표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실적이 오는 29일 발표될 예정이다. 저축은행들은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의 여파로 실적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누적 적자 규모는 총 1413억원으로 분기를 거듭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발표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의 실적도 좋지 못했다.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신한저축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KB저축은행의 실적부진이 두드러졌다. KB저축은행은 2022년 218억원 순이익을 거뒀지만 작년에는 906억원 순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우리저축은행도 106억원 순이익에서 491억원 순손실로 돌아섰고 하나저축은행 역시 233억원 순이익에서 132억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299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면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22% 감소했다.

대형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든든한 모기업인 금융지주 계열의 뒷받침이 있어 저축은행업권에서 비교적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된 것으로 알려진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마저 적자를 면치 못했다"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실적 악화, 지표 부진으로 이어져

실적 악화는 각종 지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07조1491억원으로 전년 말(120조2384억원)보다 10.89%(13조893억원) 줄었다. 여신 잔액도 104조936억원으로 같은 기간 9.51%(10조9347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업권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치열한 예금금리 경쟁을 벌였고 고금리 예금을 대거 취급하면서 고객에게 내줘야 할 이자비용이 급증해 최근까지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이에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돌아왔던 작년 말 예금 금리를 낮춰 부담을 줄였고 그 결과, 여·수신 잔액이 감소했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2022년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6%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평균 금리가 3.37% 수준에 불과하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당국은 최근 부동산 PF 부실에 따라 제2금융권에 충당금 적립 강화를 주문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늘었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결산할 때 손실로 계산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금융기관은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면 대출금의 높은 비율을 예치하고 부실화될 가능성이 낮으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을 예치하게 된다. 

KB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1370억원 적립했다. 1분기 236억원, 2분기 138억원, 3분기 166억원에서 4분기 들어 830억원으로 적립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4분기 무렵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가시화되자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사항보다 충당금을 더 많이 쌓은 셈이다. 31일 실적이 발표되는 79개 저축은행의 상황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체율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위 5개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6.92%로 전년 2.4% 대비 4.52%p(포인트) 상승하며 1년 만에 3배 수준으로 뛰었다.

각사별로 살펴보면 OK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9.07%로 전년 3.64% 대비 5.43%p 높아졌고 같은 기간 한국투자저축은행도 1.85%에서 6.7%로 4.85%p 올랐다. SBI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0.2%에서 6.21%로, 웰컴저축은행은 0.03%에서 4.42%로, 0%였던 페퍼저축은행은 4.93%로 급등했다.

올해도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저축은행업권은 신규 차주 및 여·수신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건전성 등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제2의 저축은행 사태로 불길이 번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장 실적 개선을 위해 무리하는 것보다 멀리 내다보고 건전성 개선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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