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논설위원,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

김용호 논설위원
김용호 논설위원

오랜만에 조찬 강연을 들으러 갔다. 강연 주제가 ‘총선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총선이 다가오자, 필자에게 “총선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졌다. 그동안 필자가 선거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선거 예측은 정말 어렵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 여의도 정치를 외면하고, 또 한국선거 관련 글도 별로 읽어본 것이 없어서 총선 전망을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그래서 귀동냥이라도 하려고 조찬 강연에 나갔다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함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총선 전망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약칭) 부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모 박사의 결론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크게 참패할 것이라고 한다. 지역구와 비례 의석을 합해서 국민의힘이 165석, 민주당이 115석, 나머지 20석을 제3당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민주당에 불리한 지역 의석 구도와 유권자 이념지형 아래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 저조와 세대교체 부진으로 인해 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지역주의 투표 현상으로 인해 승리가 거의 100% 보장되는 지역구가 민주당의 경우 호남-제주를 합해서 31석인 데 비해, 국민의힘은 대구-경북-강원 33석과 부산-경남 40석 중 35석이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결국 경합지역인 충청권(28석)과 수도권(122석)에서 민주당이 적어도 70%인 105석을 얻어야 호남-제주 31석, 비례의석 예상치 15석을 합하여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경합지역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려면 중도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 지도부가 충성 지지자만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중도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 있어 충청 18석, 수도권 59석을 차지할 것이고, 영남-강원 강세지역의 70석을 합하고, 비례의석 예상치 18석을 더하면 165석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최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될 첫 번째 요인은 유권자 이념 지형이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지난 7년간 한국갤럽이 조사한 유권자 이념 성향을 보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진보가 10% 정도 우세하였으나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스캔들 이후 점차 약화되어 2021년 하반기부터 보수 세력이 재결집한 결과, 최근 보수 성향이 5% 정도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투표율 하락이 민주당에 불리할 것이라고 본다. 최 박사는 2006년 이후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보면 투표율이 높을 경우 민주당이 이겼고, 그 반대일 경우 보수가 승리했다고 소개했다. 투표율이 높은 경우는 통산 60%를 넘어선 경우다. 그는 이번 총선 투표율이 50%대 후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투표율은 20~30대의 투표율이 좌우하는데 이들의 투표율이 높을 경우 진보, 투표율이 낮을 경우 보수가 승리하는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들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추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마지막 요인은 50대인 한동훈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여권발 세대교체가 시작되었지만, 민주당은 세대교체가 없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어 유권자의 지지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최 박사는 민주당이 새로운 시대정신과 중도 지향의 혁신적인 선거 전략을 채택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예상했다.

필자는 최 박사의 설명에 동의하는 바가 많지만, 최종 결론은 다르다. 왜냐하면 그가 세 가지 중요한 선거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지난 시기에 실시되는 이번 총선은 중간 평가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 선거 프레임 경쟁에서 여당의 이재명 심판론(거여 책임론)보다 야당의 윤석열 심판론(정부 책임론)에 동조하는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결코 여당이 유리한 선거가 아닐 것이다. 3월 7~9일에 JTBC 의뢰로 메타보이스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후자에 공감하는 유권자가 34%로 나타나는바, 전자의 21%보다 높게 나왔다.

둘째, 최근 민생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고전을 겪을 것으로 본다. 고물가,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유권자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이 크기 때문에 여당이 표를 얻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제난을 해소해야 여당이 표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이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복지 정책은 야당이 선점한 이슈로서 여당이 획기적인 새로운 복지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한,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변수는 젠더 투표인데, 최근 20·30대 남성은 국민의힘, 20·30대 여성은 민주당을 찍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의 신당 창당으로 국민의힘은 젊은 남성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것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제3지대 정당들이 약진하는 바람에 양대 정당의 위성정당마저 비례의석 획득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최근 비례투표 정당 지지 조사를 보면 조국혁신당이 15% 내외로 약진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지역구 투표는 양대 정당에, 비례투표는 제3정당에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필자는 양대 정당이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예컨대 국민의힘이 140석 내외, 민주당이 130석 내외, 제3정당들이 30석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총선이 아직 25일 정도 남아있어서 어떤 돌발변수가 등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성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조찬 강연에서 최 박사가 예상한 대로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인지, 필자가 예상하는 대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전자의 경우 ‘여대야소’ 국회가 탄생하므로 남은 임기 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이 비교적 쉬울 것이다. 그러나 여당이 과반을 얻지 못하면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일찍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여당의 과반 의석 획득 여부는 윤석열 정부의 장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실시한 9번의 총선에서 여당이 네 차례(2004년, 2008년, 2012년, 2020년) 과반 의석을 차지하였는데, 모두가 독특한 선거 분위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2004년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고, 2008년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실시되어 후광효과(coattail effect)가 강했고, 2012년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경제 민주화’를 내세워 대선처럼 치른 총선이었고, 2020년은 코로나19 발발 직후 유권자의 강한 불안감 속에 실시된 총선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번 총선은 선거 분위기를 압도할 정도로 여당에 유리한 호재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여당이 지지자를 결집해 과반 의석을 획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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