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유전체 연구기관인 잭슨랩 공동 개발
LG 생성형 AI '엑사원'에 잭슨랩 연구 자료 결합
멀티모달이 병리 이미지만으로 유병 여부 진단
발병 원인부터 치료 효과까지 예측…정밀 의료 가능

LG AI연구원과 잭슨랩이 신약과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인공지능(AI) 공동 연구개발에 나선다. (사진 왼쪽부터) 박용민 LG AI연구원 헬스케어 사업 담당, 이화영 LG AI연구원 사업개발 유닛장, 배경훈 LG AI연구원장, 론 카돈 잭슨랩 CEO, 폴 플리첵 잭슨랩 CDO, 찰스 리 잭슨랩 유전체 의학 연구소장이 관련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잭슨랩.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LG그룹이 세계적 유전체(게놈)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 잭슨랩(JAX)과 손잡고 알츠하이머와 암에 특화된 인공지능(AI)을 개발한다. 

11일 LG그룹의 AI전문연구기관인 LG AI연구원은 잭슨랩은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업무협약을 맺은 양사는 본계약 체결에 따라 알츠하이머·암의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분석하고 치료제 효과까지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개인 맞춤 치료 연구의 초석을 다질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은 공동 연구를 추진한 배경에는 잭슨랩이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전체 연구 역량이 자리한다. 

1929년 설립된 잭슨랩은 암, 신경, 면역, 대사 질환, 선천성 기형에 이르기까지 유전체 관련 연구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이다. 전세계 제약사를 대상으로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신약 사용 전 안전성 검증 같은 전(前)임상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이 기관에서만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 20명에 달할 정도로 바이오 분야에선 독보적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LG AI연구원이 합을 맞출 잭슨랩 유전체 의학 연구소는 정밀의학 분야 최고 석학인 찰스 리 박사가 이끄는 곳으로,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는 실험용 쥐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잭슨랩의 유전자 변이 쥐가 없으면 바이오 분야 난제 연구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은 유전자, 인간 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원인 규명과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연구진과 제약회사들이 이 분야에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개척지에 속한다. 

양사는 LG의 생성형 AI 엑사원에 잭슨랩이 보유한 알츠하이머의 유전적 특성, 생애주기별 연구 자료를 학습시켜, 질병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잭슨랩은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자료가 방대하다"며 "자사의 AI 기술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과 잭슨랩은 암 전문 AI 모델도 공동 개발한다. 고가의 특수 검사를 하지 않아도 병리 이미지만으로 암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멀티모달 생성형 AI 모델과 개인별 유전체 정보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항암 치료를 의사에게 제안하는 대화형 생성 AI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해당 AI가 개발되면, 암 분야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시험, 임상 시험에 이르기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유전자 변이에 따른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정밀 의료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양사는 기대하고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LG AI연구원은 AI를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오고 있는데,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도 AI 기술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전문 AI 모델을 상용화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바이오는 그룹 총수인 구광모 회장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구 회장은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등 A·B·C를 그룹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었다.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 캐나다 토론토 등을 방문한 것도 바이오, AI 분야 준비 현황과 육성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구 회장은 "지금은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LG AI연구원은 바이오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2년 환자의 유전 정보와 암 세포의 돌연변이 정보를 이용해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신항원 예측 AI 모델'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신약·신소재·신물질 개발하는 생성형 AI 플랫폼인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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