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회장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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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경칩을 지나 봄은 왔지만, 도로는 곳곳이 포트홀(Pot hole)로 지뢰밭(?)이다. 도시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포트홀은 작년 대비 평균 2배 이상 늘어났다는 보도다. 기후변화는 포트홀의 크기와 숫자를 늘리면서 도로 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 위험 인식조사(The Global Risks Perception Survey)보고서’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1월 15~19일)에서 발표되었다. 전 세계 전문가 1490명에게 예상되는 34가지 지구적 위험을 제시하고, 복수로 선택하게 한 결과 ‘극한기상(Extreme weather)’이 2024년을 비롯한 단기(2~5년), 장기(5~10년) 모든 기간에서 글로벌 위험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더욱이 앞으로 10년간 가장 심각한 4대 위험에도 ‘기상이변’ ‘지구 체계의 치명적 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붕괴’ ‘천연자원 부족’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AI가 생성한 잘못된 정보, 사회 및 정치적 양극화, 생계비 위기, 사이버 공격 등이 순위에 들어있다.

우리나라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전문가로 참여했는데, ‘경기 침체’ ‘가계 부채’ ‘자산 거품 붕괴’ ‘자산 및 소득 불평등’ ‘노동력 부족’ 등 경제문제를 더 걱정했다고 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기후변화를 과소평가하거나 불확실하다고 무시하면 나중에 기후에 대한 신뢰와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신뢰 재구축(Rebuilding Trust)‘이었다.

세계포럼 일정에 맞추어 발표된 또 하나의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24 순환성 격차 보고서(Circularity Gap Report)’다. 이는 네덜란드 비영리재단 서클이코노미(Circle Economy)와 컨설팅기업 딜로이트(Deloitte)가 공동으로 발간하였다. 지난 6년간(2018~2023) 인류가 소비한 자원은 약 5820억 톤에 이르는데, 20세기에 소비한 자원(약 7400억 톤)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단기간에 자원 소비가 얼마나 급격히 일어났는지 알 수 있고, 그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은 한계치를 넘어서면서, 기후변화에 기름을 부었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하게 된다.

또한, 같은 기간 재활용 원자재의 사용 비중은 2018년 9.1%에서 2023년 7.2%로 21%나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천연자원의 사용 비중이 재활용과 재사용보다 높았고, 지구에서 채굴한 천연자원 중 단 7.2%만이 재자원화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천연자원 소비에서 3분의 1가량이 건설 및 복구에 들어가다 보니, 비금속 광물 중 모래와 골재의 추출도 3배 이상 늘었다. 천연자원 중 모래가 물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소모되는 자원인 점에 유의한다면 건설 분야의 자원재활용과 기술개발은 시급하다.

건널목에 파인 포트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사진 민경보, 2024.3.2
건널목에 파인 포트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사진 민경보, 2024.3.2

이제 변덕이 심한 기상과 큰 일교차로 도로 곳곳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사흘이 멀다고 보수공사나 재포장을 해야 한다. 포장도로는 골재와 AP(아스팔트)가 주요 원자재인데, 모두 천연자원이다. AP는 석유정제 후 마지막에 얻을 수 있고, 골재는 산이나 강에서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재활용한 골재(AP가 약 3~4%가량 묻어있다)를 배합 설계한 우수재활용 아스팔트 혼합물(기준번호: GRF 4005)을 비롯한 GR(Good Recycled) 건축자재를 사용할 것을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에서 의무로 권고하고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가 자원을 추출·가공·소비·폐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만큼 ‘자원 순환성(Circularity: 폐기물이 원료로 다시 생산에 투입되는 것을 뜻함)’을 높이려면 자원을 재활용하는 산업군의 활성화 정책 없이는 순환성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재활용 원자재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은 합종연횡하고 있다. 플라스틱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화학적 재활용 시설 투자에 나서는 사이 태국에 본사를 둔 인도라마 벤처스(Indorama Ventures Public Company)는 물리적 재활용 기술을 중심으로 재활용 시장(secondary market)을 석권하고 있다. 2011년 페트(PET) 재활용 사업에 처음 진출해 연간 3576톤에 그쳤던 생산량은 2021년 2분기 33만 톤, 2022년 69만 톤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더구나 주요 재활용 업체의 인수합병(M&A)과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서 미국, 체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35개국에 진출해, 147곳의 재활용 생산시설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한 해 PET가 재생원료로 사용되는 양(2~3만 톤)의 20~30배에 달하는 규모다.

차세대 먹거리라고 하는 전기차 배터리, 지능형 반도체(HBM)와 로봇 등도 핵심 자원이 없으면 꿈이 된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프랑스의 녹색 산업법’ ‘EU의 지속가능한 배터리법’ 등의 핵심은 희유금속 확보에 있다. 인준을 앞두고 있는 ‘EU의 핵심 원자재 법(CRMA)’에서 원자재 2030년 목표치를 보면, 역내 채굴 10% 이상, 역내 가공 40% 이상 그리고 재활용 추출 비율을 15%에서 25%로 상향조정했다. 폐기물을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 보는 교육과 정책 발굴, 그리고 재활용산업 활성화가 봄과 함께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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