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110억원 배임사고', 수습국면
'청렴 농협' 강조해온 이석용 행장 리더십 '흔들'
"이 행장,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 계기 삼아야"

이석용 NH농협은행 행장. / 사진=NH농협은행.
이석용 NH농협은행 행장. / 사진=NH농협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NH농협은행에서 발생한 110억원 가량의 배임 사건이 연초 은행업계의 내부통제 핫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이석용 은행장의 '청렴 리더십’도 위기에 빠졌다.

이석용 행장이 지난해부터 '청렴'을 강조하며 캠페인을 주도한 이유가 결국 이번 사건의 선제적 대응이었느냐는 얘기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와 은행 내부에서는 예고된 사고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번 배임사고의 실제 피해 규모는 현재 공개된 사고 금액보다는 다소 작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손실 규모와 상관없이 NH농협은행의 내부통제 문제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청렴 리더십 회복을 위한 이석용 행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NH농협은행 내 배임 사고로 이석용 행장의 ‘청렴 리더십’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4년 넘게 이어진 내부 배임 사건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등,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석용 행장 또한 이같은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NH농협은행
사진=NH농협은행

수습 국면 접어든 배임 사고, 하지만...

우선 이번 사건은 NH농협은행의 외부 공시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NH농협은행은 지난 6일 업무상 배임 등으로 109억4733만7000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확인됐다고 공시했다.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번 금융사고는 지난 2019년 3월 25일부터 2023년 11월 10일까지 약 4년 8개월여간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자체 감사 과정에서 이번 업무상 배임 사고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배임 사고는 실제보다 과다한 대출을 취급하는 등 대출 평가 금액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이 제시한 부동산 담보 관련 서류를 조작해 담보물 평가액을 실제보다 부풀렸다는 것이다.

만약, NH농협은행이 해당 대출 상환이 어려워져 부동산 담보권을 행사해야 할 경우, 애초 부풀려지기 전 담보물 평가액을 기준으로 대출금을 회수해야 한다. 자연스레 부풀려진 규모만큼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단 이번 배임사고는 해당 직원에 대한 내부 징계와 형사 고소, 그리고 금융당국의 현장 검사 등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다소 수습되는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실제로 현재 NH농협은행은 현재 본사 감사부가 중심이 돼 관련 사고를 검사하고 있다. 이번 배임사건의 혐의를 받는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담보물 평가액을 기존보다 부풀린 것에 대한 고의성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해당 직원은 ‘단순 실수’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도 이와 관련한 현장 검사를 다음 주부터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주 홍콩ELS 관련 은행권 현장 검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농협은행 대상 검사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검사를 진행한 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금융감독원은 현재 NH농협은행을 포함한 NH농협금융 전반을 대상으로 고강도 검사에 착수했다. 일단 주요 계열사 CEO 선임 절차와 지배구조 부분이 주요 검사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이번 농협은행 배임사고와 관련한 내부통제 시스템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준법감시부 정재용 국장, 홍명종 준법감시인, 이석용 농협은행장, 디지털전략사업부 김주식 부장, 준법감시부 김동영 부장 / 사진=농협은행
결의대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준법감시부 정재용 국장, 홍명종 준법감시인, 이석용 농협은행장, 디지털전략사업부 김주식 부장, 준법감시부 김동영 부장 / 사진=농협은행

흔들리는 이석용 ‘청렴 리더십’

다만, 은행업계에서는 이번 배임사고의 피해 규모나 손실 금액 등과는 무관하게 그간 소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금융사고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NH농협은행에서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약 4년 8개월, 거의 5년여에 이르는 장기간 발생했음에도 이를 제때 발견하지 못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사실상 NH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업계에서 이번 사고를 더욱 주목해서 바라보는 이유는 지난해 취임한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보여준 그간의 경영 행보와 이번 사고가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이석용 행장은 취임 이후, 타 은행장과는 달리 유독 ‘청렴’을 강조해 왔다. 소위 ‘고객에게 신뢰받는 청렴 농협 구현’을 목표로 임직원들에게 강도 높은 윤리경영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현재 NH농협은행이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3행(行) 3무(無) 실천’ 캠페인이다.

우선 실천 사항을 일컫는 ‘3행’은 △청렴(원칙을 지키며 깨끗하게 처신하기) △소통(생각을 공유하며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기 △배려(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다. 또, 근절해야 할 3무는 △사고(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및 횡령 금지) △갑질(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남용 금지) △성희롱(상대방에게 불쾌한 성적인 언행 금지)으로 제시했다.

특히 이같은 캠페인은 지난해 행장에 취임한 이석용 은행장의 강력한 의지가 기반이 돼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열린 ‘3행(行) 3무(無) 실천 결의대회’에서 이석용 행장은 “지속 가능한 100년 농협을 구현하고 고객으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임직원 모두가 ‘3행 3무 실천운동’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며 “고객에게 신뢰받는 청렴농협을 구현하자”고 밝힌 바 있다.

이석용 행장(오른쪽)이 '3행 3무 실천 결의대회'에서 윤리경영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 농협은행.
이석용 행장(오른쪽)이 '3행 3무 실천 결의대회'에서 윤리경영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 사진=농협은행 제공.

올해도 이석용 행장의 ‘청렴농협 구현’ 일성은 지속됐다. 올 초에는 이석용 은행장 및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사고근절 및 청렴농협 구현을 위한 ‘윤리경영(3행3무) 실천’을 서약하고 윤리경영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결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이석용 은행장은 “임직원 모두가 윤리경영을 실천해 고객이 먼저 찾는 신뢰받는 농협은행이 돼야 한다”며 “윤리경영 실천 ‘3행3무’ 운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배임사건으로 인해 이석용 행장의 ‘청렴 의지’ 또한 다소 빛이 바랜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물론 이번 사건을 이석용 행장의 책임으로만 보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석용 행장의 취임 시점은 지난해 1월로 이번 배임사건이 벌어진 기간과는 불과 11개월 정도만 겹친다.

다만, 그간 NH농협은행의 내부통제 강화를 그 누구보다 강조해 온 이석용 행장 취임 이후에도 배임 사건이 진행됐고,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행장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취임 일성으로 청렴농협을 강조했던 이석용 행장 임기 중에도 배임 행위가 지속됐고 이를 제때 적발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이번 사건을 NH농협은행뿐 아니라 은행권 전반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다시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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