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이석구 언론인

참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정치판에 피의자들이 날뛴다. 공천도 거의 당 대표 마음대로다. 위성정당 창당 등 정치공학적 꼼수와 편법도 난무한다.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자도 대법원 판결이 남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당당히 주장하며 정당을 만들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상한 선거제로 인해 이들의 국회 진출도 보장됐다는 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3일 조국혁신당을 창당, 대표가 됐다. 조 대표는 교수 시절 누구보다도 공직자의 청렴과 도덕성을 주장하는 칼럼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는 자녀 입시비리로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는 등 위선적 실태가 드러났다. 부인도 실형을 살았다. 물론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무죄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입시비리 관련 사실관계는 이미 밝혀졌다. 이쯤 되면 자숙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는 정치탄압이라며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부르짖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현재 지지율은 제3지대 정당 중 가장 높다. 비례대표 당선 기준선인 3%를 넘는다. 조 대표는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으로 의원직이 상실될 우려는 “동지가 뒤를 잇는다”는 말로 일축한다. 이 모두가 ‘내편이면 무조건 옳다’는 극단적 진영정치와 요상한 선거제 탓이다. 만일 조 대표가 아직 교수라면 ‘형법학자로 서울대 법대 교수를 역임한 자가 2심의 유죄판결까지 부정하며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어떤 칼럼을 쓸까.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는 어떤가.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돌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아직 1심판결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징역 4년 6개월 확정)의 녹취 등 제반 증거로 유죄판결이 날 확률이 높다.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식대 등으로 봉투를 돌리는 것은 그동안 관행이었다고 한다. 걸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관행이나, 재수 없게 걸렸다고 하더라도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사과하고 근신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송 전 대표는 소나무당을 창당, 검찰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4·10 총선에서도 당 지도부가 멋대로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은 여전하다. 내편이면 무조건 찍고 보는 유권자의 의식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의 공천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비상식적이다. 이재명 대표에게 비판적이던 비명계 인사가 대거 공천에서 배제된 때문이다. ‘친명횡재(親明橫財) 비명횡사(非明橫死)’라는 사자성어가 회자(膾炙)될 정도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홍영표 전 원내대표 등 중진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컷오프됐다. 경선이라도 시켜달라는 이들의 요구는 묵살됐다. 잠재적 당권 도전자를 제거,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로 인해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민주당 지지층이 공천과정의 시끄러움은 잊고 결국 돌아올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공천 과정에 별 잡음이 없으나 혁신성이나 감동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역 의원 다수가 공천을 받아 참신한 신인이나 여성이 눈에 안 보이기 때문이다. 중진불패(重鎭不敗)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연유다.

21대 총선부터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더욱 가관이다. 1표라도 많으면 당선이 되는 현 소선거구제의 결함을 보완,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번에도 위성정당 창당으로 무의미해졌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은 국민의힘의 순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달리 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연합정치시민회의 등 비례연합체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민주당 20석, 진보당과 새진보연합 각 3석, 연합정치시민회의에 4석을 각각 배분키로 했다.

문제는 이들 연합세력에서 민주당의 검증 없이 누구를 내세우든 민주당 지지자들의 힘으로 당선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진보당은 내란 선동혐의로 해체된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가 다수 지도부를 차지하는 사실상 통합진보당의 후신임에도 불구하고-. 진보당은 ‘4·3민중항쟁의 정신계승, 불평등 한미관계 해체, 재벌 해체, 교육 의료 주거 이동 에너지 무상 제공 등’을 강령으로 내건 민중 정당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들의 정강정책 중 어떤 것을 동의, 연합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종북좌파들의 의회 입성에 민주당이 숙주 노릇을 하고 있다”는 국민의힘 비판의 빌미가 되고 있다. 정말 민주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세력과 손을 잡아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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