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형 아이폰15 이례적 가격 할인
테슬라, 中 판매부진에 주가 7%대 급락
스타벅스, 루이싱커피에 밀려 매출 급감

중국 상하이 야경. 사진=픽사베이 
중국 상하이 야경.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중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동안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온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중국 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둔화로 중국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애플, 테슬라, 포드, 스타벅스 등이 판매 둔화란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약 5% 정도 성장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가 수출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4.6% 성장한 뒤 2028년이 되면 불과 3.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은 2월 초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상회하는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중국 내 매출은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런 부진에도 불구하고 팀쿡 CEO는 지난해 아이폰이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중국 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지만, 애플은 수요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폰15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에 들어가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지난달 29일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징둥닷컴, 티몰, 핀둬둬 등 대형 소매업체들은 출시 5개월밖에 안 된 애플의 아이폰15 전 모델의 가격을 최대 1300위안(약 24만원) 내리는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며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애플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폰15에 대해 최대 500위안(약 9만2000원)을 할인해줬는데, 이 역시 이례적인 일이었다.

애플·테슬라, 가격 할인 경쟁 뛰어들어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역시 중국 판매 감소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블룸버그 통신이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의 예비 데이터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월 중국 기가 상하이공장에서 6만365대를 출하해 2022년 12월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판매량은 1월 대비로는 16%, 전년 2월에 비해서 19%가 각각 급감한 수준이다.

이러한 중국 판매 부진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7.16% 급락하며 2월 13일 이후 최저가인 188.14달러에 마감됐다.

테슬라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에서 대대적인 할인 공세로 판매를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테슬라는 1일 자사 웨이보 계정에 올린 게시물에서 3월에 후륜 구동인 모델3과 모델Y의 기존 재고를 구매하는 경우 수천 달러 상당의 인센티브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 둔화하는 가운데서도 과잉 생산한 전기차를 털어내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애쓰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가격 인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판매업체로 부상한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인 비야디 역시 2월 말 일부 모델에 대해 10% 이상의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비야디는 또 3월 첫째 주 이전 버전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4종의 신형 전기차 모델을 공개했다.

포드와 스타벅스도 판매 부진 시달려 

또 다른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 역시 중국 판매 부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 6일 강력한 4분기 실적과 올해 전망을 발표했지만, 이 회사의 제임스 팔리 CEO는 중국 판매 부진으로 전기자동차(EV) 부문에서 최대 55억달러(약 7.3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테슬라와 중국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업체)과 궁극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이상 우리의 모든 전기차팀은 전기차 제품의 비용과 효율성에 무자비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역시 중국 경제 둔화 압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스타벅스의 동일 매장 매출은 전년동기대비로 10% 늘었지만 중국 판매는 되려 9% 감소했다. 중국은 지난 수년간 스타벅스에게 가장 크고 수익성이 높은 해외 시장 중 하나였다.

랙스먼 내러시먼 CEO는 “소비에 보다 신중해진 소비자들로 인해 중국에서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겪고 있다”면서 “대중시장 경쟁사들이 늘어나면서 현재 중국 시장은 전환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이미 지난해 4분기 중국의 스타벅스라고 불리는 중국 토종 카페인 루이싱 커피에 밀려 처음으로 중국 커피 매출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 낙관론은 유효 

다만 미국의 몇몇 주요 기업들이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지만, 미국 기업인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 대해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인 ‘암참 차이나’가 지난달 발표한 연례 중국 업황 설문조사에 참여한 343명의 회원사 중 절반은 중국을 첫 번째 투자처로 선택했거나, 전 세계 상위 3개 투자처에 포함시키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다는 걸 확인시켰다. 이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수치다.

마이클 하트 암참 차이나 회장은 최근 신화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는 다국적 기업에게 중국이 중요하다고 계속 말하고 있다”면서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과 미·중 관계에 대해 점점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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