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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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이커머스 쿠팡이 2010년 설립 약 14년 만에 첫 연간 영업익 흑자를 올리며 오프라인 강자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모두 제쳤다. 이뿐만 아니다. 쿠팡이 넘긴 연매출 30조원이 갖는 의미는 의미심장하다. 온오프 유통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 경쟁 구도에서도 매출 30조원대를 넘긴 첫 사례로 남게 됐다. 

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거두면서 사상 첫 연간 흑자를 올리게 됐다. 

앞서 한국 시각으로 28일 쿠팡 아이앤씨(Inc)가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2023년) 쿠팡은 연매출 31조8298억원(연 평균 환율 1305.41원), 연간 영업익 6174억원를 냈다.  

지난 4분기 매출은 8조6555억원(분기 평균 환율 1319.24원)으로 2022년 4분기 7조2404억원에 비해 약 20%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익은 1715억원로 2022년 4분기 1133억원에 비해 51% 늘었다. 

쿠팡의 매출과 영업익은 2022년 3분기부터 분기 첫 흑자를 거둔 후 지난해 2·3분기 매출·영업익이 출렁인 적도 있지만 다시 반등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8383억원(분기 환율 1340.5원), 영업익 1037억원, 4분기 매출 7조2404억원(분기 환율 1359.26원) 영업익 1133억원을 거뒀다. 

2023년 들어서면서 분기 매출은 7조원을 넘고 8조원대로 뛰어올랐다. 영업익은 1000억원대를 유지하고 2000억원대까지 근접했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은 약 7조6915억원(분기 환율 1326원), 영업익 1416억원, 2분기 매출 7조6749억원(분기 환율 1314.68원), 영업익 1940억원, 3분기 매출 8조1028억원(분기 환율 1310.39원 기준), 영업익은 1146억원을 올린 것이다. 

이마트와 엇갈린 희비 "쿠팡, 첫 연간 흑자...이마트, 첫 연간 적자"

사상 첫 연간 적자 전환한 이마트 경우 이런 쿠팡과는 실적 희비가 갈리며 대조된다. 국내 이커머스를 대표하는 쿠팡은 생활용품·식품 등 취급 품목이 겹치며 대형마트업계 이마트가 대항마로서 비교돼왔다. 쿠팡과 이마트 간 전면전은 기저귀·분유 소비자를 두고 치렀던 2016년 최저가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찌감치 이런 이커머스 업태와 쿠팡의 가능성을 보고 기선제압에 나서려던 이마트였지만 8년이 지난 현재 쿠팡은 건재하다. 외려 승승장구다.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가 탐탁지 않은 현재로선 승기는 쿠팡이 쥔 상황이 됐다. 지난해 이마트는 4분기 영업 손실 855억원, 연간 적자 469억원으로 연간 사상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별도 기준으로 영업익은 393억원 정도로 흑자이긴 하지만 2022년에 비해 463억원 정도가 줄며 감소세다.

유통 맏형격 롯데쇼핑도 연매출 30조원 넘은 적 없는데...쿠팡이 넘었다

무엇보다 쿠팡의 지난해 연간 실적이 온오프 유통업계에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대형마트 이마트는 차치하더라도 유통 맏형격 롯데쇼핑마저 매출 30조원대를 넘긴 적이 없어서다. 

롯데그룹의 백화점·대형마트·슈퍼·이커머스·홈쇼핑·전자제품 전문점·시네마 7개 사업부를 합친 롯데쇼핑도 지금까지 매출 규모로 30조원을 넘은 적은 없다. 외형 성장이 정점을 찍었던 2015~2016년 29조원대를 넘어선 것이 전부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 강자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유통 중추 롯데쇼핑도 2017년 사드로 매출이 반토막 나기 직전인 2016년 29조5264억원을 낸 게 연매출 최고치였다. 

물론 영업이익은 2011년경이 1조6949억원 정도로 고점을 찍었고 이 기록은 지키고 있다. 이후 2014년까지 롯데쇼핑은 매출은 28조원대, 영업익은 1조원대를 유지했다. 2015~2016년 매출은 29조원대로 정점을 찍고 영업익은 8500억~9400억원선을 보여왔다.

사상 첫 연간 흑자 '쿠팡', 흑자 유지 관건은...

연간 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쿠팡이 앞으로 흑자를 유지하려면 짚고 넘어가야 할 최근의 행보가 있다. 다름 아닌 쿠팡의 이 첫 연간 영업익을 넘는 금액이 투입된 파페치 인수건이다. 

시장에서는 '파페치' 인수를 통해 이제는 흑자로 돌아선 쿠팡의 유동성 여유와 자신감을 보기도 하지만 도산 직전의 파페치 정상화까지 쿠팡의 험로를 예견하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명품 소비 둔화 상황에서 파페치 수익성 개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국이 명품 소비 1위라고는 하지만 한국만 갖고 되겠냔 것이다.

최근 들어 로켓 럭셔리 등을 통해 명품 뷰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긴 하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고 실제 완전히 결이 다른 쿠팡 플랫폼과 어떤 식의 시너지를 낼 지도 현재로선 가늠하기가 어렵다. 

쿠팡이 지금까지 약점으로 꼽혀온 의류 등을 명품 패션 플랫폼 파페치 인수로 보완하게 됐다는 정도만 분명하다. 명품의 로켓 배송을 통한 고객 경험 강화 등도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관건은 이미 6500억원을 들였고 이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다. 

일각에서는 파페치가 샤넬·에르메스 등 1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여개국 이상 소비자에게 판매해온 만큼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한다는 해석도 내놓지만 너무 막연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으로 어떻게 진출할 것인지는 예측이 쉽지 않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파페치는 명품을 소싱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며 "쿠팡이 이를 활용해 직접 온라인 명품 판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명품은 지금까지 쿠팡의 주력 상품이던 생활용품·식품 등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카테고리다. 고객 개인별로 접근해야 하는 명품 시장을 대중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온 쿠팡이 얼마나 잘 다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흑자로 돌아선 바로 지금부터 쿠팡이 참아야 하는 유혹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그럴 듯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인수 투자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쿠팡이 인수한 파페치가 좋은 선례다. 파페치도 뉴욕 증시 상장 후 이탈리아 패션기업 8800억원대 인수까지 인수를 거듭하며 과욕을 부리다가 도산 위기를 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까이로는 맞수 신세계그룹도 있다. 애초 인수할 때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면 조 단위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후 신세계그룹이 가시적인 시너지까지 이처럼 고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실제 각 유통기업 시스템과 서비스 뒷단은 고유하다고 할 정도로 생각보다 더 복잡다단하다.  

6500억원은 이제 막 적자를 탈출한 투팡의 연간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대부분 피인수 기업은 적자 등에 허덕이던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의 정상화까지 투자도 지속해야 한다. 아무리 현재 쿠팡이 6조원대 현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파페치같은 기업을 6~7개 가량 인수하면 6조원도 바닥 나는 것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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