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몸집 줄이기'
여·수신 잔액 각각 10%, 9%대 감소
효과없는 긴축경영, 적자폭 '확대'

(왼쪽부터)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금융권에서 저축은행의 존재감이 갈수록 흐릿해지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저축은행업권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여·수신 모두 10조원 넘게 감소한 것이다.

'몸집 줄이기' 나선 저축은행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07조1491억원으로 전년 말(120조2384억원)보다 10.89%(13조893억원) 줄었다. 여신 잔액도 104조936억원으로 같은 기간 9.51%(10조9347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치열한 예금금리 경쟁을 벌였고 고금리 예금을 대거 취급하면서 고객에게 내줘야 할 이자비용이 급증해 최근까지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이에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돌아왔던 지난해 말 예금 금리를 낮춰 부담을 줄였고 그 결과, 여·수신 잔액이 감소했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2022년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6%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평균 금리가 3.37% 수준에 불과하다.

점포 축소하고 임직원 수 줄이고

저축은행업권은 이와 함께 지점과 출장소 등 점포를 줄이는 등 긴축 경영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인 KB저축은행은 2016년 9월 기준 9곳의 점포가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본점과 지점 2곳을 합쳐 단 3곳의 점포만 남겨뒀다. 하나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점포 수가 10곳에서 3곳으로 급감했다.

금융지주 계열 외에도 업권 상위권인 웰컴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도 점포 수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2016년 9월 14곳의 점포를 운영했던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에는 절반 수준인 7곳의 점포만 두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전주 지점을 광주 지점과 통폐합한데 이어 이달 말에는 서울 강남 지점도 폐쇄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임직원 수 역시 줄이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임직원수는 총 9984명으로 1년 전(1만288명)과 비교해 304명 줄었다.

긴축 경영 효과 없다? 적자폭 '확대'

이렇듯 허리띠를 졸라매는데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업권의 상황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신한저축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KB저축은행의 실적부진이 두드러졌다. KB저축은행은 2022년 218억원 순이익을 거뒀지만 지난해에는 906억원 순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우리저축은행도 106억원 순이익에서 491억원 순손실로 돌아섰고, 하나저축은행 역시 233억원 순이익에서 132억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299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면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22% 감소했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금융지주 계열을 제외한 저축은행들도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적자행진을 시작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1413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별다른 위기 없이 성장을 거듭하던 저축은행업권이 9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저축은행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이유는 PF 부실과 대출 연체율 등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권에 기존 일반 기업대출로 분류했던 토지담보대출에 대해 PF에 준해 충당금을 쌓게 하고 PF대출의 자산 건전성 분류도 보수적으로 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대형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조달비용이 상승하면서 여·수신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업황 악화까지 겹치면서 어려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는 금리가 안정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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