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글로벌투자신탁 -81%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 -35.5%
한국투자밀라노부동산 만기연장

그래프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래프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코로나 팬데믹과 긴축 기조 강화로 인한 해외 부동산 가격 하락 및 시장 침체에 해외 부동산 펀드가 손실 위기에 처했다.

특히 고금리, 자금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자 자산을 제값에 팔지 못하거나 매각 대상자를 찾지 못하는 펀드들은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개인 공모펀드 가입자들까지 손실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제2의 홍콩 ELS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만기 다가오자 연장 택하는 운용사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자금은 8747억원이다. 이중 올해 만기 도래하는 공모펀드는 4000억원이 넘는다.

이어 국내기관의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13년 말 4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78조3000억원으로 약 10년 만에 16배가량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및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해외 부동산 투자는 지난 2022년 말 기준 지역별로는 △미국 58% △유럽 23%로, 업종별로는 오피스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미 지역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1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55.9%를 차지했다. 아울러 고금리와 재택근무 확산으로 공실률이 치솟는 등 가격이 급락하는 추세여서 손실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펀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하는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는 임차인 이탈 등으로 인해 마이너스(–) 81%의 수익률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당시만 해도 빌딩 매입가가 6억7500만유로였으나 지난해 8월 감정평가액이 4억5300만유로로 하락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워싱턴DC의 '나사(NASA) 본사' 오피스에 투자한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 역시 –3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운용사들은 만기를 연장하는 이른바 ‘버티기 전략’에 들어갔다. 만기가 되면 마이너스인 상품은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 이는 금리 인하 및 오피스 공실률 회복 시 펀드 수익률도 회복될 거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앞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는 지난해 10월 수익자총회를 통해 만기를 2년 연장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자산운용의 한국투자밀라노부동산투자신탁1호는 지난해 11월 만기를 5년에서 8년으로 연장한 데 이어, 오는 2027년까지 대출 연장에도 성공했다. 이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피렐리 연구개발(R&D)센터에 투자한 공모펀드로, 피렐리타이어와 장기 임차계약이 돼 있는 건물에 투자하는 상품이어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지난 2019년, 기관과 개인으로부터 546억원을 모집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말 현지 감정평가법인은 해당 건물의 가격을 매입가(8800만유로)를 밑도는 8410만유로로 평가하면서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에 수익자총회를 열어 만기 연장 및 대출연장을 완료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만기 분산돼 있어...걱정 없다?

이처럼 침체한 현재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고려했을 때,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국내 운용사들은 적절한 매수자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게다가 통상 해외 부동산 펀드는 가격변동에 민감하고, 시장 침체 폭이 커서 향후 손실 위험 확대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다만 당국은 현재 해외 부동산 펀드는 만기가 앞으로 몇 년 동안 분산이 돼 있어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피해 규모가 금융사들이 갖고 있는 손실 흡수 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홍콩 ELS 사태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일부 공모펀드에 개인도 있지만 사실은 대부분 기관 투자자가 많다"며 "ELS하고는 다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포트를 통해 “관련 투자가 위험 분산이 잘 돼 있는 대형 증권사 및 보험사 위주로 이뤄졌다”며 “금융기관들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도 높지 않아 대형 부실이나 시장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외 부동산 투자의 경우에는 △투자 지역 △투자 물건 △투자 형태 △변제 순위 △재무 약정 등에 따라 리스크에 직면할 익스포저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프로젝트별로 정확한 정보와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투자금 손실 위험 가능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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