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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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쿠팡의 채용 기피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명단을 MBC가 지난 13일 단독 보도로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16일 쿠팡, 업계 등에 따르면 13일 이후에도 MBC의 블랙리스트 관련 보도가 지속되자 쿠팡은 인사 평가 경우 사업자 권한이자 책무이고 쿠팡의 인사 자료는 보도된 블랙리스트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사실 관계를 무시한 허위 보도 중단을 요구하고 이번 보도와 관련된 관계자 고소로 맞서고 있다. 

앞서 13일 MBC는 "'잘못하면 '블랙' 걸린다..."는 단독 보도를 통해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쿠팡의 내부 엑셀 문서 'PNG리스트.xls'를 공개했다. MBC는 보도에서 파일명 PNG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용어로 '기피 인물')'로 해석했다. 

2017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이른바 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만 1만6450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 이 명단에 오른 사람은 다시는 쿠팡에 채용되지 못했다. 

이 리스트엔 근무지, 생년 월일, 연락처 등이 기재돼 있다. 등록 사유도 적혀 있는데 48가지 정도다. '정상적 업무 수행 불가능 및 안전 사고 우려' 4432명, '비자발적 계약 종료' 3376명, '24주 내 웰컴데이 중복 지원' 1712명, '고의적 업무 방해 및 지시 불이행' 966명, '정년 퇴직' 802명 등이다. 이외 사유로는 '징계 해고', '폭언 욕설 모욕', '직장 내 성희롱', '반복적 무단 결근', '육아 및 가족 돌봄', '근무지 무단 이탈', '근태 불량' 등이다. 

13일 보도에 따르면 등록 사유는 1·2로 나뉘어 있다. '등록 사유 2'가 48가지의 구체적인 사유라면 '등록 사유 1'은 '대구1센터'와 '대구2센터'로만 적혀 있을 뿐이다. 보도에서는 이를 채용 제한 기간을 등급화한 암호(비밀 기호)로 추정했다. 대구2센터로 분류된 사람들은 비교적 단 기간 채용이 거부됐다면 대구1센터로 분류된 7791명은 무기한 채용이 거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과로사한 장덕준 씨 '블랙'에 노심처사 정황...MBC 리스트 실체 취재, 추정되는 명단 입수

13일 보도에서 MBC는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 노동 후 숨진 일용직 장덕준 씨 죽음이 쿠팡이 처음 인정한 과로사였다며 이 장 씨가 숨지기 6개월 전 동료와 나눈 문자를 언급했다. 이 문자엔 '블랙'에 올라갈까봐 걱정하며 이 '블랙'이라는 단어가 수차례 등장하는데 MBC는 이를 한 달 넘게 취재한 끝에 이 1만6450명의 명단 파일을 입수했다는 것이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MBC는 쿠팡의 '인천4물류센터', '시흥1센터', '곤지암1센터', '동탄1센터' 4개 사업장 일선 일용직 노동자로서 취재한 결과 현장에서 '블랙'이라는 용어는 쉽게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일부 퇴직자들은 블랙리스트 구체적인 내용까지 안다고 했고 물류센터 게시판에는 일용직 신청이 거부된 이유를 묻는 질문들은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쿠팡 "직원 인사 평가는 회사 권한...CFS 인사 자료는 MBC 보도 문건과 다르다"

이에 대해 쿠팡은 14일 "직원에 대한 인사 평가는 회사의 고유 권한이자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며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인사 평가 자료는 MBC 보도에서 제시된 문서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어떤 비밀 기호도 표기하고 있지 않다. MBC는 출처불명의 문서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인터뷰, 민노총 관계자의 악의적 주장만 보도해 CFS와 CFS 임직원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 CFS는 MBC의 악의적인 보도 행태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를 포함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이후 MBC 보도가 계속되면서 쿠팡도 형사 고소를 이어오고 있다. 15일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서울 송파경찰서에  "CFS 인사 평가 자료에는 '대구 센터' 표현, '노조 직함' 항목이 없다. 권 변호사는 14일 기자 회견에서 CFS가 '비밀 기호'를 활용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허위 주장했다. 또 노조 직함 항목을 추가해 CFS가 노조 활동을 이유로 취업을 방해했고 댓글 부대를 통해 여론을 조작한 것처럼 허위 주장했다"며 권영국 전 민노총 법률원장을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 훼손으로 형사 고소했다.

또 같은 날 CFS는 내부 직원과 민노총 노조 간부가 공모해 물류센터 운영설비 관련 자료를 포함한 수십종의 회사의 기술과 영업 기밀 자료를 유출한 정황을 확인했고 이들이 MBC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해당 직원과 민노총 간부를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 민노총 등 노동계, 민주당·진보당, 특별 근로 감독 노동부에 촉구...19일 민노총, 부당노동행위 고발 예정

MBC의 블랙리스트 공개 직후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와 민노총 등 노동계, 민주당·진보당 등 진보 성향 정당들은 일제히 쿠팡에 대해 특별 근로 감독을 실시하라고 노동부에 촉구하고 있다. 

공개된 리스트만 보더라도 근로기준법, 노조법,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노동부 감독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대해 사법 당국의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19일 민노총은 쿠팡을 노조 활동을 방해한 부동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발할 예정이다. 

14일 쿠팡이 MBC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15일 민노총은 논평을 통해 "쿠팡은 리스트가 인사 평가 자료라고 했지만 일한 적도 없는 언론인 신상을 정리했단 점에서 옹색한 변명"이라며 개인 정보를 어떤 식으로 취득하고 어떻게 이용했는지 명백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진보당도 14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쿠팡에서 처음으로 인정한 산재 사망사고자 장덕준 씨뿐 아니라 쿠팡 노동자들은 업체 심기를 건드리면 '블랙'에 올라 일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많았다"며 "그 의심이 블랙리스트라는 문서의 실체로 밝혀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용자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던 노동부, 쿠팡 블랙리스트부터 조사하라"고 했다. 

참여연대도 15일 논평을 통해 "쿠팡이 취업 방해 목적의 명부를 만든 것은 근로기준법 제40조에서 명시한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외면한 것"이라며 "명부 등재 사유로 육아·가족 돌봄, 노조 활동 등이 포함된 것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어 "14일 쿠팡대책위에 따르면 1만6450명 명단에 오른 사람은 영구 혹은 일정 기간 취업에서 배제됐다"며 "해당 명부엔 쿠팡의 노동 실태를 알린 유튜버뿐 아니라 보도한 기자, 보도하지도 않은 기자 등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또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날까봐 현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막으려 한 것"이라며 "상장 기업, 그것도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 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후진적인 행태"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정부 당국이 쿠팡의 블랙리스트 추정 명부 작성 경위와 목적, 실태 등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독점이 강화되며 쿠팡이 노동 관계의 기본법 질서마저 무시하고 위반하는 무소불위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조속한 플랫폼 독점 규제 입법으로 쿠팡의 폭주를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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