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빅테크 중심 ESG 인력 3000명 이상 축소
기업들, 공화당 공격에 ESG 경영보다 영리 추구로 선회
고수익 노리는 투자자들, 美 ESG 펀드서 자금 이탈 가속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메타 플랫폼,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미국 주요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인력 채용 시장이 급격히 식고 있다. ESG 인력 채용이 여전히 이어지고는 있으나 관련 업무를 새로 맡은 사람 수가 ESG 업무를 중단한 사람 수를 넘어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화당을 중심으로 ESG 경영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ESG 인력 채용의 비용 효과를 더 꼼꼼히 따져보는 한편 더 높은 투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눈을 돌리면서 ESG 인력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미국의 고용통계 제공 업체인 라이브 데이터 테크놀로지스(Live Data Technologies)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의 절반 동안 ESG 인력 이탈이 유입을 앞질렀다. 이러한 일은 몇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라이브 데이터가 미국 기업의 전현직 ESG 전문가 36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12월에만 3071명이 ESG 업무에서 손을 뗐다. 이 일을 새로 맡은 사람 수는 2897명에 그쳤다.

이중 메타, 아마존, 구글에서 ESG 담당자 유출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 금융 서비스 및 컨설팅 기업들이 ESG 일자리를 많이 줄였는데, 이는 해당 부문에서 해고를 포함한 광범위한 감원을 단행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빅테크 중심 ESG 인력 축소 바람 

임원 서치펌인 크립스 리더십 어드바이저스의 조 더빈 전무이사는 WSJ에 “2023년에는 ESG에 대한 관심이 사실상 식으면서 ESG 경영을 겨냥한 공격이 상당히 두드러졌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확실히 ESG 인력 채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SG 경영을 겨냥한 공격이란, ESG 경영을 목표로 회사 내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을 추진해온 기업들이 보수주의자들로부터 DEI를 추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오히려 백인 남성을 승진 등에서 배제함으로써 여성과 소수자만 돕는다는 공격을 받아온 걸 말한다.

또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을 둘러싸고 이것이 과연 투자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인지를 놓고도 논쟁이 가열돼왔다.

공화당 의원들은 ESG 경영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기업 경영의 궁극적 목표를 등한시하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에 빠져있다며 비판해 왔다.

더빈은 “기업이 더 빠른 투자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ESG 프로그램과 최고의 ESG 점수를 얻는 걸 최우선시하려는 태도를 재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 보호와 탄소 감축 프로그램을 추진해도 이것이 유의미한 재정적 수익으로 이어지는 건 요원하다는 판단에 기업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금 이탈 시달리는 ESG 펀드 

ESG 경영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ESG 경영에 나선 기업이 반드시 투자자들에게 높은 투자 수익을 안겨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ESG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 서비스 회사인 모닝스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해 미국의 ESG 펀드에서 130억달러(약 17.3조원)를 빼내면서 ESG 펀드는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이러한 대규모 자금 이탈은 유럽의 ESG 투자금 유입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전 세계 ESG 펀드 시장을 위축시켰다. 투자자들은 4분기에만 ESG 펀드에서 50억달러(약 6.7조원)를 인출하며 5분기 연속 순유출을 이어갔다.

모닝스타는 투자자들이 무엇보다 수익률 부진에 대한 우려로 ESG 펀드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컨설팅 회사 가트너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연구 책임자인 알렉산더 반트는 이런 상황에서 기업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공급망,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AI), 지정학적 불확실성보다 ESG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라는 압력을 덜 가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이 ESG 인력을 축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부담이 줄자 CFO는 투자자에게 ESG 전략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 등과 관련한 자문을 예전보다 훨씬 덜 구하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일부 CFO는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분야에 자원 투입을 늘리다 보니 ESG 팀을 축소하거나, ESG 전담자를 두기보다 직원들이 ESG 요소를 고려하며 일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브 데이터에 따르면 ESG 인력 채용은 2018년 이후 대체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0년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주춤했다. ESG 분야 신규 채용과 순유입은 모두 2021년 말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23년에 이직한 ESG 전문가 중 63%가 ESG 업무를 그만둘 정도로 ESG 전문가 채용 시장이 식었다.

그래도 2023년 한 해 동안 ESG 업무를 새로 맡은 사람 수가 4만884명으로 ESG 업무를 그만둔 사람 수인 3만9452명보다 여전히 많았으나 둘 사이의 격차는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순유입도 총 1432명으로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약 1만5000명에 비해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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