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해진공, 하림과 HMM 지분 매각 결렬 
하림 "경영권 담보 없는 거래 참여 어려워" 
HMM 지분 32.8% 전환되는 영구채 영향
지분 희석·매각대금 문제로 재매각 난항 예상

지난해 9월 출항한 6400TEU급 컨테이너선인 'HMM 타코마호'. 사진=HMM
지난해 9월 출항한 6400TEU급 컨테이너선인 'HMM 타코마호'. 사진=HMM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가 하림그룹과 진행하던 6조원대 HMM 매각이 무산된 배경에는 보유한 1조원 규모의 영구채 문제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들은 내년까지 보유한 HMM 영구채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지분희석 및 매각대금 문제로 새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7일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을 위해 하림그룹의 팬오션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7주간에 걸친 협상 기간 동안 상호 신뢰하에 성실히 협상에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말했다.

앞서 양사는 작년 12월 HMM 주식 57.9% 인수 대금으로 6조4000억원을 써낸 하림그룹을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지난달 22일까지 5주 기한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이후 2주간 추가 협상을 이어갔지만 뜻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하림 "협상 무산 유감... 경영권 담보 없는 거래 받아 들이기 어려워" 

하림그룹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주식매매 거래 협상이 무산된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하림그룹은 "자체 자금, 인수 금융, 재무적 투자자(FI) 등을 통해 8조원 정도의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한 상태였다”며 “지난해 12월에는 HMM의 유보금(현금자산)은 해운 불황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위해 HMM 내부에 최우선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협상 결렬과 관련해서는 "그간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 간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 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하림그룹은 △ HMM의 현금배당 제한 △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의 조항이 담길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 5년 제한 등을 요구해왔으나 산은 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HMM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하게 되고 향후 매각 절차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매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재매각 계획이나 시점은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매각 무산 원인에 '1.6조 영구채' 거론..주식 전환 시 경영권 위협 우려

산은과 하림그룹 모두 구체적인 매각 무산 이유를 밝히진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영구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구채는 만기를 정해두지 않고 이자만 '영원히' 내는 채권으로, 투자 조건에 따라 특정 시기에 주식으로 전환 할 수 있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은 약 1조6800억 규모(3억9879만156주)의 HMM 잔여 영구채를 보유 중이다. 이 영구채는 올해와 내년에 차례로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고, 이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이들의 HMM 지분율은 더 높아진다.

실제 구주 매각 후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잔여 영구채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이들의 HMM 지분은 0%에서 32.8%로 늘어난다.  현재 7억주 수준인 HMM의 발행주식 총수도 내년엔 10억주로 늘어나는 셈이다. 

만약 하림그룹이 HMM 지분을 인수했다면 사들인 지분 57.9%에서, 지분율은 38.9%로 떨어지는 셈이다. 

하림그룹 입장에선 경영권 인수 이후에도 양측 지분 격차가 6.1% 밖에 나지 않아 경영권을 위협을 받을 수도 있고, 3년간 최대 2850억원의 배당금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하림그룹은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요청했으나, 산은과 해진공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문제로 향후 HMM 매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자금도 작은 편이 아닌데 산은이 경영권까지 놓지 않는 상황이라 다른 인수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산업은행의 욕심이 이번 매각 불발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를 전량 주식 전환해 HMM 지분을 60% 이상 갖게 되면 매각대금도 6조원보다 더욱 늘어난다"며 "이 경우 대형 그룹사가 아니면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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