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019년 이어 세 번째 도전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유뱅크 컨소시엄 결성
정몽윤 회장 장남 정경선 CSO 주도
성공 시 향후 경영 승계에 긍정적 영향 미칠듯

현대해상 본사/사진=현대해상 제공
현대해상 본사/사진=현대해상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현대해상이 제4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연말 정몽윤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SO, 전무)가 업무를 시작한 이후 첫 행보로 인터넷은행을 낙점한 것이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현대해상이 '2세 경영'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선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해상, 인터넷은행 설립 세 번째 도전장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제4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한 '유뱅크(U-Bank)'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앞서 제4인터넷은행 추진을 발표한 KCD뱅크와 소소뱅크 컨소시엄에 이은 세 번째 컨소시엄이다.

유뱅크 컨소시엄에는 현대해상 외에도 중금리 대출 전문 스타트업, '렌딧', 세금 환급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외환 송금 전문업체 '트래블월렛' 등 핀테크사와 의료AI '루닛' 등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현대해상은 현재 제4인터넷은행을 추진하고 있는 컨소시엄 가운데 유일한 대형 금융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인터넷은행 설립을 시도해왔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같은해 인터파크 등과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예비인가 단계에서 탈락했고 2019년에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사업모델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인 끝에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레드오션으로 변해가는 보험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일찍부터 금융권의 '메기'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가졌던 셈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는 지난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고착화된 비대면 거래의 수혜를 입었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면서 고객수 증가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현대해상이 제4인터넷은행의 주인으로 낙점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업계에선 현대해상이 지난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이번에는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우선 유뱅크 뿐만 아니라 경쟁 컨소시엄을 포함, 대형 금융회사는 현대해상이 유일한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KCD뱅크는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소소뱅크는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주축으로 제4인터넷은행 설립을 준비 중이다. 현대해상과 함께 유뱅크 컨소시엄에 속해 있는 렌딧과 루닛, 자비스앤빌런즈, 트레블월렛 역시 모두 핀테크 기업이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과점 구도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이어 제4인터넷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 역시 호재다.

실제 당국은 까다로웠던 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기존에는 사실상 당국의 인가 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에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를 내주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경선 현대해상 CSO/사진=현대해상 제공
정경선 현대해상 CSO/사진=현대해상 제공

정몽윤 회장 장남 정경선 CSO의 첫 작품 될까?

현대해상의 제4인터넷은행 설립 도전이 더욱 의미있는 이유는 정 전무의 존재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장남 정 전무를 보험사 최초로 신설된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 자리에 앉히며 2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임원 선임과 함께 정 전무는 지난달 현대해상 지분 0.45%를 공시하며 조직 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86년생으로 고려대와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업한 정 전무는 그간 비영리 단체와 임팩트 투자사를 설립해 사회문제를 혁신적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사업자를 지원해 왔다. 2021년에는 싱가포르에 임팩트·지속가능성·ESG 투자를 테마로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실반캐피탈매니지먼트를 설립하기도 했다.

정 전무는 현재 디지털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 등을 총괄하고 있다. 이중 디지털전략본부는 인터넷은행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제4인터넷은행 재도전에는 정 전무의 뜻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현대해상은 성공적으로 회사에 안착한 생명보험사 2세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 팀장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신사업 성공을 통해 정 전무의 입지를 다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 사장은 지난 2019년 국내 최초 디지털보험사 캐롯손해보험 설립을 성공시키는 등의 성과를 낸 끝에 지난해 초 9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 신 팀장 역시 그룹의 핵심 부서로 통하는 그룹데이터전략팀을 이끌며 보험의 디지털화에 힘쓰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정 전무가 담당 부서를 총괄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은행 설립에 연관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현대해상이 10여 년 전부터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정 전무가 새로 와서, 하지 않으려 했던 사업을 재검토하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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