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 논설위원, (주)터치포굿 대표

박미현 논설위원
박미현 논설위원

반려동물과 함께하게 되면서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퇴근하고 피곤하더라도 잠깐이라도 산책하러 나가야 하고, 주말에 늦잠을 자고 있다가도 배고프다고 낑낑대는 소리에 비척대며 일어나기도 한다. 자꾸 털이나 머리카락을 삼키는 바람에 청소도 조금 더 자주 하고 혹시나 위험할까봐 물건을 늘어놓지 않게 되어 부지런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쓰레기 양과 종류에서도 큰 변화가 있다. 요즘 부쩍 빨리 가득 차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살펴보니 낮 동안 혼자 집에 있을 때 사용하는 배변패드, 산책에서 사용하는 똥을 담는 비닐봉투, 옷과 소파에 붙은 털을 떼어낸 테이프 클리너가 절반 이상이다. 나만 이럴까? 미국의 한 연구(Environmental impacts of food consumption by dogs and cats)에 따르면 미국에서 모든 반려견과 반려묘는 성인 9000만 명분의 배설물만큼 배설하며 이 중 많은 부분이 바깥에서 배설한 개의 배설물을 치우기 위해 플라스틱 비닐 봉투를 사용한다.

 필자가 기르는 반려견 두 마리. 한 녀석이 비닐봉투를 물어뜯었다. 귀여움도 두 배, 쓰레기도 두 배다. 
 필자가 기르는 반려견 두 마리. 한 녀석이 비닐봉투를 물어뜯었다. 귀여움도 두 배, 쓰레기도 두 배다. 

분리배출 봉투는 더 심각하다. 비닐을 담는 반투명 봉투 안쪽은 각종 강아지 용품의 포장에 그려진 강아지 그림으로 가득하다. 실온에서 보관하는 사료는 습기가 차거나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작은 봉투에 소포장되어 있다. 습기에 강해 보이는 간식과 영양제도 모두 낱개 포장되어 비닐 소리만 나면 개들이 쏜살같이 달려온다. 쓰레기도 줄이고 좀 건강한 간식을 줘보겠다고 야채와 과일을 사다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냉장고에 넣어두는데 귀찮아서 한 번에 많이 잘랐더니 약간 상한 걸 나중에 발견하기도 한다. 크게 탈이 나진 않았지만 사람이 주는 것이라면 먹고 보는 개의 믿음에 배신을 한 것 같아 정말 미안했다.

물티슈는 가끔 길에서 주는 판촉용으로도 몇 달은 거뜬할 정도로 부수적인 것이었는데,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에는 필수품이 되었다. 처음에 일반 휴지를 사용해 벅벅 닦았더니 빨개지고 낑낑대서 검색해보니 강아지의 피부가 더 약해서 전문 물티슈가 필요하단다. 진짜인지 광고인지 지금도 확신이 없어 물수건과 일반 물티슈를 병용하고 있지만 명확히 말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동물에게 실험하듯 이것저것 써보기도 미안하다. 이 와중에 쓰레기가 덜 나와야 하니 정말 불편하면 세 번 짖으라고 이해시킬 수도 없고 참 어려운 일이다.

무포장 가게도 생기고, 성분이나 포장 상태를 공개하는 상품이 많아진 인간의 음식과는 달리 반려동물의 음식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사람 과자가 이 정도면 과대포장이라고 신고를 할 수 있을 듯한데 사료에는 과대포장에 대한 기준이나 규제가 없다. 아예 생식이나 화식을 제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재료를 준비하고 필요한 영양분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맞추고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건 일반화하기 어려운 부지런함이다. 또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믿을 수 있는 음식만 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것이라서 비교할 수 없기도 하다. 오죽하면 반려동물 시장을 영아시장과 비교하겠는가? 좋은 것만 주고 좋은 경험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반려인'의 마음이니 말이다.

다행히도 변화의 움직임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다행히 육식만이 답인 줄로 알았던 동물성 사료가 사실은 피부병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혀지면서 비육류나 곤충 단백질로 만든 사료가 속속 등장했다. 사료의 탄소발자국을 비교하여 보여주거나 비건 인증을 받은 간식도 종류와 맛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얼마 전 한 회사에서 간식 소개를 하면서 “불필요한 개별 포장을 없앴어요.”라고 설명한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바로 주문하기도 했다.

이 글을 준비하며 반려견 1마리를 키우는 데 발생하는 탄소량이 대형 SUV차량의 연간 배출량의 두 배 이상이라는 연구를 발견했다. 댓글은 상상하기 싫을 만큼 개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이 중 반려동물이 스스로 선택하여 배출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인간이 자기만족을 위해 집 안에서 함께 살자고 하면서 배출하는 인간의 탄소배출이다. 좋은 것만 주고 좋은 경험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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