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당근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풍년 속 어려움을 겪는 제주 당근 농가 돕기에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부터 '제주 왕 당근' 200톤을 매입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런 매입 규모는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의 월 평균 당근 사용량 두 배에 달하는 양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현대이지웰 등 주요 계열사 유통 역량을 활용해 당근 소비 촉진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통상 안정적인 식자재 수급을 위해 국내산과 수입산 당근을 병행해 사용해왔지만 향후 3개월 간 수입산의 비중을 대폭 낮추고 제주산 당근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사들인 제주 당근은 제주도 구좌읍 화산회토에서 수확한 것으로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제주 당근을 대량 매입한 이유는 지난해 제주 당근 생산량이 예측치를 훨씬 상회해 생산돼 풍년의 역설 상황에 놓이면서다. 재작년과 비교해 제주산 당근 수확량은 약 85% 급증한 상태다. 당근은 연간 소비량이 일정한데 생산량이 늘면 오히려 농가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그린푸드의 주력 사업인 단체 급식 분야에서 당근 사용을 늘려나간다. 당근 라페 두부면 월남쌈·당근 뢰스티 등 당근을 활용한 글로벌 메뉴를 개발, 제안할 예정이다. 현대그린푸드가 운영 중인 식음료(F&B) 브랜드를 통해서도 제주 당근을 활용한 메뉴를 확대해나간다. 일례로 프리미엄 베이커리 '베즐리'는 제주 당근을 활용한 '제주 당근 케이크'를 3월까지 한정 판매하는 식이다.
그룹 계열사 유통망도 적극 활용한다. 현대백화점은 당근 소비 촉진을 위한 상생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 18일까지 경인·충청 지역 12개 점포 식품관에서 '농가 돕기 당근 상생 특가전'을 열고 제주 왕 당근을 할인한다.
또 백화점 우수 고객용 라운지에서도 제주 당근을 활용한 디저트를 제공하는 등 당근 소비를 늘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 이외 현대홈쇼핑은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채널 '쇼라'를 통해 '제주 당근 산지 라이브' 진행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농가와의 상생 활동에 나선 것은 2014년부터다. 그해 양파 가격이 폭락하자 과잉 생산한 양파 800톤을 전량 매입해 대만에 수출했다. 이외 전남 무안 양파, 충남 서산 감자, 강원 화천 산천어를 매입하며 가격 폭락 등 예기치 못한 농가와 지역 경제 사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당근 매입을 통해 제주 당근 농가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고객에게는 고품질 당근을 활용한 여러 메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식자재 경쟁력도 높이는 상생 활동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