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슬아 논설위원, 작가·컨텐츠 기획자

송하슬아 논설위원
송하슬아 논설위원

무거운 몸과 사투를 벌이던 12월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12월 31일과 다음 해 1월 1일은 고작 24시간 차이인데 느낌은 사뭇 다르다. 연말까지는 왠지 마음이 무겁고 무기력했는데, 1월 첫 주부터는 계획을 세우고 의욕적으로 살아야 할 것만 같았다.

우선 사소한 습관을 개선해 보기로 결심했다. 첫째,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몸을 바로 일으킬 것과 둘째, 출근 시간에 지각하지 않기, 셋째, 계획한 것을 실천하는 것. 새로운 결심이라는 긴장감 덕분인지, 첫 번째 월요일은 평소보다 출근 준비를 빠르게 끝내고 집을 나섰다. 평소보다 15분 일찍 도착해 기분이 좋아서 마치 오늘 하루가 순조롭게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으악!”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업무에 가장 기본이 되는 노트북을 두고 나왔다는 걸 알아차렸고,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금요일에 재택근무를 했으니 그다음 근무 날에는 반드시 회사 노트북을 챙겨야 했다. 그런데 노트북이 없어 새 마음으로 정갈하게 업무를 시작하려던 월요일 오전은 일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곳은 나흘 사무실 출근, 하루 재택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매일 회사로 출근하는 게 상식인 시대에 살다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원격 근무 형태를 도입하며, 근무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노트북을 깜빡한 해프닝은 직장생활 이래 처음 겪는 일이었지만, 나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한둘은 아닐 것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재택근무를 경험한 근로자 수는 96만 명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만 명에서 3년 새 10배 넘게 증가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회사 업무를 개인 PC로 처리할 수 없어 나는 노트북 가방을 늘 챙겨 다닌다. 한 손으로 들기에 꽤 무거워서 편도 1시간이 넘는 혼잡한 출퇴근길에는 매우 번거로운 편이다. 그럼에도 재택근무를 하는 날은 늘 기대가 되는데, 요즘같이 한파나 대설주의보 등 궂은 날씨에도 집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근 준비와 이동 시간을 절약해 더 쉴 수 있고,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개인 시간으로 맘껏 사용할 수 있다. 또, 매일 정시 출근 때문에 번잡한 버스와 지하철 속을 하루쯤 벗어날 수 있다는 심리적 해방감도 든다.

반면, 각자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이전과 다른 불편함도 있다. 회의할 때의 시너지가 대면 미팅보다 적다고 느낀다. 협업이 필요한 것은 한 공간에서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빚어지는 ‘맥락’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 점이 직원들 간 발전적인 의사소통을 저해할 뿐 아니라, 팀 분위기에 중요한 유대감 형성에 방해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업무 환경의 변화일 뿐 업무방식이나 업무량에는 이전과 유사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을 하려면 장시간 구부정한 자세로 책상에 앉아야 한다. 집에 업무용 의자와 책상이 이미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미국의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사무실에 출근해 매주 최소 40시간 근무해야 한다”라고 발언한 사실이 논란이 된 적 있다. 필자는 재택근무가 이미 익숙해져서 이제는 주 5일 출근제를 상상하면 벌써부터 피로감이 밀려온다. 사무실 출근과 원격 출근, 어떤 선택이 적절할까?

근무 방식의 변화는 생산성을 중시하는 회사와 직원 사이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동 시간의 포함 여부부터 생산성을 측정하는 기준이 다르다. 평균 1시간 이상 통근하는 근로자의 경우, 재택근무를 할 때 준비 시간과 이동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혼잡한 출퇴근길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어 편리함을 느끼기 때문에, ‘일’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생산성이 높아져 재택근무가 도움이 된다.

반면, 회사는 원칙대로 근무 시간의 ‘일’ 측면에서 직원의 심리적 만족도나 피로도는 간과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근무지에서의 태도나 조직의 운영 및 관리 측면에서 이전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직원들을 일할 맛 나게 하려면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까? 회사가 생산성을 어떤 측면에서 정의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본다. 회사가 근로자의 만족도, 업무 수행 방식, 업무의 능률을 중요하게 본다면 근로자가 더 편한 곳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집에 노트북을 두고 온 날 아침에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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