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연대,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소송
아난티, 최대 매출에도 상장 후 무배당 고수
'주주환원' 없는 경영에 2년 새 주가 31% 하락
지배구조 평가서도 낙제점..업계 "주주와 소통해야"

부산 기장면에 위치한 '빌라쥬 드 아난티' 전경./사진제공 = 아난티
부산 기장면에 위치한 '빌라쥬 드 아난티' 전경./사진제공 = 아난티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호텔·리조트 전문 기업 아난티가 20년 넘게 무배당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이 아난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몇년간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하락세를 띄고 있어,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차원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아난티 소액주주연대는 지난주 청주지방법원에 사측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등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지난달 사측에 최신 주주명부를 내용증명으로 요청했으나 지난 2022년 기준으로만 보유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은 상황에서 원하는 시점의 주주명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이번 소송을 통해 최신화 된 주주명부를 확보한 후 온·오프라인으로 주식 위임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난티 소액주주연대는 이와함께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 주주제안을 위해 주주들의 의견을 오는 14일까지 모으고 있다. 

주주연대가 소송과 위임장 확보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사측에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아난티는 창사이래 최대 연매출인 '1조원' 달성을 앞두고 있으나, 여전히 주주환원에 미흡한 상황이다. 실제 아난티는 1996년 코스닥 시장 상장 후 단 한번도 배당을 시행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11월 66억 규모의 자사주 100만주를 소각했으나 총 발행 주식의 1.09%에 불과해 소액주주들에게 '생색내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장호 아난티주주연대 대표는 데일리임팩트에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가 부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지분 결집 정도에 따라 경영진 교체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아난티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11일 기준 소액주주 결집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양도 받은 위임권을 포함 4.83% 지분을 보유 중이다. 상법상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식이 0.1% 이상이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난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소송 관련해서 아직 소장을 전달받지 않았다"며 "주주명부 열람권은 법령 하에 법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소장이 확인되는 대로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1조 달성 눈앞인데...주가는 오히려 30% 넘게 하락

저조한 주주환원 뿐 아니라 실적과 주가의 괴리감 역시 아난티 주주들이 사측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다.

실제 아난티의 매출은 꾸준히 늘었다. 지난 2021년 2198억, 2022년 3253억원의 매출액을 실현했고,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아난티 매출액이 9340억원을 기록, 1조원을 눈앞에 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난티는 지난 2021년부터 리조트 분양 사업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매출이 급증했고 특히 올해는 지난 7월 부산 기장군에 오픈한 '빌라쥬 드 아난티' 분양이 늘어면서 호황을 띄고 있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에 비해 저조했다. 최근 소액주주연대의 주주명부 가처분 소송에 따른 기대감에 주가는 이틀간 상승세를 보였으나, 지난 2년간(2022년 1월 10일~2024년 1월 10일까지) 주가는 31% 가량 하락했다.

(2022년 1월 10일~2024년 1월 10일) 아난티 주가변화 추이./ 디자인 = 김민영 기자
(2022년 1월 10일~2024년 1월 10일) 아난티 주가변화 추이./ 디자인 = 김민영 기자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늘 실적과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이어지는 호실적에 배당도 없는 상장사에서 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사측이 주주들을 위해 최소한 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측이 주가 관리를 위해 아예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66억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했고, 지난해 5월에는 보유 중인 180억원 규모의 자기 전환 사채를 소각했다. 

또한 이만규 아난티 대표이사는 지난달 종무식에서 2024년 슬로건을 ‘성장 동력 강화 및 고객·주주가치 제고’로 내세우고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논의하며 기업과 주주의 상생을 도모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난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 구체적인 배당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주주들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는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주들과 함께 주주 환원 정책을 논의하고 상생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티의 '선택적 ESG'? '환경'만 신경 쓰고 '주주'는 어디에? 

낮은 주주환원율은 아난티가 추진 중인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경영과도 상반된다.

ESG는 국민연금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시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으며,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자체 평가모델이나 타 평가기관의 ESG 등급을 활용해 투자기업을 선정하거나 비중을 결정하고 있다.  

아난티는 ESG 가운데 '친환경'에는 힘쓰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객실에 비치하는 ‘어메니티’를 친환경으로 전환했고, 자체 개발한 생분해성 용기에 고체 타입의 샴푸와 컨디셔너, 페이스·보디워시를 제공 중이다.

또한 지난 7월 개소한 부산 기장면 '빌라쥬 드 아난티'에는 모든 객실에 에어컨 없이도 냉난방을 할 수 있도록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천장과 바닥에 온수를 순환시키는 설비를 설치했다.

이 대표는 빌라쥬 드 아난티 기자간담회에서 "아난티는 ESG에 진심인 회사"라며, 친환경 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주주환원과 관련된 지배구조 평가에선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해 아난티는 한국ESG기준원 ESG 평가 중 지배구조 부문에서 D등급을 받았다. 이는 7개(S~D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며, 아난티는 3년 연속으로 지배구조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지배구조 평가 시 항목 중 상장사의 주주환원율도 가점 항목으로 포함된다. 하지만 아난티의 경우 상장 후 단 한번도 배당이 이뤄지지 않아 해당 항목에서 가점을 받진 못한 상황이다.

ESG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주환원책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시 고려하는 ESG 요소 중 하나"라며 "사측이 주주환원에 비협조적이라면 ESG를 고려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연대와 협력해 배당 및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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