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우현 논설위원, 한불협회 회장, 전 주 프랑스 공사 겸 문화원장, 전 숙명여대 객원교수

손우현 논설위원
손우현 논설위원

역대 가장 많은 선거가 열리는 2024년, 새해 벽두부터 연말까지 68개국에서 각종 선거가 치러진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에 의하면 이들 국가에 거주하는 인구수는 지구촌 인구의 절반인 41억 명이며 1792년 프랑스에서 보통선거(당시에는 남성만 참여)가 시행된 이래 최다 인구가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13일 실시될 대만 총통 선거는 양안 관계뿐 아니라 미·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미·중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될 공산이 큰 11월의 미국 대선은 초강대국 미국의 세계 정책은 물론 자유민주주의의 장래를 결정짓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대만 선거는 가치, 기술, 해양을 둘러싸고 격화되는 미·중 패권경쟁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친미·독립 노선을 내세운 여당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와 친중 노선을 내세운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67) 후보가 3%포인트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제3 후보인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64)도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11월 허우유이와 커원저가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면서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만 민영 방송 TVBS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반중 성향 라이칭더 후보 지지율이 33%, 친중 허우유이 후보는 30%, 중도로 분류되는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24%다. 대만 총통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가 당선된다. 임기는 4년이며 1회 연임이 가능하다.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새해 들어 연일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통과하고 있어 대만의 안보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는데 이는 친중 허우유이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11월 5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 대통령(81)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 두 노장의 ‘리턴 매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8월 19~22일 ‘민주당 텃밭’인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될 전망이다.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의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은 이변이 없는 한 확실시되고 있다.

공화당 경선은 6월까지 주(州) 별로 코커스(당원대회) 또는 프라이머리(일반 유권자에도 문호를 개방하는 예비선거)로 치러지는데,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로 그 대장정을 시작한다. 공화당 경선은 캘리포니아(대의원 169명)와 텍사스(대의원 161명) 프라이머리를 포함해 16곳에서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3월 5일)이 중대 분수령이 될 것 같다. 그날 하루에 걸린 대의원 수는 874명으로, 공화당 전체 대의원의 약 36%에 달한다.

이후 3월 12일 조지아·하와이·미시시피·워싱턴 4개 주, 3월 19일 애리조나·플로리다·일리노이·캔자스·오하이오 5개 주, 3월 23일 루이지애나까지 경선을 치르면 공화당 경선은 대의원수 기준으로 약 70%를 마친다.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단 각종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으로 독주하고 있다. 지난 6일 미 ABC방송 산하 여론조사 기관 ‘538’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공화당 주요 경선 주자 중 트럼프의 지지율은 61.8%, 디샌티스는 12.1%, 헤일리는 11.2%, 라와스와미는 4.8%다. 지난주 로이터 통신이 입소스(Ipsos)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바이든-트럼프가 대결할 경우 트럼프의 지지율은 38%, 바이든은 36%, 부동층은 26%로 집계됐다.

미 연방대법원은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시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올해 대선 후보 출마 자격이 있는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연방대법원은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트럼프가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에서 한 역할 때문에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판결한 사건에 대한 트럼프의 항소를 받아들여 첫 재판을 다음 달 8일 열 예정이다. 이에 대한 결과는 2월 말 전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대법원은 사상 처음으로 "반란에 가담한" 사람의 공직 취임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14조 3항의 의미와 적용 범위를 검토하게 된다. 1868년 남북전쟁 직후 채택된 이 조항은 적용 사례가 매우 적으며 연방대법원이 해석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연방대법원 판사 9명 가운데 6명이 보수 성향이며 그중 3명은 트럼프가 대통령 시절 임명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고 유권자들에게 최종 판단을 맡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더 큰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대통령 재임 중에 실시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자신의 형사상 면책특권 적용 여부를 가리는 워싱턴DC 항소법원 재판에 출석했다. 트럼프는 1·6 사태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 면책 특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기각해줄 것을 연방 법원에 요청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항소법원 판사 3명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주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이며 결국 이 사건도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재선 여부는 미국이 이끄는 현존 국제질서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기치 아래 ‘거래외교’(‘transactional diplomacy’)를 펴 온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꿰뚫는 핵심 코드는 미국이 패권국가로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 온 동맹 관계와 현존 국제질서를 고수하는 데 따르는 의무와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는 대부분의 서방 지도자들과는 달리 지구 온난화라는 현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195국이 비준했던 파리기후협약이 “미국에 불공평하며 미국민들에게 손해를 준다”며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은 유네스코(UNESCO), 유엔인권이사회(UNHRC),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탈퇴했다.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시도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현대사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기수 역할을 해온 미국의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6의사당 폭동 3주년 전날인 지난 5일 첫 유세에 나선 바이든은 트럼프를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에 대한 투표”(“democracy is on the ballot”)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연방 법무부를 무기화(weaponize)해 정적을 공격하고 있는’ 바이든이야말로 진짜 위협이라고 반격했다. 뉴욕타임스는 경제, 낙태권, 후보자의 고령 등이 논의돼야 할 대선에서 미국의 250년 된 정치 제도가 이슈가 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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