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논설위원,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

김용호 논설위원
김용호 논설위원

새해가 밝았으나 올해 국제정세 전망은 밝지 못하다. 최근 전 세계는 과거에 보기 힘든 2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을 치르면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모두가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하고 있으나 이 전쟁들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북한의 핵 위협 증대 속에 한반도는 강 대 강 대치상태가 이어져서 불안하다. 미중을 비롯한 각국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정세가 이처럼 불안정한 근본적인 원인은 최근 들어서 자유주의 국제정치경제질서를 수호하던 미국의 힘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3년 전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이 재집권한 것은 미국의 힘이 약화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런데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국제사회에서는 힘의 공백이 생기면 이를 메우려는 힘이 작동하게 된다. 미국의 상대적인 하락을 틈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하마스 등이 기존의 국제질서나 지역질서를 변경하려고 시도함으로써 분쟁과 갈등이 많아지고 있다. 러시아와 하마스는 미국의 군사적 직접 개입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각각 무력으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침공한 것이다.

한편 미국은 상대적으로 약화된 국력을 회복하기 위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따라 자유주의 경제노선을 보류하고 연방정부가 반도체, 2차 배터리 등 제조업 부흥에 직접 개입하는 신중상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이나 투자를 규제하는 보호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바람에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도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옹호하는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진영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소위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state)들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국제사회는 커다란 전환기에 놓여있는데 새로운 질서가 구축될 때까지 당분간 협력보다 갈등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제정세를 좌우하게 될 5가지 이슈(우크라이나 전쟁, 하마스 전쟁, 북핵 문제, 미중 경쟁, 미국 대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시간은 러시아 편

우크라이나 전쟁은 양측이 서로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는 교착상태가 예상된다. 한쪽이 일방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고, 전쟁을 이끄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등이 쉽게 물러설 수 없기 때문에 조기 종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종전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전투는 계속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우크라이나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 덕택에 러시아의 공세를 막아냈지만 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피로감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달에 바이든 행정부가 제출한 614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대한 의회의 승인이 공화당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또 이스라엘-하마스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한편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지지가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입대자가 줄어들어 병력 보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간은 러시아 편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점령지를 인정받고 전쟁을 끝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후에도 갈등 치열할 이스라엘-하마스

올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전후 처리문제로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경제난, 국제여론 등을 의식하여 올해 전반기에 전쟁을 종결한 후 당분간 가자지구를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방안을 선호하지만 가자 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파, 하마스-파타가 내전을 치른 후 가자 주민들은 파타가 장악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1993년에 합의한 이스라엘국가와 팔레스타인 국가가 공존하는 ‘두 개의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인데, 이번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인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한편 이번에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함으로써 반이스라엘 비국가 테러집단(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친 이란 민병대 등)이 새로운 기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을 후원하는 이란이 직접 지원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란이 이들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테러집단들의 대규모 무력 도발이 재발한다면 이스라엘-이슬람국가들 간의 관계 개선 노력이 지연될 것이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슬람 산유국들의 석유 이후의 국가 발전 프로젝트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을 맺어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수단, 모로코와 외교관계를 수립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위해 교섭 중이었으나 하마스 침공으로 중단되었다. 최근 들어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이슬람 산유국들이 석유 이후 시대에 대비하여 네옴시티를 비롯하여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평화공존을 추구하였다. 또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하여 사우디아리비아는 중국과 협력을 모색하였다. 그리하여 작년 3월에 중국의 중재로 7년 만에 사우디아리비아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였다. 양국은 2016년에 사우디 정부의 시아파 성직자 처형 사건으로 국교가 단절된 바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 이 지역에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 이슬람 세계의 주도권을 다투는 사우디와 이란 간의 경쟁, 그리고 반군들의 준동이 계속될 것이다.

   북의 도발, 달라지지 않을 중국과 러시아

올해에도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계속될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뉴 노멀(New Normal)이 되고, 외교적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는 정치적 수사로만 남아 있다. 지난해에 북한이 30여 차례에 걸쳐 핵탄두 미사일 실험 발사와 함께 우주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핵 위협을 증대시켰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한미일 간의 협력이 강화되었다. 한미 양국은 핵협의그룹(NCG)을 발족시켜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한 방어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북핵에 대비하여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통합하는 전략을 도입한 결과다.

과거에는 미국의 핵우산과 한국의 재래식 무기가 별도로 운용되었으나 이제 양자를 결합해 북한의 핵공격에 대응하는 체제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미일 3국이 북한의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체제를 도입하고, 작년 10월에는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미국의 전투기와 한국과 일본 전투기가 사상 처음으로 합동훈련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한미일의 안보 협력에 대응하여 북중러의 연대도 강화되고 있다. 작년에 푸틴과 김정은이 러시아의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중국은 신중한 태도이지만 반미연대인 북러 협력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북한이 유엔 결의안을 무시하고 미사일 실험 발사 등을 감행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두둔하고 있어 유엔이나 국제사회가 평화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길이 막혀버렸다.

올해에도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대치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중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북 도발을 우크라이나전쟁에 어떻게 이용할까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한편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북 도발 활용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다. 만약 북한의 도발이 중러의 지지나 부추김을 동시에 얻는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미중, 올해에도 ‘관리된 경쟁’은 여전

올해 미국과 중국은 소위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관리된 경쟁 정책을 추구하는 이유는 첫째, 중국 경제의 지나친 침체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특히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미국 경제를 반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과 무역, 투자 등을 하는 미국 기업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중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로 인해 시진핑이 예상하지 못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양국 간의 군사 채널을 열어놓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년 6월 이후 미국의 국무, 재무, 상무 장관의 방중에 이어 11월에 바이든-시진핑 간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미중 정상간 핫라인 개설,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 고위급 소통 등 군사대화 재개에 합의하였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 정책, 중국의 수출 부진, 내수 부족, 부채 문제, 인구 절벽 등으로 인해 중국경제가 단기간 내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미국은 올해에도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여 공급망 재편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작년에 설리번(Jake Sullivan)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제시한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small yard, high fence)’ 정책에 따라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기술 산업 분야 대중 수출과 투자에 대한 규제는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협력 강화를 포함하여 소다자주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으로 본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쿼드(Quad), 미국, 호주, 영국이 참여하는 오커스(AUKUS) 등을 발전시키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를 발족시켜 경제적 연대를 강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되면 미의 대외정책에 큰 변화

올해 11월의 미국 대선 결과는 국제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 바이든, 공화당은 직전 대통령 트럼프가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여서 금년 대선이 2020년 대선의 리턴 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바이든은 81세라는 고령 리스크와 아들의 세금 포탈 혐의 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있고, 트럼프는 2개 주 대법원으로부터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받는 등 수많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제 바이든과 트럼프가 최종 후보로 대선에서 경쟁하는 것을 전제로 양자의 대외 정책 관련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해 보자. 양자가 모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대중 견제 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 다 미국의 국력이 회복되어야 글로벌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미국 내 반중 정서가 높고, 또 중국의 도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대중 견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런데 바이든은 파트너 국가와 협력하여 대중 견제에 나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중국 경제와 전면적인 디커플링(decoupling)보다 주로 첨단기술 산업 분야 위주로 규제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한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력할 수 없지만 기후변화 등을 비롯한 필요한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패배한 원인이 중국 발 코로나19 때문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중국 때리기‘를 심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동맹을 중시하지 않고 일방주의적 성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미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맹국들에게 부담을 늘리도록 요구할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조속한 종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트럼프는 대외정책 수립이나 집행에서 보좌관들의 조언에 의존하기보다 본인의 판단에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정상회담을 통한 외교 문제 해결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 비상임국 한국은 무엇을 어떻게?

올해 우리 정부는 북핵 위협,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중 경쟁, 그리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국제정세의 연속성과 변화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올해 1월 1일부터 우리나라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의 임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전 세계의 모든 이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따라서 세계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참신한 메시지와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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