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회장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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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COP28 결과 공유 대국민 포럼’이 코엑스에서 있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 대사는 “기후총회는 유엔총회와 다보스포럼, 그리고 CES(세계최대가전, IT전시회)가 결합된 장소가 되기 시작했고, 기후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이 산업계의 핵심 주제가 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모든 당사국은 지구 온도 1.5℃ 억제 목표 달성에 예외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11월 30일 시작해 폐막 예정일을 하루 넘긴 이달 13일 폐회되었다. 총회를 앞두고 비관적인 얘기들이 무성했다. 총회를 주관하는 의장(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면서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OPEC(석유수출국기구) 등 산유국들이 거세게 반발해 실력 행사(감산)에 돌입한다는 소문과 함께 대형 석유회사 로비스트 2500여 명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훼방을 놓을 것이라는 등이다. 총회의 핵심은 최종 합의문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문구를 넣는 것과 2015년 파리협약(COP21)에서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이만큼은 줄이겠다고 당사국 별로 약속하고 서명한 숙제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검사하는 제1차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GST)’ 결과물이 어떻게 나오느냐였다.

먼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라는 문구는 일정을 하루 미루면서까지 논의한 3차 수정안에서 겨우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 from fossil fuel)’으로 대체하는 수준에서 매듭되었다. 목적한 문구를 넣지는 못했지만, 기후 위기가 화석연료로부터 왔으며, 이제 방향이 전환되어 가고 있음을 국제사회가 공식화한 것에 역사적 의의를 두자고 다수의 언론은 위로했다. 두 번째 핵심 과제인 GST 중간평가는 예상대로 낙제점이었다.

그러나 파리협약 이전 암울했던 4℃ 상승 예측과 비교하면 제출된 국가별 감축 목표 이행으로 2.1~2.8℃까지 억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전체 196개 항으로 된 ‘전 지구적 이행점검 결정문(Global Stocktake Draft Decision)’이 발표되었다. 핵심 조항인 제28항을 살펴보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배출 감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당사국마다 다양한 상황에 따른 경로와 접근 방식을 고려해 파리협약에서 약속한 전 지구적 노력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증대, 에너지 효율성 2배 개선 2)저감장치 없는(Unabated)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 3)2050년까지 무탄소 및 저탄소 연료달성 노력 강화 4)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으로 2050 탄소중립 달성 5)무탄소 및 저탄소 기술개발[재생에너지, 원자력,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 저탄소 수소)] 6)2030년까지 비(非) 이산화탄소, 특히 메탄 배출 감축 7)저배출 및 무배출 차량 보급, 충전시설 확충 등을 통한 수송 분야 배출 감소 8)화석연료 보조금 조속한 철폐(Phasing out). 이렇게 8개의 에너지 전환 패키지가 포함된 결정문에 198개 당사국이 최종 합의했다.

그간 어렵게 진행되어오던 ‘손실과 피해기금(Loss and Damage Fund)과 운용방안’이 개회 첫날 합의되면서 7억9000만 달러(약 1조 원)가 모금된 것은 큰 성과다. 또 하나의 성과는 세계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1%를 차지하는 농식품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과 탄력성있는 식품시스템 기후행동에 대한 선언’이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약 7억3890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어 식량 증산이 불가피하나, 이는 온실가스 배출 증대로 이어지게 되니 식량안보와 기후목표가 충돌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를 극복하고자 농식품 관련 기후행동 로드맵(2025년까지 기후 스마트 농업과 식품시스템 혁신을 가속화)을 발표한 것이다. 1995년 베를린 총회 이래 처음으로 FAO가 합류하게 되었다.

이렇게 회차가 거듭되면서 긍정적인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그동안 당사국들이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추적·확인·개선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기후변화가 실제 상황임을 자각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를 열심히 해나가야 한다.

첫 번째가 2024년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격년 투명성 보고서(BTR)’다. 이 문서는 온실가스 배출량·흡수량·감축 목표 이행과 달성현황 등을 담게 됨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작성해야 하며, 내년부터는 2년 주기로 제출한다. 두 번째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COP30 개최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손실과 피해기금’에 얼마를 공여해야 할지 국제적 위치(세계 10위 경제국, 온실가스 배출 8위)를 염두에 둔 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탄소중립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재원의 마련이 관건이다. 따라서 국회는 사려 깊은 전문성으로 예산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지역구 쪽지예산으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지난해 활주로 이용률 0.1%) 몫으로 책정된 75억 원이 막판에 100억 원으로 늘어났다고 한다(조선일보, 23일). 그런가 하면 국가 기후목표에 일조하는 신기술(NET), 신제품(NEP), 우수재활용제품(GR), 재제조제품의 기술개발 촉진, 판로 및 산업융합 신제품 시장 출시지원에 12.39억 원(감액분) 증액을 요청했으나 논의조차 없었다.

어쩌다 보니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돌아보니 후회투성이다. 받아주려는지 모르지만, 그간 기후변화에 일조한 잘못을 이야기하며 화해하고 싶다. 이참에 비난만 늘어놓은 필자의 졸필을 어쩔 수 없이 읽은 분들께도 정중히 화해를 청한다. 새해에는 좀 더 밝고 희망찬 글을 쓰려고 애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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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8 :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제28차(Conference of the Parties)

*COP30: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제30차(2025년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 예정)

*CES: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가전, IT 전시회(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파리협약: 파리에서 열린 COP21(2015년 12월 12일)에서 195개 당사국이 ‘교토의정서’(2020년 만료)를 대신해 체결한 구속력(국제법) 있는 새 기후변화합의서. ‘새로운 기후이정표’임.

*FAO: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BTR: 격년 투명성 보고서(Biennial Transparency Report)

*NDC: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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