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훈 논설위원, KBSI 분석과학마이스터

이석훈 논설위원
이석훈 논설위원

2022년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압도적 1위는 암이다. 4명 중 1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은 셈인데, 1983년 통계가 시작된 이후 부동의 사망원인 1위를 이어오고 있다. 40대 이후의 모든 연령층에서 사망원인 1위가 암이지만, 심각한 것은 최근 들어 젊은 연령층의 암 사망률이 연령대별 사망원인의 1~3위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암 예방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암이 환경적인 요인으로 40대 이후 주로 나타나는 질병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암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전보다 쉽게 치료된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경제발전과 더불어 서구화된 식생활 변화에 따른 육류 및 가공육의 섭취 기회가 늘면서 슬그머니 우리 곁에 찾아온 암살자를 의식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암 발생 원인이 유전적인 것보다 흡연, 음주 등의 생활습관 외에 감염, 방사선 노출, 호르몬 등 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환경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겠지만, 식생활 또한 약 30%의 암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과다한 염분 섭취, 채소 위주의 전통적인 식생활 방식에 고칼로리 및 고지방식 식단이 더해지면서 초래된 식단의 부조화가 그 원인이 아닐까 한다.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캠핑이나 실내 식당에서의 바비큐 파티는 생각만 해도 마냥 행복해진다. 잘 구운 고기 한 점을 얹고 짭짤한 쌈장을 살짝 바른 상추쌈을 입에 넣으면 그 자체가 행복이고, 여기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덕담을 주고받으면 그야말로 즐거움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기만 한 상추쌈 한 점이 발암물질 덩어리라고 생각하면 순식간에 천국은 지옥으로 변하게 될 것이고, 가족들이나 지인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만든 자리가 빨리 죽자고 만든 자리가 되어 그 억울함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맛 나는 고기를 잘 익혀 채소와 함께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했는데 웬 뜬금없는 발암물질 타령인가 의아하기도 할 것이다. 상추쌈을 들여다보면 각종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 당장 암으로 전개될 정도의 양도 아니고, 적당히 먹었을 땐 우리 인체의 면역기능으로 대부분 해소되겠지만, 반복 축적되었을 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가열로 고기가 검게 타면 벤조피렌(benzopyrene)이라는 물질이 생성된다, 벤조피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물질로 인체에 축적되면 각종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다.

쌈장에 들어가는 된장에는 바이오제닉 아민(biogenic amine)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이 물질은 콩, 우유 등 단백질이 발효될 때 발생하는 질소화합물로 설사와 복통을 유발하는 히스타민과 고혈압을 유발하는 티라민이 포함되어 있어 미국 식약청(FDA)은 히스타민 안전 기준을 500mg/kg 이하로 정하고 있다. 히스타민과 티라민은 80℃ 이상에서 1시간 이상 가열하거나 위장 내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 발암물질이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된장이나 청국장을 끓일 때 충분히 육수를 익힌 후 위 재료를 넣고 빨리 조리하기를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된장의 기본이 되는 메주에 아플라톡신(aflatoxin)이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 물질은 쌀, 콩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농산물의 발효 과정에 곰팡이가 배출하는 대사산물로서 독성이 매우 강하여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지난 10월 국내 한 식품업체가 판매하던 ‘국산볶음땅콩’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아플라톡신이 검출되어 회수 조치에 들어간 적도 있다.

쌈으로 먹는 고기와 채소의 조합은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이라는 발암물질로 전이되는 유해물질을 생성한다. 채소에 들어 있는 질산염(nitrate, NO3-)은 체내에서 환원되어 아질산염(nitrite, NO2-)이 되고, 이것이 고기 단백질의 일종인 아민과 반응하여 니트로소아민을 생성한다. 더군다나 상추는 시금치, 배추, 파슬리, 무, 비트 등의 채소와 함께 질산염이 많이 포함된 대표적인 녹색 채소여서 니트로소아민의 생성 가능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채소에 들어 있는 질산염이 과연 문제일까? 결론적으로 그렇지는 않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채소에 든 질산염은 혈전 억제, 고혈압 예방(K보다 Na 배출 효과 100배), 심장과 혈관 상태 개선, 녹내장 발생률 감소, 혈류 조절 능력 상승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국제식량기구(FAO)의 질산염 일일섭취허용량(ADI, 218mg)의 2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단에 비해 채식을 위주로 하는 한국인은 일일섭취 허용량의 3~4배 많은 질산염을 매일 섭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소에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데 육류를 더하면서 니트로소아민의 생성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또 다른 의문이 남는다. 건강에 좋다고 먹은 채소가 고기를 만나 발암물질을 생성하는 원인이 된다면 고기를 먹을 때 좋아하는 상추나 배추를 함께 먹지 말아야 하는지, 아니면 질산염이 적은 채소를 선택해서 먹어야 하는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유식을 만드는 엄마들이 고기와 채소를 같이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질문들이 인터넷에 종종 올라오고 있어 그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평소에 질산염 일일섭취 허용량의 몇 배를 섭취하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경우 질산염 함량이 높은 상추(1300~1400ppm)나 배추(1500ppm)보다는 함량이 낮은 부추나 들깨잎(5~200ppm)을 선택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2008년 ‘채소의 질산염 감량기술 개발’ 연구에 따르면 가공에 따른 질산염 함량은 섭씨 100℃에서 가열 처리로 가열시간이 길어질수록 감소되었다고 한다. 채소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20분 가열로 3.5~5배 정도 함량이 감소했다. 또한 채소를 튀기거나 볶았을 때 즉, 고열 처리 방법이 질산염 감소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유식을 만들어야 하는 엄마들의 고민도 어느 정도 해결 방안이 보인다.

식생활 패턴의 변화에서 심각한 것은 소시지나 햄과 같은 축산물 가공식품에 상당한 수준의 니트로소아민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암 발생 위험이 18%로 높아진다고 경고하며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가공식품에 니트로소아민이 직접 첨가되지는 않지만, 보존제로 첨가되는 아질산염 화합물이 가공육과 반응하여 상당량의 니트로소아민을 생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소시지나 햄은 쉽게 접할 수 있고, 요리가 간편하고, 고기에 비해 부드러워 어린이부터 청소년, 어른 등 연령층과 관계없이 다들 좋아하는 식품이라 소비가 급증하고 있기에 우려가 커진다.

일찍이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음식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병을 만들지 않는 균형 있는 식습관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가는 비결이라 고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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