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논설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논설위원
권오용 논설위원

올해도 미국의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금요일)와 ‘사이버 먼데이'(추수감사절 연휴 다음의 월요일)에 지갑을 활짝 열었다. 어도비의 마케팅 분석 솔루션인 어도비 애널리스틱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블랙프라이데이에 98억 달러(약 12조 8000억 원), 사이버먼데이에 124억 달러(약 16조 원)어치를 구매했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9.6%와 7.5%씩 증가했다. 또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된 연휴 5일간 쇼핑을 위해 매장을 찾거나 온라인 쇼핑을 한 사람은 2억 4000만 명에 달했다. 지난해 1억 9870만 명을 넘어선 사상 최대치였다.

반면 블랙프라이데이와 함께 진행되는 세계 최대의 기부장려 캠페인 ‘기빙튜즈데이’는 그 증가세가 크게 꺾여 대조를 이뤘다. 올해 기빙튜즈데이 기부금은 지난해보다 약 0.6% 증가한 31억 달러(약 4조원)였다. 중요한 변화는 참여자 수이다. 기빙튜즈데이는 기부만 하는 것을 표방하지 않는다. 기부 외에도 자원봉사 등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기빙튜즈데이 행동요령 중 하나로 포함시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올해 참여자는 약 3400만 명, 지난해보다 10%나 감소했다.

 

기빙튜즈데이는 2012년 미국 뉴욕의 지역사회단체인 92Y와 국제연합재단이 시작한 자선행사이다. 큰 소비가 일어나는 추수감사절 다음 화요일에는 가족을 넘어 이웃과 사회에 사랑을 베풀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블랙프라이데이가 나를 위한 소비라면 기빙튜즈데이는 남을 위한 소비인 셈이다.

기빙튜즈데이는 이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150개국 이상으로 확산되어 전 세계적 자선행사가 됐다.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한 사람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그는 재임 중이던 2014년 직접 기빙튜즈데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성명을 발표해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다. 모금액은 바로 두 배가 됐고 메시지를 퍼나르는 멘션(인용)도 130만 회나 됐다. 오바마의 경우는 재정 지원이 아닌 관심만으로도 기부문화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던 기빙튜즈데이가 주춤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미국 내 많은 자선단체에서 기부금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기부통계 전문 기빙USA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인의 가처분 소득 대비 기부금의 비율은 1.7% 수준으로, 1995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부금 액수도 전년보다 3.4% 감소한 4993억 달러(약 650조 원)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0.5%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구호기구도 사정은 같다. 올 초 WFP(국제식량기구)는 251억 달러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연말까지 40%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분쟁과 재난은 늘고 있지만 경제사정이 어려워지자 각국 정부와 민간이 허리띠를 졸라 맨 탓이다. 올 한 해를 놓고 보면 기빙튜즈데이는 경기침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부금 모금은 정체됐고 참여자는 줄었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기빙튜즈데이는 없지만 사랑의 열매로 유명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말연시에 희망나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올해 목표액은 4349억 원, 나눔 목표액 1%가 사랑의 온도 1°로 표시되며 100°를 향해 나아가는 나눔의 대장정이다. 우리 경제도 어렵다. 기업과 가계가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경제가 기부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우리나라만큼은 기부가 경제를 선도해주면 좋겠다. 사랑의 온도가 100°를 훌쩍 넘고 그 참여와 열기로 어려운 경제도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작지만 올해도 사랑의 열매를 향해 지갑을 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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