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논설위원,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

김용호 논설위원
김용호 논설위원

지난달과 이달에 남·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남·북한의 우주 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발사한 뒤 이달 초 공식 임무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5월과 8월, 두 차례 실패 후 성공한 것인데, 앞으로 성능이 향상된 정찰위성을 조만간 추가 발사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많은 전문가들에 의하면 북한이 지난 8월에 실패한 후 3개월 만에 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은 러시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북러 간의 밀착이 남북한 우주 정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도 지난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반덴버그 기지에서 첫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한 후 지상 기지국과 통신에 성공했다. 우리 군은 이번 전자광학(EO)·적외선(IR) 위성 1기 발사에 이어 2025년까지 영상레이더(SAR) 위성 4기를 추가로 띄워 모두 5기의 군사 정찰위성을 운용할 계획이다. SAR(사)와 EO(이오)의 영문 음을 따서 ‘425 계획’이라고 이름 붙였다. 

   출처: 중앙일보, 『중앙선데이』, “한반도 정찰위성 경쟁,” 2023년 12월 9일, 8면.
   출처: 중앙일보, 『중앙선데이』, “한반도 정찰위성 경쟁,” 2023년 12월 9일, 8면.

<표 1>에서 보는 것처럼 남·북한은 자체 개발한 군사정찰위성을 가진 12번째 국가가 되었다. 이미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오래전부터 수많은 위성을 띄워 한반도와 동북아 상공에서 24시간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군사정찰 위성에 의존하였는데, 이제 독자적인 위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번에 남·북한이 거의 동시에 자체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동북아 우주 정보 경쟁’이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YTN, “앵커 리포트: 남북 정찰위성 차이점은?” 2023년 12월 4일. 
   출처: YTN, “앵커 리포트: 남북 정찰위성 차이점은?” 2023년 12월 4일. 

그런데 한미일과 북한 위성의 성능을 비교해 보면 북한의 위성정찰 능력이 크게 뒤진 것으로 판단된다. 정찰위성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도의 경우 미국, 일본, 한국의 군사 정찰위성은 30~50㎝급이지만, 북한이 이번에 쏘아 올린 만리경1호는 해상도가 3m급으로 군사적 용도로는 불충분하다. 해상도가 적어도 1m 이하가 되어야 사람과 차량을 식별할 수 있다. 북한당국은 지난달 28일 만리경1호가 미국 백악관, 국방부, 해군기지 등의 사진, 그리고 남한의 진해, 부산, 울산, 포항, 대구, 강릉 등 중요 표적 지역들을 촬영한 사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위성사진을 공개하지 않아서 과장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북한이 핵폭탄과 미사일을 개발할 때 낮은 기술 수준에서 출발하여 최근 고도화에 성공한 것처럼 군사위성 또한 지원과 인력을 집중 투입할 경우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우리의 위성정찰 능력은 지난 20년 동안 크게 성장하였다. 2004년 북한 룡천역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는데, 김정일을 태운 열차가 역 구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아리랑 위성이 찍은 사진으로 김정일의 유고 여부를 알려고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아리랑의 해상도는 6.6m였기 때문에 해상도 1m 미만이 기준인 군사 정찰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제 20년 만에 한국이 자체 개발한 군사정찰위성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 종류와 동선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주 경쟁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러시아가 전쟁 개시와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모든 지상 통신망을 파괴하자, 미국의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개발한 위성 통신망인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반격이 가능해졌다. 일론 머스크는 2018년부터 소형 위성 약 3000기를 우주에 보냈는데, 앞으로 위성 1만~1만2000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위성 통신망은 지상 통신망이 들어갈 수 없는 사막이나 산간지역 등에서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강대국의 우주 경쟁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을 때,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적국의 인공위성이 수시로 지나게 됐다”며 위기감을 느꼈다. 미국은 1년 뒤 NASA(항공우주국)를 창립해 우주 경쟁에서 소련을 능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결과 세계 최고의 우주개발국이 되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최근 일본에서 발생했다. 1998년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1호’가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하여 1단·2단 로켓이 동해와 일본 동부 태평양 지역에 떨어지자, 일본 사회는 큰 공포에 휩싸였다.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정부는 자체 정찰위성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현재까지 광학·레이더 위성 등 총 9기를 쏘아 올리며 대북 견제망 구축에 나셨다.

이번에 우리의 군사정찰위성 확보는 큰 의미가 있다. 첫째, 이번 위성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미리 파악하여 발사 전에 제거하는 우리 군의 공격체계인 ‘킬체인(kill-chain)’의 ‘눈“에 해당한다. 북한의 주요 핵과 미사일 기지를 감시하는 역할이므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한국의 우주 개발 역량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앞으로 발사체 기술 등이 보완되면 미국이나 외국의 우주기지 대신 우리나라에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 한국의 우주 공간 활용 분야가 넓어지는 것이다. 이미 이달 4일에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고체연료 발사체 3차 시험 발사에 성공하였다. 더욱이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100kg급 소형 영상 레이더(SAR) 위성을 장착함으로써 군과 민간 간의 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정찰위성 외에 통신위성, 기후위성 등을 개발하는 잠재력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남·북한의 군사정찰위성 확보는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를 심화시켜 주었다. 남·북한의 군사력 경쟁이 우주로 확대되면서 서로 상대방을 능가해야만 안전하다는 인식 아래 군비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우리의 우주 정찰 기술의 발전은 북한의 공격 기술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북한이 위성 탐지를 어렵게 만드는 지하 요새 구축,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잠수함 발사 미사일의 개발 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또 위성 자체를 요격하거나 먹통으로 만드는 기술의 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 그 결과, 남·북한의 군비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둘째, 남·북한의 정찰 기술이 발전할수록 상대방의 위협을 먼저 제거하는 능력이 높아짐에 따라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의 유인이 커진다. 북한의 위협을 탐지하고 우리가 킬체인을 사용하려 하면 북한이 먼저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안보 불안을 심화시킨다. 셋째, 위기가 고조되는 순간, 이 상황이 피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맞대응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군부 지도자나 정치지도자의 몫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이상 징후가 선제공격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군 통수권자의 몫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주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안보를 자동적으로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용기와 능력을 갖춘 정치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기술 혁신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 정치지도자가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를 해소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위협에 대항하여 SDI(미사일 방어체계), 일명 스타워즈(star wars)를 제창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중거리 핵전력폐기조약(INF Treaty)을 맺어 냉전을 종식하는 데 기여한 것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교훈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