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신용대출’, 9개월만에 증가세 전환
금리인하-심사완화 등 공급확대 필요성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와 혁신기업, 그리고 영세 중소기업의 ‘자금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는 기술신용대출이 유의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은행이 공급한 기술신용대출 잔액 및 공급 건수 모두 전월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올해 초 이후 무려 9개월여 만의 반등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증가세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소위 ‘상생압박’에 의한 일시적 회복세일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은행권 또한 건전성 관리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 기업 대상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취약기업들이 고금리에 신규 대출을 꺼리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원활한 자금 중개를 위한 금리 인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3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은행권의 대표적인 ‘착한 금융 상품’, 기술신용대출이 오랜만에 전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했다.

최근 국내 은행권 내부에서는 소위 ‘건전성 관리’의 측면에서 신용등급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벤처‧혁신기업, 또는 영세 중소기업 대상 자금 공급에 미온적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적극적인 상생금융 참여를 압박하는 흐름이 포착되면서 실제 은행들 역시 대출 전략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혁신기업 마중물’ 나선 시중은행

기술신용대출이란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담보나 신용이 떨어지는 혁신·중소기업에 기술력 또는 지식재산권(IP)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을 의미한다.

기술신용대출 공급을 받고자 하는 기업은 신용평가사 등을 통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의거한 기술신용평가(TCB)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후 은행은 이같은 TCB 등급 및 적정성을 확인 후, 기존 대출보다 우대금리를 적용한 다소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한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은행권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는 이같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공급건수와 잔액 모두 증가세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55조8901억원으로 전월(154조2690억원) 대비 1조6300여억원 가량 늘었다. 4대 시중은행 기준으로는 지난 7월 이후 두 달 연속 증가세 기록이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국내 기술신용대출 공급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기술신용대출 공급의 핵심축을 맡고 있다.

특히, 9월 대비 10월 증가폭 역시 전월(1조3000억원) 대비 3300억원 가량 확대했는데, 공급 건수는 37만175건으로 전월(37만420건)과 거의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43조1308억원으로 가장 큰 누적 잔액을 기록했다. 다만, 전월(43조2414억원)대비로는 1100여억원 가량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이어 KB국민이 38조1990억원, 하나은행이 37조8540억원, 우리은행이 36조6253억원 가량 공급했다.

전월 대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한 곳은 1200여억원 가량 공급 규모를 늘린 우리은행이었다. 공급잔액은 가장 작았지만,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그리고 기업대출 중심의 영업력 제고 노력이 기술신용대출 확대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 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술신용대출, 중기 대출 확대에도 영향

이러한 흐름은 현재 기술신용대출을 공급하는 국내 17개 은행으로 비교범위를 넓혀봐도 동일하게 포착된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에서 공급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9조1860억원을 기록, 전월(306조8107억원) 대비 2조3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또 기술신용대출 공급건수도 9월 말 기준 74만4670건으로 이 역시 전월 누적 공급건수(74만1771건) 대비 3000건 가량 확대됐다.

이밖에 기술신용대출 평가액(순 공급액)도 전월(228조8463억원) 대비 1조5000억원 가량 늘어난 230조3799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기술신용대출 공급건수와 잔액, 그리고 평가액까지 일제히 전월 대비 늘어났는데 이같은 흐름은 지난 2월 이후 약 8개월여만의 전환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권 내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월 이후, 지난 9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 사이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약 19조3000억원 가량 빠졌고, 공급건수도 83만6000여건에서 74만여건으로 9만건 이상 줄었다.

특히, 회복세로 전환된 기술신용대출 공급 확대가 국내 은행권 전반에서 공급된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세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 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98조원으로 전월(995.2조원) 대비 3.8조원 가량 늘어났다. 물론 전월 증가분(6.4조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지만, 지난 9월 추석연휴로 인해 결제성 자금의 대출 상환이 10월 초로 이연된데 따른 착시 효과라는 것이 한국은행 측의 설명이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마중물 공급 위한 지원도 필요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기술신용대출 문턱이 과거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만큼 마중물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1년 전인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은행권에서 공급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39조5072억원, 공급건수는 87만4900여건에 달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잔액은 약 40조원, 공급건수는 13만건 가까이 줄었다.

지난 1년 간 증감이 반복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자금수혈이 필요한 벤처 및 혁신, 중소기업이 기술신용대출을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재 5%대 중반대에 형성돼있는 대출 금리를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다.

기술 신용대출의 경우, 기존 중기대출 금리 대비 소폭 낮은 수준의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변동금리 방식이기 때문에 지표금리의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최근 코픽스(COFIX) 등 주요 지표금리의 상승으로 중기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에 따른 이자 부담을 느낀 기업 차주들이 대출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확대된다는 해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술신용평가(TCB) 심사 문턱이 높아지면서, 기술신용대출 신청이 가능한 기업차주 자체가 많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며 “다만, 최근 상생금융 기조에 발 맞춰 금리 인하 뿐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취약 중소기업 및 혁신기업 금융 지원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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