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 수준 예금금리..4% 간신히 지켜
서민용 중금리대출 전년比 절반 급감
“서민 계속 외면하면 존재이유 없어져“

(왼쪽부터)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저신용 서민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 공급과 사회공헌 활동 등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

최병주 저축은행중앙회 상무는 지난 7일 한 행사에 참여에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최 상무 말과 달리 올들어 저축은행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과 전혀 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금금리는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졌고,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 공급마저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업황 악화에 연체율까지 오르면서 저축은행업황 자체가 어려운 건 맞지만 인터넷은행 등 저축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이렇게 가면 지난 2011년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 이후 거론됐던 '저축은행 무용론'이 다시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시중은행 수준으로 떨어진 저축銀 예금금리

1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만기 12개월) 평균금리는 연 4.08%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4.24%까지 올랐던 평균 예금금리가 채 한달도 안 돼 0.16%p(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금리 4.5% 이상 저축은행 예금 상품은 지난달 18일 기준 59개에 달했으나 현재는 단 한 개도 없다. 이날 기준 유니온저축은행 정기예금이 연 4.40%를 제공하고 있고 OK저축은행, 스마트저축은행 등이 4.31%로 그 뒤를 이었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전국 19개 시중은행의 39개 상품 평균 최고 금리는 연 3.89%로 나타났다. 특히 39개 상품 가운데 19개의 최고 금리가 연 4%를 넘고 있다. 예금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이다. 최고금리가 4.37%로 저축은행과의 금리차가 0.03%p에 불과하다. 사실상 금리차가 없는 셈이다.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오르거나 현 수준을 유지하는 데 반해 저축은행 금리는 낮아지고 있어 ‘금리 역전‘이 임박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채권과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예금으로 수신고를 채웠다. 이에 통상적으로 시중은행보다 1%p가량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자금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과도한 고금리 경쟁 여파로 조달비용이 상승하고 업황까지 악화하면서 고금리를 유지할만한 여력이 상실된 것이다.

결국 지난해 11월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은 121조원을 넘겼다가 올해 6월 114조원대까지 감소했다. 그럼에도 저축은행이 당분간 예금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업황 악화가 무리한 예금금리 인상에서 촉발됐다고 판단한 탓이다.

실제 저축은행업권은 올해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79개 저축은행 순이익은 962억원 적자를 냈다. 이같은 적자는 올해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서민 위한 중금리 대출마저 옥죈다?

저축은행은 서민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마저 옥죄고 있다.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로 주요 고객층인 중·저신용자들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3조343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조1317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신용평가 점수 하위 50%인 차주에게 일정한 금리 이내로 공급하는 신용대출이다. 일반 대출보다 경제 상황이 열악한 차주 비중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 4%대로 치솟은 예금금리 탓에 조달금리가 급격히 상승하자 저축은행은 민간 중금리대출을 줄이고 있다. 수신금리는 오르고 대출금리 상한은 제한돼 있을때 나타나는 이른바 ‘역마진‘ 현상을 우려해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고공행진 중인 연체율도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5.33%로 3월 말(5.06%)과 비교해 0.27%p(포인트) 올랐다. 연체율이 5%를 돌파한 것은 무려 6년 만의 일이다.

문제는 돈이 필요한 서민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4분기 저축은행에 대한 대출수요 지수는 9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엔 3, 2분기 -3, 3분기 -1으로 집계된데 이어 대폭 증가했다. 남은 연말 가계의 생활자금 등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저축은행이 일시적인 어려움에 서민을 계속해서 외면한다면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며 “대내외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예금금리, 문턱이 낮은 중금리대출 등 저축은행이 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