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국민연금, 카카오 투자목적 일반투자로 변경
경영진 리스크·주가 추락에 적극적 주주 활동 예상
일각선 내년 임기만료 홍 대표에 '기업가치 훼손' 근거로 반대 가능성 제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옥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옥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국민연금이 카카오에 대한 투자목적을 변경,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예고했다. 특히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의 연임을 반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민연금, 카카오 지분 줄이고 투자목적 '일반투자'로 변경

2일 금융감독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일 카카오 보유지분을 6.36%(2833만9256주)에서 426만3313주를 매도해 5.42%(2407만5943주)로 줄였다.

주목되는 부분은 카카오에 대한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점.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의 지분 보유 목적을 주주권 행사 적극성을 기준으로 단순 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3단계로 나눈다. 단순 투자는 차익 실현 목적으로 경영권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반면에 일반 투자는 단순 투자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선다.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에서 △과소 배당 △과도한 임원 보수 △법령상 위반 우려 △정기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평가 등급 하락 등 중점 관리 사안이 발생하거나 공개서한 발송, 주주 제안, 주주대표소송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할때 국민연금기금본부 내 수탁자책임실에서 '단순 투자'에서 '일반투자'로 투자 목적을 변경한다. 

만약 일반투자로 변경 후 1년간 해당 기업에서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다시 단순 투자로 투자 목적을 변경하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단순 투자 목적에선 지분 매도·매각과 의결권 행사만 가능하지만 일반투자로 목적이 변경되면  배당정책, 임원 보수한도, 법령상 위반 우려 사안 등 단순 투자보다 주주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 또한 기업과 1~3년간 대화를 실시하거나 내부 검토를 거쳐 공개서한 발송과 주주 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즉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이유는 '경영 참여 목적은 아니지만 경영진의 잘못 등으로 주주 이익에 훼손이 될 만한 사항이 생긴 기업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의결권 행사 이외에 비공개 대화, 비공개 서한 발송, 중점 관리 기업 선정 등 대다수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만큼 정확한 활동 내역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 2월 카카오의 주식투자 목적을 최초로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으나, 지난 3월 31일 단순 투자로 보유 목적으로 변경하기 전까지 근 3년간 카카오를 대상으로 추진한 주주활동 가운데 공개된 내용은 없었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에 시세조종 혐의 등 사법 리스크가 발생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해야 가능하다"며 "이 과정을 통해 기업 내부정보를 파악하고, 주주 제안이나 서한 발송 등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둘러싼 경영진 사법리스크와 주가 부진...국민연금 주주활동 나설까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최근 사법 리스크와 함께 부진한 주가를 보이고 있어 국민연금이 카카오에 대해 3년 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법인과 경영진의 처벌 가능성이 높아졌고, 주가도 대폭 하락했다. 국민연금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현재 카카오는 지난 2월 하이브의 SM엔터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2400억원을 들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카카오 판교오피스 전경. 사진. 카카오.
카카오 판교오피스 전경. 사진. 카카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에 대해서는 법인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하며 카카오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시사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은 지난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법정 구속됐고,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은 금감원에 출석해 특법사법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또 최근에는 계열사 카카오 모빌리티에 대한 3000억원대의 분식회계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사법 리스크 여파로 카카오의 주가는 대폭 하락했다. 카카오 주가는 올 들어 28.65% 하락했다. 국민연금이 일반투자에서 단순 투자로 투자 목적을 변경한 지난 3월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는 주당 6만원에서 3만원대로 40%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운용원칙 중 중요한 수익성과 안정성에도 부합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국민연금이 카카오에 대한 주주활동을 확대 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공개 활동 이외에도 다가오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임기만료 홍 대표, 국민연금·소액주주 반대에 연임 저지 가능성

일각에서는 투자목적 변경 후 국민연금이 카카오를 대상으로 한 첫 공개 주주활동으로,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홍 대표는 지난 2012년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으로 처음 카카오에 합류해, 지난해 7월 카카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현재는 카카오임팩트재단 이사장직도 겸직 중이다.

카카오 홍은택 각자대표/사진=구혜정 기자
카카오 홍은택 각자대표/사진=구혜정 기자

업계에서는 이번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 의사결정 당시 사내이사인 홍 대표가 이사회에서 개입한 정황이 있다면 국민연금이 기업가치훼손과 이사의 감시 의무 소홀 건을 근거로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사후보 가운데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의 이력이 있거나,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이사 후보의 경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다. 

또한 만약 국민연금이 홍 대표 연임에 반대 할 경우, 주가 부진에 지친 200만 카카오 소액주주들도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높다. 

현재 카카오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5.42%)과 김범수 창업자 외 특수 관계인 24.17%, 텐센트의 투자회사 자회사 MAXIMO PTE 6.3%다. 이외에 소액주주 비중은 60%에 달한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홍 대표가 (시세조종 관련) 투자 의사결정에 개입한 이력이 있다면, 사내이사인 국민연금이 이사 충실의무 위반과 기업가치훼손을 근거로 연임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소액주주들의 의사결정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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