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훈 논설위원, KBSI 분석과학마이스터

이석훈 논설위원
이석훈 논설위원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1000명 이상의 전문가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리스크 인식조사를 통해 사회, 경제, 환경, 기술 및 지정학 분야에서 인류가 직면한 현재 및 중장기 위험 요인을 담은 ‘Global Risks 2023’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2년 이내 발생하여 세계를 위협할 단기위험 요인과 향후 10년 내 새롭게 등장하거나 빠르게 가속화되어 인류를 위협할 장기위험 요인 등 총 32개의 위험 요인이 제시되어 있다. 단기적 위험 요인이 이미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는 닥친 위험이라면, 장기적 위험 요인은 새롭게 부상하거나 영향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잠재적 위험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글로벌 위험 요인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식량 공급 문제, 물가 상승, 에너지 공급 위기 등으로 인한 생활비 위기(1위)가 가장 큰 위험으로 제시되었으며, 이 외에 사회적 결속력 약화와 사회 양극화(5위) 및 대규모 강제 이주(10위)가 경제 분야의 위험 요인으로 제시되었다. 환경 분야에서는 자연재해와 극한 기상이변(2위), 기후변화 완화 실패(4위), 대규모 환경피해(6위), 기후변화 적응 실패(7위) 및 천연자원 위기(9위)가 포함되었고, 지정학 분야에는 지역경제 대립(3위)이, 기술 분야에는 사이버 범죄와 보안 불안의 확산(8위)이 포함되어 있다.

장기적 위험 요인으로는 생활비 위기(경제) 대신 생물다양성 훼손 및 생태계 붕괴(4위, 환경)가 추가되었을 뿐, 나머지 9개 요인은 순위만 달리하며 단기 및 장기위험 요인 상위 10위 내에 공통으로 들어 있어 단기적 차원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인류가 직면할 지속적 위험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향이 가장 큰 장기위험 요인은 기후변화 완화 실패(1위)이고, 기후변화 적응 실패(2위), 자연재해와 극한 기상이변(3위)이 그 뒤를 이으며 상위 10개 위험에 환경 분야의 위험 요인이 6개나 돼 그 심각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 분야의 위험 요인은 산업화 진행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초래되는 결과이다.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는 당사국총회를 통해 2030년 이산화탄소 30% 감축 및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비롯한 포괄적 대응안(재정, 기술, 역량배양 등 포함)을 담은 파리협정을 채택했고, 여기에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195개국이 참여했다. 이후 각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이행 방안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초점이 이산화탄소(CO2) 감축에 머물러 있어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대기 중 메탄(CH4)의 농도는 이산화탄소의 200분의 1 수준이지만,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 이산화탄소 1kg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각각의 온실가스 1kg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수치)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21배가 크며, 단기적인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4배에 달해 이산화탄소에 비해 더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나타내는 온실가스다.

이러한 메탄의 배출이 2007년 이후 무서울 정도로 늘어나 대기 중 메탄의 농도가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2020년 가장 큰 증가량(15.3 ppb)을 보인 데 이어 2021년에 사상 최고의 증가량(17.0 ppb)을 또다시 경신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는 파리협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실제 2021년 대기 중 메탄 농도는 산업화(1850년대) 이전보다 약 162%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메탄은 습지나 탄화수소 매장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농·축산업, 폐기물, 에너지 등 인간의 활동으로 80% 이상이 배출된다. 소와 양 등 되새김질을 하는 가축(트림, 방귀, 분뇨 등)에서 약 30%, 농업 활동이나 쓰레기 매립지에서 약 30%, 그리고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채굴·정제·수송·사용 과정에서 배출된 메탄이 약 22%로 추산된다.

최근 메탄의 급증은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영구동토층과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서 막대한 양의 메탄 방출과 더불어, 투르크메니스탄의 화석연료 생산 장비의 노후화에 의한 메탄 유출 사고, 러시아 서시베리아 카라해의 야말반도에서 유럽까지 4000㎞에 이르는 천연가스 낡은 수송관의 메탄 누출, 중국의 석탄 채굴 확대 및 소고기 소비 패턴 변화(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소고기 수입국)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 등 105개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한다는 내용의 '국제 메탄서약'을 채택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국제 메탄서약’이 정한 대로 배출량을 줄일 경우, 2050년까지 지구 온도를 0.2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84배 강력하기에 같은 양을 감축했을 때 84배의 온실효과 감축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대기 중에 200년간 잔류하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메탄의 대기 중 잔류시간은 12년으로 짧아, 적은 저감 실적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메탄 감축은 가까운 미래에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고 온난화 속도를 제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가장 쉽게 목표 달성이 가능한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메탄의 주요 배출국인 러시아와 중국 등은 ‘국제 메탄서약’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국제적으로 목표 달성을 위한 메탄 감축 투입 재원도 실제 필요 재원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주요국 정부에서 농·축산업, 폐기물, 에너지 등 메탄 배출량이 높은 부문을 관리하는 별도의 책임자도 없고, 메탄 배출에 대한 규제나 인센티브 등 제도적 지원도 미비하여 메탄 감축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이런 진부한 온실가스 저감 정책 추진이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완화 실패(1위), 기후변화 적응 실패(2위), 자연재해와 극한 기상이변(3위), 생물다양성 훼손 및 생태계 붕괴(4위) 등 영향이 큰 장기위험 요인 상위에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구온난화에 가장 영향이 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의 65%를 차지하기에 기후변화 대응책의 핵심은 여전히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이지만, 온실효과 25%로 이산화탄소에 이어 두 번째 높은 메탄의 저감 정책 추진도 시급하다.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사람에겐 ‘불편한 진실’이 되겠지만, 우리의 자손들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인간의 활동을 스스로 제어함으로써 줄일 수 있다. 당장 소고기를 먹지 말자고 권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폐기물 분리를 통해 매립될 쓰레기를 줄이는 작업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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