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1건 MOU…수소·완성차·플랜트 등 성과
사우디, 한국에 러브콜…국빈만찬, 총수 초대
'국가변혁 파트너' 부상…해운·조선·방산 기대

지난 2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사우디국부펀드(PIF) 자동차 생산 합작투자 계약에서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며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장재훈 현대차 사장, 윤 대통령, 야지드 알후미에드 PIF 부총재. 사진=대통령실
지난 2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사우디국부펀드(PIF) 자동차 생산 합작투자 계약에서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며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장재훈 현대차 사장, 윤 대통령, 야지드 알후미에드 PIF 부총재. 사진=대통령실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협력이 원유 사업에서 친환경 등 신산업 분야로 확대됨에 따라 국내 중후장대 업체들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장기 국가 계획인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수소산업·완성차(수소·전기차)·플랜트 등에서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과의 동행을 원하고 있어서다. 

향후 해운·조선·방산 등 여타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데다, 중동 전역으로 한국 기업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업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약 156억달러(한화 21조1000억원) 규모의 계약과 양해각서(MOU) 51건이 체결됐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장관의 주도 하에 진행중인 비전 2030의 성공을 위해 한국 기업을 파트너로 낙점한 모양새다. 사우디의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국가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네옴(미래형 신도시) △키디야(엔터테인먼트 단지) △로신(주택공급) △디리야(유적지 개발) △홍해 개발(대형 리조트) 등 총 5개의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이날까지 체결된 주요 계약으로는 △한국전력공사·포스코홀딩스·롯데케미칼이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와 맺은 155억달러(약 21조원) 규모 블루 암모니아 공동 생산 추진 협력의향서(LOI) △HD현대오일뱅크와 아람코의 청정수소 사업 MOU △HD현대일렉트릭과 알지하즈의 변전소 사업 수주 계약 △현대건설과 사우디 투자부의 포괄적 현지 사업 투자 협력 MOU △현대자동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연 5만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공장 설립 △KG모빌리티와 현지기업 ‘스남 오토모빌 인더스트리’의 부품 공급 MOU 등이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해 체결한 290억달러(한화 39조2000억원) 규모의 MOU 및 계약과는 별개로 추가되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앞서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태극기 오른쪽)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 원희룡 국토부장관 및 사우디 주요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지난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앞서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태극기 오른쪽)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 원희룡 국토부장관 및 사우디 주요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사우디 정부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앞서 개최된 윤 대통령과의 사전 환담에는 환담장에 수용 가능한 이상의 인원이 몰리며 일부 기업인들이 발길을 돌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기업인을 향한 러브콜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공식 오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초대한 것. 양국의 정상 간 이뤄지는 오찬에 기업인들이 초대된 것은 관례상 드문 일이다. 업계에서는 사우디 측에서 한국의 대표 기업 총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투자 의지를 타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와 사우디국부펀드(PIF)가 체결한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의 완성차(CKD) 합작공장 투자 계약 체결식은 사우디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주요 이벤트로 격상이 이뤄지며 화제를 모았다. PIF가 현대차와의 전기차 생산공장 건설 협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길 원함에 따라 해당 행사가 별도 MOU 서명식이 아닌 윤 대통령이 참석하는 투자포럼 행사에 편입된 것이다. 알 루마이얀 PIF 총재가 당일 오전 급하게 일정을 변경해서 행사에 참석했을 정도로 사우디 정부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알 헤어(Ras Al-Khair)에서 진행된 '마킨'(MAKEEN) 엔진공장 착공식에서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알 헤어(Ras Al-Khair)에서 진행된 '마킨'(MAKEEN) 엔진공장 착공식에서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향후 해운·조선·방산 등 다른 중후장대 분야에서도 양국간의 경제협력이 보다 긴밀하게 진행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보고 있다. 이날 한-사우디 양측이 발표한 공동성명 때문이다. 양국의 공동성명은 고(故) 최규하 대통령 이후 43년만이다.

윤 대통령과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공동성명을 통해 “1962년 수교 이후 교역규모가 400배 증가하고 양국 간 경제 협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한 점을 환영한다”라며 “양국이 상호 투자를 더 확대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공동성명 44개 항 중 첫 번째 항에 근거해 “2022년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수립한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지속 심화·발전시켜 나가자”라고 우호를 다짐했다.

특히 공동성명에는 양측이 협력을 확대할 분야를 명시했다. 제3조 35항에 따르면 양측은 해운·항만 분야 협력을 지속 확대할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으며, 양국의 해운·항만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관련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민간 기업 간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상호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

조선업 분야에서는 향후 조성될 조선단지를 기반으로 지속적 이윤창출이 기대되는 바다. 현재 HD한국조선해양과 아람코는 합작 투자를 통해 사우디 동부 주바일항 인근의 킹 살만 조선산업단지 내에 사우디 최대 규모 조선소(IMI)와 선박엔진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와 아람코·두수르(사우디 산업투자공사)가 조선소 인근에 짓고 있는 주·단조 공장이 더해지며 오는 2025년에는 주단조·선박엔진·조선소로 이어지는 완결된 조선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예정이다.

또한 방산분야에서는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위한 막바지 협의가 이뤄지고 있어 한화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의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3일 저녁(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영빈관에서 칼리드 빈 살만 알 사우드 국방장관과 압둘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국가방위부 장관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과 칼리드 장관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한-사우디 회담, 올해 3월 칼리드 장관의 방한에 이어 3번째다. 이날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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