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슬아 논설위원, 작가·컨텐츠 기획자

한 달 전 출장으로 몽골에 다녀왔다. 3박 4일 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기회’에 대해 정리했다.

  힐링할 ‘기회’를 찾아온 관광객들

송하슬아 논설위원
송하슬아 논설위원

몽골 국적기 미아트 항공에 올라탄 한국인 관광객이 꽤 많았다. 20대로 보이는 배낭 여행객부터 여행 가이드의 깃대를 따라 움직이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 2025년까지 여행객 1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한 몽골은 하루 2000명 넘는 국내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올해 상반기 몽골 방문 인구는 25만 명이 넘는다(출처: 항공정보 포털시스템).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한국 관광객 비중이 높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졌고 항공기 증편으로 더 많은 사람이 몽골을 찾을 것이다

몽골의 가장 큰 매력은 대자연이다. 9월의 몽골은 이미 서늘한 가을 저녁의 날씨였고, 찬 공기 자체로도 한국의 습한 여름 더위를 씻어줬다. 한가롭게 노니는 가축 무리와 끝을 알 수 없는 초원이 마음을 한결 차분하게 해 준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구름이 있을 땐 있는 대로 아름답고, 구름이 없을 땐 깨끗한 하늘만으로도 마음이 충분히 정화됐다. 

서늘했던 몽골의 9월 날씨.
서늘했던 몽골의 9월 날씨.

몽골은 도시와 자연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어르신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울란바토르 도심지를 보며 1970~80년대 우리의 옛 정취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도시를 벗어나면 펼쳐지는 대초원과 유유자적한 가축의 행렬에 숨통이 탁 트이는 경험을 선호한다. 라면과 김치를 즐기는 몽골도 한식당이 많아 음식 선택에 대한 부담이 적다. 배낭을 챙겨 온 젊은 여행객들은 깨끗한 하늘과 별을 보면서 사진도 찍고, 게르 숙박 체험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넓은 자연을 배경으로 캠핑도 즐기고, 도심지에서는 서울 을지로 같은 레트로(복고풍) 풍경을 직접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다.

  몽골에서 ‘기회’를 만드는 한국 기업들

한국 문화에 친숙한 몽골 시장에서 국내 유통사들의 활약을 눈으로 보고 왔다. 이마트 몽골 3호점을 방문하던 날, 우리 동네와 똑같은 식품들이 즐비했다. 긴 계산대 행렬과 카트마다 꽉 찬 한국 음식들이 눈에 띄었다. 카페베네, 탐앤탐스, 뚜레쥬르, 파리바게트 등등 우리 브랜드가 한가득 모여 있었다. 대형마트 개념이 없었던 울란바토르에 이마트가 생기고 난 뒤, 젊은 부부나 어린아이와 손잡고 들른 가족 비율이 높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중고차 시장이 더 발달한 몽골의 시내 거리 곳곳에선 GS칼텍스 정유차, 현대차, 대우차, 경기버스와 대구 버스도 마주쳤다. 언뜻 보기에 지방 소도시와 몹시 닮아 있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몽골 대초원. 사진 송하슬아
 끝없이 펼쳐지는 몽골 대초원. 사진 송하슬아

지금 몽골은 넓은 초원 밑으로 광물이 있어 중국과 러시아가 눈독 들이는 곳이다. 세계 10위의 자원 부국이지만, 넓은 영토에 비해 인구가 적은 편이고, 사회 인프라나 제조업 기반이 매우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함께 간 몽골인 파트너에 따르면 한국 제품은 질 좋은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몽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이미 450여 곳(출처: 국세청)을 넘어섰다고 하며, 국내 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몽골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추세다.

숙소에서 5분 떨어진 대로변에서는 GS25와 CU편의점 사이로 동네 슈퍼마켓 3곳이 열려 있었다. 10대 청소년들은 편의점에서 라면과 콜라를 즐겼고, 주인만 홀로 남은 작은 슈퍼마켓의 노란 불빛은 유난히 더 노랗게 보였다. 대형상점이 처음 생길 때 편리함에 열광하는 소비 심리만 따르다가 전통 시장과의 상생 문제를 놓고 현재까지 진행 중인 뉴스 기사가 불현듯 스쳤다. 칭기스칸이 광활한 영토의 정복자로서 워낙 유명하지만, 무자비하고 잔인한 면모를 지녔다고 알고 있다. 지금 우리 기업들이 몽골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몽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순 있어도 자칫 시장의 맥락을 고려하지 못하고 선을 넘는 행태가 아닐지 노파심이 들기도 했다.

  한국을 알아야 ‘기회’가 생기는 몽골 사람들

몽골에서 운전 실력이 아주 좋은 2명의 운전기사를 만났다. 둘 다 자녀 3명을 둔 아빠였다. 딸 3명을 키우는 A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 한국인 동료와 일하면서 어느 정도 듣기만 가능한 수준이었다. 틈날 때마다 A는 유튜브로 한국 예능을 보며 계속 웃었다. A의 직업은 운전기사였다.

아들 3명을 키우는 B는 한국어를 잘한다. 초등학교 때 한국에서 잠시 지냈던 것을 계기로, 10년 전 충남 천안의 한 어학원에서 3년간 유학 생활을 한 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유학 시절 친구와 닭볶음탕과 김치찌개를 끓여 먹는 모임이 있다. 한국어를 너무 잘했고, B는 한국어 가이드와 운전기사, 부동산 중개업까지 직업이 3개였다.

수도 울란바토르의 아침.
수도 울란바토르의 아침.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약 15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있는데 이 중 25% 정도가 한국어를 구사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확실히 한국어를 잘하면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임금을 3배까지 높게 받을 수 있다.

  환경을 다시 생각할 ‘기회’ 된 몽골의 시골

대부분의 사람이 몽골을 찾는 이유는 자연을 즐기는 것이다. 비포장도로 위에 덜컹거리는 차에 몸을 싣지만, 눈은 먼 곳의 초원을 내다보기 때문에 신기하게도 멀미 증세가 전혀 없었다. 자연 안에서 멋지고,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연신 연발했지만 사실, 황량한 벌판과 건조한 날씨, 모래바람도 동시에 마주했다.

테를지 국립공원 인근 바위와 돌산.
테를지 국립공원 인근 바위와 돌산.

몽골의 테를지 국립공원은 바위산, 돌산이고 우리나라처럼 푸르른 숲이 없다. 물이 없어 쉽게 건조해지고 겨울철 미끄럼을 방지하려고 일부러 비포장 상태로 놔둔다. 차가 지날 때마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는 통에 창문을 열기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우리나라가 매년 봄여름 시기에 가뭄과 장마철이 있듯이, 몽골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자연 현상이 있다. 100m 높이로 치솟는 거센 모래 폭풍과 영하 40도까지 육박하는 강추위가 10일 이상 지속되는 조드(재앙을 뜻하는 몽골어)가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이런 일이 더 자주, 더 강력하게 나타나면서 몽골 시골의 가축과 마을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

 염원을 담은 메시지.
 염원을 담은 메시지.

이에 따라,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울란바토르 도시로 몰려들면서 도시 집중화, 교통체증, 석탄 가스와 매연으로 대기의 질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몽골 방문 하루 전, 예보에 없이 비가 세차게 내렸다고 했다. 이 덕분에 내가 본 3박 4일 몽골은 풀밭이 더욱 푸르러 보였고, 하늘은 더 맑게 개었고, 구름은 더욱 예쁘게만 보였다. 몽골의 진짜 일상은 기후 위기와 사막화 현상을 떼어놓고는 살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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