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두달만에 신청자 수 5분의 1로 급감
5년 만기·월 70만원 높은 납입액 부담
"실질적 금리 메리트 없다" 지적도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7월 가입한 청년도약계좌를 지난달 해지했다. 고물가·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당장 300만원 남짓의 월급으로는 월세 등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도약계좌의 금리 혜택을 모두 받으려면 만기까지 5년을 버텨야하고 70만원이라는 높은 납입액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A씨는 “월급이 300만원이 조금 넘는 상황에 5년간 매월 70만원 저축은 너무 힘들다“며 “차라리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주식, 코인 투자에 눈길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6월 청년층 자산 형성 기회를 지원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청년도약계좌‘가 출시 넉 달 만에 청년들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악화 등으로 중도해지자가 급증했던 문재인 정부의 청년희망적금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출시된지 얼마나 됐다고...청년도약계좌 신청자 수 급감

13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신청자 수는 처음 출시됐던 지난 6월 76만1000명을 기록한 이후 매월 감소하고 있다. 7월에는 44만명, 8월에는 15만8000명으로 출시 두 달 만에 신청자 수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결국 일각에선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정부가 청년(만 19~34세)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출시한 금융 상품으로 최대 월 70만원씩 5년간 납입하면 정부 기여금(지원금)에 비과세 이자 혜택까지 더해 약 5000만원의 목돈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신청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문 정부의 청년희망적금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년희망적금은 만기는 2년으로 짧은 편이지만 월 최대 납입액은 50만원으로 낮지 않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289만5546명에 달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7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중도 해지했다.

2년 만기의 청년희망적금도 버티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은 상황에서 5년이라는 상대적으로 긴 만기 기간과 70만원의 높은 월 납입금 구조를 갖고 있는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자가 70만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은 자명하다.

또 청년도약계좌 신청 가능 연령대가 몰려 있는 20대 후반~30대 초반 청년들은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중도 해지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

20대 직장인 B씨는 “만기가 2~3년이면 무조건 가입했을 텐데 5년은 너무 길다“며 “일반 적금보다 금리가 높은 것은 맞지만 생애 이벤트가 몰려 있는 청년 대상 상품인데 기간을 이렇게 길게 설정해놓은 건 실효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최고 8%대의 금리에도 실질적 메리트 없다는 지적도

실질적인 금리 메리트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청년도약계좌의 금리는 최고 연 8.86% 수준이다. 그럼에도 매달 70만원을 5년 동안 납부해도 5000만원을 가져가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바로 우대금리 조건 때문이다.

실제 5대 은행 가운데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4개사가 모두 자사 카드 실적을 우대금리 조건으로 내걸었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의 경우 청년도약계좌 가입 후 월 30만원 이상, 만기 전전월말 기준 36회 이상 하나카드(체크·신용) 결제 실적이 있으면 연 0.6%p(포인트) 우대 금리를 준다고 공시했다. 3년간 하나카드로 최소 1080만원을 써야 우대금리 적용이 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더해 급여 이체, 마케팅 동의, 최초 거래 등 우대 금리 조건을 세세하게 걸어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 청년들은 5년 후 5000만원에 못 미치는 돈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청년도약계좌라는 정책을 만든 정부의 취지 자체는 높게 평가하지만 5년의 만기 기간, 월 70만원의 월 납입금 등은 청년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며 “고금리·고물가 등의 상황을 고려해 청년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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