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논설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논설위원
권오용 논설위원

직장인 15년 차면 과장쯤 될 터이니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다면 마흔을 넘긴 나이이다. 기부를 생각하기엔 가족들이 있고, 집도 마련해야 하고, 돈을 써야 할 곳이 너무 많다. 하지만 여기 조금 다른 인생이 있다. 서른 살에 데뷔 15주년을 맞은 아이유 이야기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2017~2021년 업종별 연예인 수입 금액 현황'에 따르면 2021년 소득을 신고한 가수 7720명 중 소득 상위 1%인 77명이 총 3555억 원을 벌었다고 한다. 1인당 연 소득이 46억 원인 셈이다. 아이유가 올해 기부한 금액이 약 4억 5000만 원인데, 수익의 10%를 기부로 사회적 환원을 한 것이다. 데뷔 이후 누적 기부 금액만 약 50억 원이 넘는다.

'기부천사'로 꼽히는 아이유.
'기부천사'로 꼽히는 아이유.

아이유는 올 한 해 동안 생일기념으로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취약노인지원재단, 행복나눔재단, 하트하트재단(4곳, 총 2억 5000만 원), 데뷔 15주년 기념으로 서울아산병원, 한국아동복지협회,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3곳, 총 3억 원)에 기부를 했다. 더 나아가 작년 기부처를 살펴보면 사단법인 여울돌,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등등 생소한 기부단체들을 알게 된다.

아이유는 기부하기 전 직접 기부처를 선정하고, 기부 금액이 어느 곳에 쓰이는지 꼭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신중히 고른 기부단체들은 각각의 미션과 비전이 있다. 대중매체에서는 보이지 않는 단체를 선택한 것은 기부금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복잡해지는 사회 양상만큼 해결해야 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세상에 꺼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2년 전 한 언론 보도로 인해, 스타의 기부에 물음표가 생긴 적이 있었다. 아이유가 기부했던 공익법인 한 단체가 이슈가 된 것이다. 공익법인이라면 마땅히 작성해야 하는 국세청 공시 결산서류에서 불성실하게 작성한 부분이 발견되었다. 아이유 등 개인 기부자에게서 받은 기부 내역은 공시했음에도, 개인 기부금품을 0원이라고 공시하는 등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공익법인의 책무성과 투명성을 나타내는 정보 공개 서류에서 오점이 발견된 것이다. 불똥이 튄 이 단체는 최근 공시에서 해당 부분을 모두 성실하게 공시했다. 국세청이라는 공권력이 못한 것을 아이유라는 가수가 해냈다.

단순한 숫자 오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선의로 받는 기부금이기에 공익법인은 더욱 더 책임감을 가지고 결산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국세청으로부터 공익법인 결산서류 데이터를 제공받는 한국가이드스타는 매년 해당 데이터에서 일반적이지 않거나 불성실한 부분을 발견한다. '억' 단위의 사업을 운영하지만 직원이 0명인 경우, 일반관리비 없이 사업수행비로만 100% 사용한 경우, 또는 공익목적사업 비용을 아예 0원으로 공시한 곳이다. 이사진 중 특수관계인(친족, 고용인 등의 관계) 수가 기준을 초과한 곳이나, 기부금을 해외에 있는 이사 개인 통장으로 보내 사업을 수행한 경우도 있었다.

기부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직원이 0명이면 인건비가 들지 않아서 좋은 것일까? 급여를 받지 않는 자원봉사자가 공익사업을 책임감 있게 해낼 수 있을까? 수혜자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조직 시스템이 갖춰진 금융사라도 돈의 늪에 빠진 횡령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단순히 기부금을 사용하는 단체라면, 조직이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전문가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체제를 갖춰야 하는 게 우선이다.

아이유는 올해 복지 취약계층에 기부하면서 팬들에게 받은 값진 사랑을 주위와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기부가 누군가에게 작은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함께 내놨다. 기부받은 자선단체가 설립 취지대로 활동하는 것이 이 사랑을 갚는 최우선의 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3자의 평가를 통해 투명성을 입증해 보이면 어떨까? 기부자와 자선단체는 투명성을 매개로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다. 특히 기부단체의 투명성은 아이유의 맑고 고운 이미지를 더 빛나게 해줄 수 있다. 여기에 아이유의 팬들까지 동참한다면 작은 변화가 아니라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 비리의 덫에 빠진 한국의 비영리 분야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전기가 될 수도 있다. 기부자와 자선단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각자의 행동이 모여 세상의 온도가 유지되길 희망한다. 

           <아이유의 2021~2023 기부처> 2023년은 9월 현재 

*국세청 공익법인 2022년도 공시 결산서류와 언론보도를 종합한 자료임.​​​​​​​*투명성 평가의 별표는 한국가이드스타의 만점자료임. 
*국세청 공익법인 2022년도 공시 결산서류와 언론보도를 종합한 자료임.*투명성 평가의 별표는 한국가이드스타의 만점자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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