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슬아 논설위원, 작가·컨텐츠 기획자

송하슬아 논설위원
송하슬아 논설위원

배가 고플 때 우리는 배달 앱으로 치킨 집을 둘러본다. 군침이 싹 돌기 시작하면서 결단을 내린다. ‘오늘 저녁으로 치킨 먹어야지.’ 가장 맛있어 보이는 치킨 사진을 고른 다음, 가성비가 좋고 마음에 드는 맛을 골라 결제를 진행한다. 혼자 밥을 먹거나, 다 같이 모일 때나 꼭 한 번은 떠올리는 음식이 치킨이다. 어찌 보면 치킨은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 그 이상’인 것 같다. 치킨에 담긴 사회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치킨은 우리가 자주 입에 달고 사는 친근한 음식이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치킨은 닭을 튀기거나 구운 요리로 설명되는데, K푸드(K팝 등 한국 콘텐츠를 상징하는 K수식어)의 대표 격이면서도 한글이 아닌 외래어 표기를 쓴다. 4만 2000여 개의 가맹점을 통해 소비되는 닭은 연간 10억 마리로 추산되며 국내 치킨 브랜드(2021년 기준)는 480여 개가 훌쩍 넘는 것으로 보아 치킨은 ‘비즈니스’다.

얼마 전 대구에서 열린 치맥(치킨과 맥주의 줄임말) 페스티벌(8.30~9.3)의 개막식에 다녀왔다. 대구에서 이미 자리 잡은 대표 행사라고 하는데 서울에 살면서 소문만 들었지 실제로 발도장을 찍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비가 쏟아지는 평일 저녁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치맥 페스티벌 야외 테이블을 점령했다. 비가 그쳤다 쏟아지길 반복해도 아랑곳 않고 입장이 계속 이어졌다. 두류공원에 늘어선 치킨 부스의 웨이팅 행렬도 모자라 우비를 입고 갓 튀긴 치킨을 뜯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치킨 사업의 부흥을 위해 시작된 행사가 올해 11회째인 만큼 치킨 부스뿐 아니라 맥주 부스, 지역 소상공인 홍보 부스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이쯤 되면 치킨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모임의 매개’다.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2023치맥페스티벌.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2023치맥페스티벌.
 "인맥보다 치맥이다." 인맥을 쌓을 시간에 치맥을 먹고 마셔라! 아니 치맥을 먹고 마시며 인맥을 쌓아라!
 "인맥보다 치맥이다." 인맥을 쌓을 시간에 치맥을 먹고 마셔라! 아니 치맥을 먹고 마시며 인맥을 쌓아라!

그런데 왜 하필 대구일까? 대구는 예부터 양계산업이 발전한 도시로, 닭의 경상도 방언인 닥, 달구에서 비롯된 옛 이름 ‘달구벌’도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닭 부화장이 위치해 전국 닭 물량의 70~80%가 이곳에서 유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닭 요리가 발전할 기회의 땅이었던 것이다. 국내 치킨 역사가 태동한 곳으로 대구 동구의 효목 시장을 꼽는다. 1960년대까지는 백숙과 찜닭 요리가 대부분이었다가 1970년대부터 튀겨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8년 멕시카나 치킨이 국내 최초로 양념치킨을 개발했고 1991년 교촌치킨이 날개와 닭다리같이 인기 있는 부위만 판매하는 부분육 시장을 꽉 잡았다. 이 밖에도 처갓집 양념치킨, 호식이 두 마리 치킨, 페리카나 치킨, 땅땅 치킨, 스모프치킨 등도 치킨의 성지 대구 출신이다. 치킨은 ‘대구의 역사’다.

치킨 부스의 불빛과 두류공원 83타워(일명 우방타워)의 야경이 잘 어울려 보인다. 사진 송하슬아. 
치킨 부스의 불빛과 두류공원 83타워(일명 우방타워)의 야경이 잘 어울려 보인다. 사진 송하슬아. 

“그래 나는 치킨이 되고 싶은 걸 Baby/남녀노소 다 좋아하는 그런 사람 Yeah/그래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치킨처럼 나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I want to be a Chicken.”

치킨이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라는 내용의 아이돌 그룹 노래 가사도 있다. 이와 동시에 많은 이들의 사랑만 받는 치킨 산업 이면에는 생산량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한 밀집 사육과 공장식 축산이라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앞서 말한 치킨이 ‘비즈니스’라면 연간 소비되는 10억 마리의 닭이 고기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공장식 축산, 밀집 축산으로 대표되는 동물이 치킨이다. 치킨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기도 하다.

필자에게 치킨은 ‘가족’이다. 1인 1닭을 즐겨 먹는 이도 있지만, 나는 혼자 있을 때는 양이 부담되어 끼니로는 선택에서 제외할 때가 더 많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이면 치킨 먹자는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 그날은 양념 반 간장 반 메뉴로 4명 닭 2마리를 시켜 맛있게 즐긴다. 치킨을 오랫동안 맛보지 않으면 가족들이 모이기만을 은근히 기다리기도 한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 치킨 메뉴를 주문할 날이 머지않았다.

당신에게 치킨이란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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