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논설위원, 전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허찬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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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 년 동안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어내며 이제 미국과 G2 쌍벽이 된 중국의 경제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년 가까운 팬데믹 기간의 엄격한 봉쇄가 풀리며 회복세가 용수철 같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에 실망감이 크다. 중국은 서방 언론이 문제를 침소봉대한다고 하지만 대형 부동산개발사들이 부도에 직면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위기 국면에 접어들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청년 실업률 고공행진이 주목을 받자 당국은 이 자료를 더 이상 공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설상가상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하이테크 무역에서 기존 무역장벽을 더 두텁게 높이고 있다. 중국 경제는 과연 얼마나 나빠질까? 그간 ‘세계의 공장’으로서 쌓은 경쟁력이 국내 경제 침체의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근래 저명한 경제지나 전문가들의 흔한 화두가 중국의 경제위기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시진핑의 잘못된 모형’으로 인해 경제가 악화되는 것을 막지 못하며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개연성이 높다는 기사를 비롯하여 중국경제를 중환자 다루듯 하고 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시진핑 집권 이후의 시장 개입 등과 같은 즉흥적 조치들보다는, 투자를 소비보다 우선시하는 구조적 관행을 더 문제시한다, 빈곤국 시절이던 과거에는 많은 투자가 효율적으로 쓰이며 빠른 경제성장으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부동산 버블과 같은 경제 전체의 비효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비가 늘어야 수요를 창출되며 생산과 고용이 느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이제는 “좀 쓰고 살라(Live a Little)”는 정책을 중국에 권하고 있다(뉴욕타임스, 2023. 9. 6.).

그런데 어두운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올들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7월까지 중국의 전체 수출이 전년에 비해 약 5.5% 줄었으나 자동차 수출은 86%나 증가했다. 중저가 휘발유차가 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로 한국 등 외국 회사들이 철수하며 무주공산이 된 러시아의 수입차 시장을 중국이 독식하고 있다. 동남아, 호주, 멕시코, 남미 시장에서도 크게 약진하고 있으며, 최근 호주에서는 중국 차 판매량이 한국 차를 앞섰다고 한다. 자동차 운반선이 모자라 수출이 늦어지고 있어 양쯔강변 조선소들에서 운반선 건조를 위한 3교대 밤샘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는 중국이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 되면서 국내 신차 구입자들이 점점 전기차를 선호함에 따라 휘발유차의 수요가 떨어진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연산 1500만 대의 휘발유차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 가동을 줄이는 게 어렵기 때문에 약 400만 대 이상의 차를 가격을 낮추어 해외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체 생산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자동차 생산에 쓰이는 철과 전자부품을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의 효과가 커 자동차 단위 생산비용이 낮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에서 휘발유차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휘발유차뿐 아니라 중국의 전기차도 대량 생산되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은 거의 독보적이다. 전 세계 전기차의 반 넘게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압축적으로 이 분야 경쟁력을 보여주는데, 그 원천은 제일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올 5월 뉴욕타임스 관련 기사(2023. 5.16, “Can the World Make an Electric Car Battery Without China?” )에 인용된 이 분야 전문기관의 추정에 따르면, 2030년에도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체 배터리 생산량의 약 두 배를 중국이 생산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선발 주자로서 코발트, 리튬과 같은 희귀 광물의 채굴부터 완성품 생산까지 상당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먼저 자체 생산과 해외 투자를 통해 보유한 광산회사를 통해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채굴뿐만 아니라 정제, 주요 부품 및 최종 배터리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서 중국의 비중은 지배적이다. 코발트의 경우 중국 내 생산량에 더해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콩고의 광산회사 대부분을 중국이 소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전체 코발트 채굴의 41%, 리튬의 28%를 장악하고 있다. 정제 단계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더 높다(코발트 73%, 리튬 67%).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 및 음극재, 전해질, 그리고 분리막 등 4대 요소로 구성된다(그림 참조). 세계 전체 생산량 중 중국제품의 비중은 양극재 77%, 전해질 82%, 분리막 74%, 그리고 음극재 92%로 압도적이다. 이런 구성 요소를 사용하여 배터리 셀이 만들어지고, 수천 개의 배터리 셀이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인데 이 단계에서 중국 생산의 비중은 66%이다. 이를 이용한 세계 전체 전기차 생산에서 중국의 비중은 54%이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구조

LG에너지솔루션 ‘리튬배터리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서 캡처. 
                      LG에너지솔루션 ‘리튬배터리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서 캡처.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은 상호의존적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은 바이든 정부의 탈(脫)탄소 전략의 중요한 축이 전기차의 보급이다. 중국은 이미 배터리 및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는 선발 주자로 규모의 경제에 더해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나 완성차 모두 세계 최대 시장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에 기반을 둔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미국이 자국 내 생산을 주창하고 있으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희토류 광물의 채굴, 정제를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진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관련 분야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도 필요하다.

올 2월 미국의 포드는 중국의 배터리 업체 CATL과 약 35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미국 중서부에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업체를 배제하려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도 비슷한 방식의 미국 내 생산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중(反中) 정치인들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제품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협업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뿐 아니라 우방국들도 중국에 고(高)사양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등 경제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고위급 관료들이 중국을 연이어 방문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경쟁력을 갖춘 중국의 기존 글로벌 공급망의 구속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G2 간의 경제적 냉전이 극단적으로 악화되지는 않을 듯하다. 아울러 이런 추세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에 무관하게 이어질 전망이어서 중국 실물경제의 적지 않은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은 쌓아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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