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논설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논설위원
권오용 논설위원

공익법인은 사회 일반의 이익을 목적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세제상 혜택이 주어진다. 반면 결산서류 공시 등의 의무가 부과된다. 혜택에 따르는 책임을 묻기 위함이다. 그런데 지금의 공시제도로는 유용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심지어 기부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특히 결산서류 정정 공시가 빈번하지만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는지 알 수 없는 점, 기부금 및 보조금 등 공익목적사업 수익에 대한 비용 지출 내역을 작성하지 않는 점은 기부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러한 제도상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는 많다. 많으면 5개년도 공시자료를 모두 재공시한 경우도 있다. 사법조치 대상이 된 몇몇 공익법인들이 언론의 지적을 받고서야 몇 년 치 결산정보를 한꺼번에 재공시한 것이다. 사후약방문이다. 게다가 수정에 따른 제재사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는 기업의 경우 정정 공시 이후에도 최초의 내용이 남아있으며, 최종 공시 전 자료들에는 '본 문서는 최종 문서가 아니므로 투자판단 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안내되어 있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미 국세청(IRS)은 우리나라의 비영리법인이라 할 수 있는 면세법인들을 대상으로 990 공시 양식 작성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990양식은 법인 종류별, 주제별로 무려 18개의 양식이 있으며 학교, 병원이 작성하는 전용 양식을 제외하면 총 16개의 양식이 적용된다. 미국 최대 자선단체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웨이 월드와이드가 공시한 자료는 공익사업 비용 지출 내역, 모금행사 비용 대비 수익, 이사진 명단 및 급여 등 무려 2646페이지(2019년 기준)에 달해, 관심있는 기부자라면 어떠한 정보든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비영리 법인들의 결산 공시 중 가장 큰 차이는 비용 지출에 대한 세부 내역이다. 미국은 국내외 모든 공익사업 비용에 대해 세부 내역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부금품에 한하여만 세부 지출 내역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다. 한국 양식은 대표 지급처명과 수혜 인원, 그리고 지급된 기부금과 기부물품의 가액을 작성한다. 보조금만으로 공익사업을 운영하는 법인은 기부금품 지출 내역이 공란으로 제출된다. 보조금 지출에 관해서는 작성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 공개를 통해 대중 감시가 필요한 부분인데, 보조금은 정부와 지자체에 따로 서류를 제출한다는 이유로 깜깜이 사고가 매번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차이는 지배구조(거버넌스)에 관해서이다. 미국 공시양식 중에는 지배구조, 경영관리에 대한 체크리스트가 있다. 임직원 내 특수관계인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내부고발자 정책과 문서 보존 및 파기 정책 여부를 확인한다. 또 임원 및 이사 보수에 관해서 공시한다. 특히 10만 달러 이상(약 1억 3000만 원)의 보고 대상 보수를 받은 전직 임원, 주요 직원 및 고액 보수를 받는 직원의 경우 부속서 J를 추가 작성한다. 급여의 세부 내역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비영리법인 임원들의 보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기업의 경우 이미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서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으로 임원들의 출생년월, 직위, 담당 업무, 주요 경력 및 재직기간, 그리고 개인별 보수지급 금액과 선정기준까지 아주 상세히 기록하게 되어 있다.

긍정적인 점은 외부 회계감사 보고서를 공개한 법인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공시의 경우, 외부 회계감사를 받았다고 표기한 법인 중 ‘적정의견을 받았으며 외부 회계감사 보고서 전문을 공개한 법인’의 비율이 이전 대비 크게 증가하였다. 그 이유는 2022년부터 ‘외부 회계감사인’과 ’감사의견‘을 기입하도록 양식이 변경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은 곳과 감사 의견에 대한 정보도 작성해야 하다 보니, 관련된 정보의 정확성도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시양식의 변화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다.

결과적으로 공익법인 결산서류는 공익법인을 위해서도 더 꼼꼼해져야 헌다. 서류 작성을 통해 법인 내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보완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정확한 정보를 담아내야만 의미가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서류라 아무도 보지 않겠지’ 무심코 생각하지 말고, 공익법인 발전의 뿌리가 되는 일이므로 명확한 작성이 기초되어야 한다. 국세청과 시민사회 각계의 참여를 통해 결산서류 작성이 법인과 기부자 양측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시 양식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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