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문 동행…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참석
인도네시아, 세계 4위 인구…핵심광물자원 보유
탈중국에 중요도 커져…현지 사업 점검 나설 듯

지난 13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와 아다로미네랄과의 업무협약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3번째), 크리스찬 아리아노 라흐맛 아다로미네랄 사장(맨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와 아다로미네랄과의 업무협약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3번째), 크리스찬 아리아노 라흐맛 아다로미네랄 사장(맨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박상규 SK엔무브 사장까지 국내 주요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 20여명이 인도네시아에 총집결했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으로 하반기 실적 방어에 대한 고민이 깊은 상황에서 이들이 인도네시아에 모여든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외교'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EAS)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데, 인도네시아와 경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우리 기업인들은 공급망 안정화와 신사업 투자 등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전기차·배터리를 비롯해 미래 성장동력을 인도네시아에서 육성 중인 만큼, 현지 전략을 점검하고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현장 경영'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배터리부터 스마트시티까지 경협 모색

7일 재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인들이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 참석, 현지 기업인들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산업별로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합작법인 등을 통해 경협 확대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번 BRT에서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는 전기차·배터리다. 인도네시아가 전기차·배터리에 쓰이는 광물자원 보유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 매장량은 세계 1위다.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약 37%가 인도네시아에서 나왔다.

니켈 외에도 주석, 망간, 보크사이트, 코발트 등 첨단산업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신윤성 산업연구원 박사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처로서 인도네시아와의 공급망 협력이 중요시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와는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경제 네트워크를 고도화해야 하는데, 공급망 협력이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과 도시 인프라 구축에서도 경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인도네시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누산타라 신도시 이전을 추진 중이다.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지향하는 만큼, ICT 기술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해당 분야에 강점을 지닌 우리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날 수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脫중국 꿈꾸는 韓기업들…인도네시아로 진격

인도네시아와의 경제협력은 50년의 역사를 지녔다. 우리나라의 첫 해외투자국이기도 하다. 수교도 이뤄지기 전인 1968년 인도네시아에 임업투자를 시작했다. 

남다른 관계인 양국의 교역은 꾸준히 상승했다. 1973년 수교 당시 1억8500만달러에 불과했던 교역액은 지난해 260억달러로 증가했다. 반세기 만에 140배 늘어난 셈이다. 

다만 인도네시아와 한 단계 진전된 경협을 기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탈중국의 후유증을 줄여 줄 시장이라서다. 

인도네시아의 인구 수는 약 2억7753만명에 달한다. 규모로는 동남아시아 최대이고, 세계적으로도 4위에 해당한다. 반면 평균 연령은 29.9세로 젊다.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인 것이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코로나19 와중에도 5.31%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니켈·희토류 등 주요 자원을 보유한 데다, 지리적으로 아세안 지역으로 진출이 용이한 점, 낮은 인건비, 정부 차원의 투자 장려 등으로 인도네이사의 전략적 가치를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거대 소비시장을 갖고 있다는 데 인도네시아의 매력"이라며 "G2의 갈등, 중국 내 애국소비 심화 등으로 안정적인 공급망과 시장을 확보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인도네시아는 좋은 대안"이라고 짚었다. 

실제 우리 기업들은 현지 사업을 확장 중인데, 아세안을 고려해 차세대 기술 개발까지 가능한 체제를 만드는 추세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브카시시에 엔진·의장·도장·프레스·차체 공장·모빌리티 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갖춘 공장을 세웠다. 15억5000만달러를 들인 이 공장은 연간 15만대를 양산할 수 있다. 현대차는 향후 생산량은 25만대까지 늘려 미래 모빌리티 핵심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다.

LG전자 또한 연구개발(R&D)까지 가능하도록 현지 완결형 생산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LG전자는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 중인데 최근 TV R&D 센터를 세워 현지 사업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LG전자가 해외 TV R&D 센터를 세운 것은 처음, 현지에 최적화된 개발·양산 체계를 고도화함으로써 품질·비용·납기(QCD)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신사업 기반을 다지기 위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은 11억달러를 투입해 베터리셀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15만대분 이상에 달하는 연간 10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한다.

인도네시아는 새 성장동력을 담금질할 요충지이기도 하다. 롯데는 한한령 이후 중국 대신 동남아로 눈길을 돌렸다. 특히 인도네시아에는 2008년 롯데마트가, 2013년에는 롯데백화점이 진출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39억달러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찔레곤시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인도네시아 투자는 2013년 이후 지난 10년간 평균 19.6% 이상 증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제공 : 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정의선도 공들인 인니…현장 경영 예상

대통령 순방에는 기업인들이 동행해왔다. 정상회담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공식 사절단을 꾸려 경제 외교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세안 주요국 수장과의 '만남'에 무게를 두고 있어 기업인 사절단을 구성하지 않았다. 기업인들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재계에서는 총수들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아세안 시장 현황을 파악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인도네시아 지역의 역할이 커져서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차다. 올 상반기 점유율은 3.6%, 시장 순위는 6위다. 특히 올 1월부터 7월까지 현지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56.5%를 기록, 1위를 기록했다. 

전기차는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동남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기회를 잡게 됐다. 정 회장도 인도네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취임 후 3번이나 찾은 것도 그 때문이다. 북미, 중국과 달리 블루오션인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전기차 허브로 키우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환도 탄력 받는다. 

구광모 회장도 인도네시아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며 하반기 경영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LG전자 외에도 LG이노텍, LG CNS,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이 인도네시아에서 4개 생산공장과 8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와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이 중장기적으로 생산 규모를 30GWh로 늘리는 것도 밸류체인 전략과 무관치 않다. 더욱이 LG화학, LX인터내셔널, 포스코 등과 함께 양극재 공장을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LG CNS 또한 누산타라 스마트시티 플랜에 참여 중이다. 그룹의 전자, 통신, 에너지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낼 부분이 있어, 추가 사업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신동빈 회장 또한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사업을 면밀히 살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의 핵심인 유통은 경쟁력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외부 수혈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이에 신 회장은 동남아에서의 사업 확대를 위해 인도네시아 전략을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라인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확인할 것으로 여겨진다. 2025년 양산이 목표인 라인 프로젝트는 그룹 창사 이후 가장 많은 해외 투자가 이뤄졌다. 유통 중심의 사업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인도네시아를 찾은 김에 현지 담당자의 의견을 듣고 보완점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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