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회장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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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백로(白露)다. 새해 다짐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형제들 만나서 밥 먹기, 운동해서 근육 만들기, 아내에게 잘하기, 글 잘쓰기, 살빼기도 그중 하나였다. 작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를 놓고 담당 의사가 “이렇게 건강 관리하면 자식들 속 썩이게 됩니다.” 하는 말에 다이어트를 다짐했는데.

다이어트는 언제부턴가 스테디셀러(Steady seller)에다, 해마다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이 생겨나는 유행산업이 되었다. 세계비만재단은 지난 3월 2일 발표한 ‘세계 비만 아틀라스 2023’ 보고서에서 2035년쯤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과체중이나 비만(24%)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비만치료제가 현대판 골드러시가 되고 있다면서, 비만치료제 성장 속도가 인공지능이나 2차전지보다 빠르다는 분석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양·한방은 물론이고, 수영·테니스·권투·탁구를 비롯한 스포츠 종목 이름 뒤에 다이어트를 붙이고 있다. ‘15일 안에 5Kg 못 빼면 환불’ 같은 펼침막이 동네마다 걸려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수단이나 방법을 동원해도 5개월 정도면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는데, 다음에 찾아오게 되어 있는 악마(?)의 유혹을 어떻게 견뎌내는가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유행병'으로 진단하고 극복해야 할 질병으로 경고했다(2014년). 우리나라 질병관리청도 비교적 새롭게 부각된 만성질환 발생의 중요 원인으로 분류하고 있어서, 평소에도 체중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국제적 비만 분류는 ‘체질량 지수[BMI: Body Mass Index, kg(체중)/m²(신장)]’ 30 이상인데, 우리나라는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남자가 46.3%, 여자가 26.9%가 비만이라고 질병관리청은 발표했는데, 필자도 ‘합격’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매년 발간하고 있는 ‘세계 인구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90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2022.11.15 현재 약 80억 명, 출처: 위키백과). 향후 동물성 단백질 소비량도 2020년에 비해 약 14% 증가할 것이라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내다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농업전망 2030 리포트’에 의하면 2022년 한국인 육류소비량이 사상 처음으로 쌀 소비량을 추월했다고 한다. 한 사람이 1년간 섭취한 육류는 2022년 기준 58kg으로, 1인당 쌀 소비량 56kg을 넘어섰다. 1인당 연간 육류소비량은 2012년 이후 42%나 증가한 데 반해, 쌀 소비량은 20% 감소한 결과이다. 이 같은 육류소비량 증가와 쌀 소비량 감소는 계속되리라 보고 있다.

자료 출처: 2022년 양곡소비량 조사, 통계청 2023.1.27. ‘농업전망 2023리포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육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말함.
자료 출처: 2022년 양곡소비량 조사, 통계청 2023.1.27. ‘농업전망 2023리포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육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말함.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가공식품 섭취가 증가하고, 육류소비가 많아져서 영양은 과잉인데 신체활동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활방식 변화와 맞물려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은 개선이 쉽지 않다고 한다. ‘세계비만 아틀라스 2023’보고서는 비만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2조 달러로 추산했다. 이 금액은 전쟁과 테러,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맞먹는다.

프랑스, 헝가리, 미국의 일부 주가 비만세(Fat Tax)를 도입했는데, 비만을 유발하고 건강을 해치는 식품(탄산음료, 패스트푸드, 술, 초콜릿, 설탕 등)에 세금을 부과한다. 이와 유사한 정책을 준비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비만세를 세계 처음으로(2011년 10월) 도입했던 덴마크가 1년 만에 폐지했던 사례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대체육(Alternative meat)’이 비만 해결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 수요는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 선호도를 높임으로써, 가축과 사료 생산에 필요한 경작면적을 줄일 수 있다. 동물 사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량이 감소되고,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단백질원을 공급하는 새로운 생산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코리아 비건페어(Vegan Fair, 코엑스 B관, 8월 10~12일)’에 다녀왔다. 최근 소비자 개인 건강과 가치관 다양화로 채식주의자가 늘어나면서, 대체식품 시장도 뜨고 있다. 일반 소비자도 새로운 식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체식품 소비시장에 합류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맛본 스테이크(콩으로 만든 대체육)는 육류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식감이 좋았고 맛있었다. 각종 소스·시리얼 등도 시식해 보았는데 괜찮았다. 

코엑스 B관 전시장(왼쪽)과 필자가 맛본 대체육. 사진 민경보, 8월 11일.
코엑스 B관 전시장(왼쪽)과 필자가 맛본 대체육. 사진 민경보, 8월 11일.

제조과정 설명에서는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대체식품 산업이 새로운 ICT(정보통신기술)와 융·복합하면서 전시 부스는 젊은이들의 참여와 열기로 가득했다. 다행인 것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육식이 지구환경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동물복지 문제에 관한 관심, 그리고 건강에 더 좋다는 인식이 점점 높아가고 있는 점이다.

얼마 전에 본 광고 카피다. ‘오늘 놓친 한 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비만 해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먹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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