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논설위원, 전 KBS해설위원실장

이동식 논설위원
이동식 논설위원

우리의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중국에서는 특별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은 중국이 제정한 제1회 국가 생태의 날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기념사에서 "생태 문명 건설은 중화민족의 영원한 발전의 근본 대계"라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생의 현대화를 강조했다. 중국은 이날 국가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태 문명 건설을 강화하는 전략적 역량을 유지하고 고품질 발전과 높은 수준의 환경보호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필자가 중국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곳곳에 공장을 세우고 아파트를 세웠다. 공장에서는 매연과 유해 배출수가 넘쳐났다. 그러다가 환경을 무시하고 추구하는 경제발전전략이 중국에 회복하기 어려운 환경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비로소 생긴 것 같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이르러 빈집이 늘어나고 경제가 침체를 맞고 있다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지의 경고가 나온 시점과 때를 맞추고 있다.

알프스를 끼고 있는 지중해 연안의 나라 슬로베니아에서는 8월 1일 자국의 생태용량울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은 앞으로 20~30년간 어떤 나라에서 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며 슬로베니아는 새롭고 푸르고 혁신적인 나라가 되어, 젊은이들이 이 나라를 떠나지 않고 안전하고 매혹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자고 호소했다.

세계 곳곳에는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어 50도에 이르는 초고온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에서 일어난 산불은 몇 달째 거대한 면적을 태우고 있지만 꺼질 기세를 모른다. 미국 죽음의 계곡 등 사막에 비가 내리는데 1년 치가 하루에 쏟아져 범람한다. 2019년 베니스에서처럼 유럽 등에서 유례없는 큰비로 홍수가 나고 도시가 물에 잠긴다. 온갖 극한적인 기후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 원인은 인구가 너무 많고 자원을 너무 많이 써서 지구 생태가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지구환경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것이 지구의 생태용량이 초과되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1960년대에는 지구가 복원할 수 있는 생태자원의 4분의 3밖에 사용하지 않았으나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인류의 생태자원 소비는 자연의 재생 능력을 넘어섰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라는 국제 환경운동단체가 선포한 것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 지구는 이미 지난 8월 2일에 올해 1년 치 생태용량을 다 소진했고 현재는 내년 치 용량을 초과해서 사용하고 있다. 생태용량이 초과된 날 이후에는 "바다와 숲이 흡수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보다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며, 보다 많은 나무를 자르고, 보다 많이 수확하며, 지구가 생산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물을 사용"하게 되며, 이는 곧 미래 세대에게 생태적 빚을 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GFN(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의 홈페이지.
   GFN(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의 홈페이지.

올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8월 2일은 지난해가 7월 28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일 늦춰진 것이지만 여전히 1년에 주어진 지구 자원을 5개월이나 앞당겨 사용해 버린 것으로 해석된다. 생태자원의 소비가 가장 큰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로 세계인이 오스트레일리아인처럼 생활한다면 이를 감당하기 위해 5.4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한편, 국가 면적 대비 1인당 소비량이 가장 큰 곳은 대한민국으로 현재의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8.4배의 땅을 추가로 필요로 한다. 그다음 나라는 7.0배의 땅을 필요로 하는 일본이며, 중국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국가별로 다르다. 예컨대 캐나다 미국처럼 사용한다면 3월 13일이었으며, 한국의 경우 이미 4월 2일로 올해 생태용량을 다 소진한 것으로 나온다. 1년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기간에 계속 우리 국토의 생태용량을 미리 가불해서 까먹고 있다는 뜻이다. 가불해서 쓸 용량이 떨어지면 그때 이후에는, 지금 징후가 벌써 많이 나타나고 있듯이, 지구가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생존환경이 나빠지는 일만 남을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여름은 고온이 이어지다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태풍이 내륙을 관통하는가 하면 곳곳에 비가 몰려와서 피해가 커졌다. 우리나라가 엄청난 양의 식량을 먹어치우는 것은 익히 아는 바이며(얼마 전 데일리임팩트에 민경보 논설위원이 지적한 대로), 폐기물과 관련해서도 전 세계에서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5위 안에 들 정도로 지구 자원을 남용하고 있다. 이 땅은 당대에 우리만 사는 땅이 아니기에, 이러한 과도한 생태용량 초과현상을 늦추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늦출 방법은 없을까?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늦추기 위해 해외 소셜 미디어에서는 ‘무브 더 데이트(Move The Date)’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올해 후반기로 옮기기 위해 에너지, 식량, 인구 및 기타 기후 관련 분야에서 지구의 자원이 너무 빨리 소모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실천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반으로 줄이면 13일을 늦출 수 있고, 전 세계 육류 소비를 50% 줄이면 17일을, 전 세계 탄소 발자국을 50% 낮추면 93일을 늦추며 이 밖에도 3억 5000만 헥타르의 숲을 재조림하면 8일의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지구 생태위기가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구 전체가 다 같이 나서기가 쉽지 않은 만큼 나라마다 최선을 다해서 생태보전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늦추자는 '무브 더 데이트' 운동.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늦추자는 '무브 더 데이트' 운동.

​지구 생태용량 초과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 글로벌 생태발자국 네트워크의 공식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렇게 씌어 있다.

​“지구는 유한하지만 인간의 가능성은 유한하지 않다. 지속 가능한 탄소 중립 세계로의 전환은 예측, 혁신 및 서로에 대한 배려와 같은 인류의 가장 큰 강점을 적용한다면 성공할 것이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이동하기 위해 전체 소비를 줄이는 것은 인류의 팀워크에 달려 있으며 조직, 기업, 정부 및 개인은 변화를 일으키고 지구가 여전히 주위에 있고 인류가 다음 세대를 위해 번성하도록 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의 부작용을 겪으며 극심한 과소비를 걱정하는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폭풍과 같은 기후변화와 생태자원의 제약으로 가장 빨리 생태위기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나라에서 우리들은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해 꼭 필요한 만큼의 자원 사용, 자원의 절약과 효율화라는 대책을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미래에 우리 후대들도 번영을 유지하면서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같은 거대한 나라가 국가적인 환경정책을 선언하고 나온 것은 이제 전 세계가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늦었지만 꼭 필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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