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일 신구대 원예디자인과 교수

전정일 교수
전정일 교수

지난밤 늦게 커피를 마신 탓인지, 창문을 열어놓고 잔 탓인지 모르겠지만, 새벽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잠이 깼다. 육중한 기계음이 잠시 들리다가 이내 멀어지고, 또다시 좀 떨어진 곳에서 기계음이 들려오다가 점점 멀어져갔다.

사정상 지금 사는 도시 한복판 뒷골목에서 겪는 새벽 풍경이다. 그 소음은 다름 아닌, 환경미화원분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지저분한 폐기물을 사람들이 움직이기 전 새벽에 깨끗하게 치워주기 위해 내는 소리이다. 청소차를 움직이고 일일이 더러운 것들을 치워주시는 그분들 덕분에 날이 밝은 뒤에 골목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무나 깨끗하다.

이분들을 ‘환경미화원’이라고도 부르고, ‘청소 노동자’라고도 부른다. 이분들은 어두운 새벽길에 거미줄처럼 얽힌 도시의 좁은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그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그 소리에 잠이 깨서 살짝 짜증이 났지만 감사한 생각에 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흙이 무너져내려 땅속에 뿌리가 어떻게 뻗어있는지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전정일
흙이 무너져내려 땅속에 뿌리가 어떻게 뻗어있는지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전정일

식물에서도 우리 삶에서처럼 환경미화원분들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식물의 뿌리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뿌리는 어둡고 지저분할 것 같은 땅속 곳곳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누비며 흙 속에 있는 각종 물질을 찾아내어 식물에 공급한다. 환경미화원분들이 수집한 폐기물 일부가 자원으로 재생된다는 면에서 비슷하지 않은가.

문득, 인류가 만들어낸 지식을 종합해서 답을 준다는 인공지능(AI)은 어떤 답을 줄까 궁금해졌다. 컴퓨터를 켜고 난생처음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 GPT)에게 질문을 해본다. ‘식물 뿌리의 역할에 관해서 설명해주고, 사람 사회에서 뿌리의 역할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알려줘.’ 챗지피티는 금세 다음과 같이 답을 해준다.[데일리임팩트 관리자 ]

식물의 뿌리는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먼저, 뿌리는 토양으로부터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여 식물의 생장과 생존을 돕습니다. 또한 토양에 견고하게 고정되어 식물이 풍부한 빛과 공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합니다. 더불어 뿌리는 토양을 안정시켜 토사 유출을 방지하고, 땅을 더 잘 보호하여 토양 침식을 막는 역할도 합니다.

사람 사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뿌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조직이나 커뮤니티 내에서 안정성과 지속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들은 조직의 문화와 가치를 유지하고 전달하며, 구성원들이 함께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리더, 조직 문화의 수호자, 지식 전달자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그럴듯한 답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현대 기술의 발전이 무척 놀랍기만 하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의 답이 인류가 만들어낸 지식을 종합하고 재구성했다는 전제로 볼 때, 사람들의 생각이 아쉽다. 사람 사회에서 식물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이른 새벽, 부족한 잠에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고 어두움을 뚫고 나와 도시의 지저분한 뒷골목을 깨끗하게 해주는 환경미화원 같은 분들이 아닐까 한다.

이분들은 어둡고 더럽고 힘든 환경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한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마다치 않는 파출소 경찰관, 소방관, 광산 노동자, 돈벌이와는 관계가 먼 응급의료 의사 선생님 등도 그런 분들이다. 집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어렸을 적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가 그랬다. 우리 사회의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우리 모두의 삶을 지탱해주는 그분들이 진정 우리 사회의 뿌리, 즉 근간(根幹)이자 버팀목이다. <다음 글은 9월 14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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