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도시설계)
요즘 우리나라 도시에서 정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도 열리고 있고(10.31.까지 연장), 서울과 여러 시·군이 개최하는 정원 관련 박람회 등 기획과, 영국 세계정원박람회 한국 작가 수상 소식 등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도시가 거대화하면서 우리는 더욱 자연에 목말라하게 되는 것 같다. 도시가 작았을 때는 도시를 벗어나기만 하면 그럭저럭 들과 나무도 보이고 냇가도 보여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도시들이 야금야금 커지더니 이제 수도권은 인구가 2500만여 명이 되며(서울과 인천 외에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가 수원, 용인, 고양이 있으며 화성과 성남도 90만을 넘었다) 도시들이 연담화(連擔化)하여 시가화된 지역이 연속되면서 가까이에서 자연요소를 보기는 점점 어렵게 되었다. 급속한 우리나라 근대화과정에서 도시계획이 택지와 도로망을 만드는 데는 열심이나 공원 녹지나 하천 등 자연요소에는 인색한 태도를 취하여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제 선진국이 되었다는 우리나라, 도시의 계획이 지금까지의 관행과 방법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삶이나 경제나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기후변화에 따라 가속화되는 도시 열(熱)섬 현상이나 홍수 해결, 탄소 저감 등의 요구가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이제 도시녹화와 자연회복은 필수과목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까지 얻게 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안타깝게도 대도시는 이미 건물들이 꽉 들어차 있어 새로운 녹지와 자연을 만들기 쉽지 않다. 일부 빈 땅이 보여도 다 임자가 있고 결국 건물이 지어질 곳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극복하여 도시 속 자연과 녹지를 더 만드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양적으로 제일 많은 건물을 녹화해야 한다. 기존 건물들은 지붕이나 벽면, 그리고 발코니 등 입체적으로 녹화할 여지가 많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처음부터 녹화와 빗물 이용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많은 건물 광고판이 대부분 녹음으로 변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를 통해 건축이나 가로 경관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옥상정원은 도심 속 유용한 자연형 휴식처가 될 것이다. 싱가포르는 이런 공중정원을 통해 2030년까지 200ha(축구장 280개 정도)의 녹지를 마련한다고 한다.
도로는 도시 면적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엄청난 공공 자원이다. 기존 가로수에 더해 가로수 사이를 잇는 띠 녹지를 조성하고 넓은 도로는 일부 차로를 녹화하고 자전거 등에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네거리 가각에 과다하게 넓게 확보한 차로를 녹화하는 것도 네거리를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제 별 효능을 잃은 주거지 담장들도 헐어 내고 좁은 땅도 녹화를 하면 주거지 가로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도심이나 주거지 내 버려진 자투리땅을 작은 녹지쉼터로 만드는 것도 작지만 결국 이런 것들이 모여서 큰 면적이 되는 것이다.
도시 내에 여러 형태로 묻혀 있는 하천은 복원을 하면 콘크리트 사막 같은 시가지 내에 오아시스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물과 녹지가 만나면 놀라운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 많은 찬사를 받은 청계천 복원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기후변화 여건을 고려하여 더 발전된 치수(治水), 이수(利水)를 공학적, 경관적으로 이루는 방안을 강구하여 전국의 여러 도시들에도 적용한다면 매우 가성비 높은 사업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공원과 녹지, 그리고 하천 생태계 등을 녹지나 녹도 네트워크를 통하여 잘 연결하여 생태적 측면에서나 이용 편의적 측면에서 훨씬 큰 시너지효과를 내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체계를 따라서 새나 곤충, 꽃 등 생물들이 살게 되면서 우리 일상의 삶은 풍부해지게 된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최초 개최 시(2013년)에는 정원에만 초점을 두었으나 금년에는 그 범위를 도심권, 국가정원(2015년 1호로 지정), 순천만 습지 등 도시 전체로 확장하여 도시와 정원, 습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기획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도시가 정원이다’라는 박람회 캐치프레이즈가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