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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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공산주의자를 추앙하는 기념공원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광주시가 시비 48억 원을 들여 공산주의 음악가 정율성을 기리는 기념공원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에는 이미 10년 전부터 정율성로가 조성되고, 음악제를 여는 등 그를 추모하고 있다. 정율성로 입구에는 그의 동상도 있다.

그의 고향인 화순군은 2019년 12억 원을 들여 그의 생가를 복원했다. 이곳에 전시된 사진에는 ‘정율성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중국의 6.25참전 용어)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이라는 설명을 붙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화순군 능주초등학교 외벽에는 정율성의 대형 벽화가 있다.

정율성은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가를 작곡한 공산주의 음악가다. 그는 김원봉(항일 의열단장)이 난징(南京)에 설립한 조선혁명군사정치학교 출신으로 항일운동을 하다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다. 1956년 북한의 연안파 숙청 때 중국으로 귀화했다. 그는 베이징 바바오샨(八寶山)혁명공묘(革命公墓)에 묻힐 정도로 중국의 예우를 받는다. 그는 2009년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도 포함됐다. 중공군과 인민군은 6·25 때 그가 작곡한 군가를 부르며 국군 및 유엔군과 싸웠다. 그는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 인민군 위문공연도 다녔다. 북한은 1991년 음악가 정율성이라는 영화까지 만들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는 정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 광주의 눈에 그는 뛰어난 음악가이고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며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이유를 밝혔다. 그는 “그 아픔을 극복해야 광주건 대한민국이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서재필 등 호남 출신 독립유공자 2600여 명이 있는데 하필 공산당 나팔수 기념공원을 짓느냐”, “돈 되는 사업이면 국가 정체성이고 뭐고 없단 말이냐”며 공원 조성을 중단하라고 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나라다. 반면 북한은 이런 우리 체제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 북한은 한 시도 적화통일을 포기한 적이 없다. 북한 노동당 강령에도 이는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과거 나라가 없던 시절의 한때가 아니라 해방 후에도 여전히 공산주의자로 남아 적화통일을 위해 활동했던 사람을 예우하고 기릴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국가보훈부도 독립유공자 선정 시 해방 이후 행적까지 심사한다. 정율성과 같은 공산주의자의 예술성도 마찬가지다. 그의 예술성을 논하고 인정하는 것과 기념공원까지 만들고 예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만일 이 기준을 무시한다면 김일성 기념공원을 조성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한국도 그가 만주에서 항일 유격대 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초대 내각에 포함된 김책(부수상), 최용건(민족보위상), 김원봉(국가검열상) 최창익(재정상) 등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항일 활동을 했다. 따라서 정율성처럼 항일운동 하나만 본다면 그들도 독립유공자로 선정, 예우해야 한다. 그들에게도 훈장을 추서하고 북한에 있는 그 유족들에게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 등 각종 혜택을 줘야 한다. 해방 이후에도 우리의 정체성을 파괴하려던 자들에게까지 과거 공적만 따져 너그럽게 봐주어야만 하는가? 광주는 그래도 되는가?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 인명사전 문화예술 부문에는 이광수, 홍난파, 노천명, 최남선, 유치진, 최재서, 서정주, 김동인 등이 올라가 있다. 이 밖에 김성수, 장지연, 유진오, 장면 등도 친일인사로 분류돼 있다. 그들에게는 분명히 일부 친일 과오가 있다. 그러나 정율성에게 갖다 대는 관대한 잣대로 잰다면 이들을 친일 인사로 분류, 폄하하거나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최남선, 이광수, 홍난파, 서정주 등의 예술성이 정율성에 뒤지는가? 강 시장 말대로 분단의, 시대의 아픔을 극복하려면 자신부터 ‘내 편 지상주의’를 내려놔야 한다. 그러나 내 편이 아닌 자에 대한 관용을 그와 동조세력들이 보여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오늘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다. 이의 기초를 닦은 지도자는 박정희다. 이승만은 이런 자유민주주의 국가 탄생에 기여했다. 그러나 동상도 없고 독재자라는 폄하일색이다. 이승만기념관은 이제 겨우 건립 운동이 일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1999년 추진된 박정희 기념관도 좌파 단체의 반발 등 우여곡절 끝에 2011년 가까스로 준공됐다. 만일 강 시장이 광주에 이승만, 박정희 동상과 기념관을 세운다면 우파나 중도 진영은 강 시장과 광주를 다시 볼 것이다. 이는 진영대결과 시대의 아픔을 극복하고 진정 대한민국이 하나 되는 계기도 될 것이다-허튼 소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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