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까치산역 주변에 있는 한 피자집이 오픈했다. 평범한 피자 가게처럼 보이지만 입구에 붙어있는 ‘미리내’라는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스티커의 ‘미리내‘는 전국의 많은 가게들이 나눔을 실천하고자 시작된 운동으로, ‘미리 낸다’는 의미라고 한다. 고객이 미리 정한 메뉴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리 내고, 그 금액을 점주가 알림판에 적어놓으면 필요한 사람 누구나 보고 이용할 수 있다고.

미리내 운동은 유럽에서 먼저 시작된 ‘Suspended Coffee'의 한국판으로 볼 수 있다. ‘Suspended Coffee'는 영세민, 노숙자들을 위해 사람들이 미리 커피값을 지불하면 그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나눔운동. 올 4월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미리내 운동은 서울, 대구, 부산, 원주, 충주 등 전국적으로 퍼져 현재 미리내 가게가 60개에 이른다. 해외에도 퍼져나가 이미 스리랑카에 지점을 냈다. ’나눔의 새로운 문화를 매장 중심으로 넓혀가고 정착시키는‘ 것이 꿈이라는 김준호 운동본부장을 만났다.


Q. 미리내 운동을 도입한 배경은.
- 사람들이 기부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게 힘들다고 느꼈다. 점주는 노숙자나 불우 이웃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손님들이 불편해할까봐 부담을 느낀다. 사람들이 미리내 운동을 통해 남을 쉽게 도와주도록 유럽의 Suspended Coffee를 한국에 도입했다.


Q. 미리내 가게로 인정받는 과정과 선정 기준이 있는지.
- 보통 점주로부터 연락을 받고, 이야기해본 후 결정한다. 선정 기준은 따로 없다. 미리내 운동에 대한 점주의 생각과 확산 계획을 들어본 뒤, 직접 가게를 방문해 미리내 가게로 인정한다. 나눔을 전달할 수 있는 업종과 상품이면 된다. 현재 옷, 신발, 요구르트, 주유소, 악기 등 다양하다. 신뢰도와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역 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직영점만 가능하다. 프랜차이즈는 파일럿으로 운영하고 있다.

Q. 미리내 가게들의 특징을 꼽자면?
- 지역 내에서 유명하고, 장사가 잘 되던 가게들이다. 그래야 홍보도 많이 되고, 고객과 더 잘 소통하고 신뢰를 갖고 참여할 수 있다. 그만큼 가게 주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미리내 운동에 대해 고객이 질문하면 잘 대답해야하고, 기부금과 수혜자를 잘 관리해야하기 때문이다.

Q. 어떤 사람들이 쿠폰을 이용할 수 있나.
- 나눔의 대상은 우리 모두다. 우리가 조금씩 미리 내고 우리가 사용한다. 취약 계층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는 않지만 가게 운영 경험이 많은 사장님들은 얼굴 보면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 구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실 쿠폰혜택을 안 받으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데 많이 망설여하고 있다. 돈을 벌고 있는데 미리내 쿠폰을 이용할 수 있느냐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미리내 쿠폰을 이용해 그만큼 기부한다거나 더 많이 기부하면 된다. 미리내를 통해 사람들의 기부하는 습관을 더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Q. 쿠폰이나 기부금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
- 미리내 쿠폰의 쓰임새는 가게 주인의 운영 방침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한 점주는 배달을 갔는데 가난한 집이어서 음식을 하나밖에 못 시킨 것을 알고 하나를 더 배달해줬다. 중국식당 점주의 경우. 미리내 쿠폰 대신 헌혈증을 미리 내면 짬뽕과 짜장면을 주기도 한다. 쿠폰의 다양한 쓰임새는 미리내 가게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얼마전엔 미리내 쿠폰을 사용한 사람이 ‘감사하다’는 말을 쿠폰에 썼다. 그 쿠폰을 찍어 SNS에 올렸더니 많은 사람들이 미리내에 신뢰를 가졌다. 그만큼 주인의 노력과 소비자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미리내 가게는 투명한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점주가 진지하게 대하고, 더 잘 인식하고 있다.

미리내 사이트: http://pinterest.com/mirinaeso/
미리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irinae.soso

Q. 미리내 운동을 시작한지 약 5개월만에 전국에 60개가 넘는 미리내 가게가 생겼다. 어떻게 홍보했는지, 운영비는 따로 있나.
- 가게 주인 자체가 미리내 홍보대사다. 점주의 SNS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지역에 뿌리내린 가게가 대부분이기에 구전 효과로 더 많이 홍보되고 있다. KBS, MBC, SBS 등 방송에 이어 며칠 전 NHK World를 통해 세계 130여개국에 보도되기도 했다. 현재 운영비는 충당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는 물품 후원은 물론, 미리내 로고를 활용한 T셔츠, 머그컵 등 기념품을 팔아 운영비를 마련할 예정이다.


Q. 앞으로 사업 계획은.
- 아이들에게 미리내를 알리기 위해 미리내 영웅 전설이나 소설을 카카오스토리에 연재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환경보호 컨텐츠를 만들 것이다. 귀여운 동물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친숙하게 해 여러 교육적 효과를 얻으려한다. 코끼리 변으로 만든 종이를 보여줘 공정무역으로 주민들이 경제 활동을 하고 코끼리 보호기금을 조성해 코끼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풀어 전달할 생각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면 부모도 변하고, 좋은 생각이 자라 훨씬 더 나은 임팩트를 사회에 불어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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