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쓰레기'는 이제 잊어라!
폴드대신 플립에 화력집중
사전 판매량 70%는 플립
'Z세대 입소문'이 1등 공신
"아이폰 쏠림 깨뜨릴 한 수"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에서 관람객이 갤럭시Z 플립5로 셀피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갤럭시Z플립은 젊은 세대가 좋아할 수 있는 제품군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은 올해 Z플립 신작에 대해 이 같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애플에 빼앗겼던 젊은 이용자층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갤럭시=아재폰'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현재, 노 사장의 호언장담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Z플립5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10~20대 이용자층을 확대해, 미래 고객층을 다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플립 압도적 인기

2일 삼성전자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번 폴더블 신작은 전작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난 1일 자정부터 1시간 40분간 진행된 삼성닷컴 라이브 방송에서 갤럭시Z 시리즈는 전작의 1.9배 가량 판매됐다. 전작이 연간 1000만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점을 감안하면 이번 Z 시리즈는 '역대급'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매출 효자' 노트 시리즈의 공백을 완벽히 메울 수 있게 된다.

사전 판매 결과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2021년부터 폴더블폰 라이브방송을 진행, 이번에 세번째인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면서 "Z플립·폴드5의 디자인과 사용성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데다, 사전판매 혜택이 더해지면서 이 같은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Z 시리즈가 흥행 청신호를 켠 데에는 플립의 공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닷컴 라이브방송 결과, Z플립5와 Z폴드5 판매 비중은 각각 70%와 30%로 나타났다. 삼성닷컴 라이브방송은 갤럭시 스마트폰 인기 모델과 색상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통신사와 자급제 등 각 유통채널에서의 판매 패턴이 방송 결과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각 통신사 사전예약에서도 플립 인기가 압도적이다. KT는 Z플립5와 Z폴드5 비중이 70%, 30%로 집계됐다.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구체적 수치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전작 대비해서 반응이 좋다"며 "모델별 선호도가 플립이 7, 폴드가 3 정도"라고 말했다. 노태문 사장의 '플립' 승부수가 통한 모양새다. 

Z플립5는 가장 비싼 모델이 152만200원이다. Z폴드5의 가장 저렴한 모델(209만7700원)보다 50만원 이상 가격이 낮다. 수익성에서 Z폴드5가 더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노 사장은 5세대 폴더블폰을 준비하면서 플립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Z폴드5의 경우, 두께와 무게가 각각 2㎜, 10g 줄이고 플렉스 힌지를 적용해 화면 주름을 개선한 것 외에 외형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Z플립5는 외부 디스플레이를 2배 가까이 늘려 사용성을 강화했다. 외부 디스플레이가 커진 만큼 이를 활용한 기능들이 추가됐다. 스마트폰을 열지 않고도 카카오톡, 유튜브, 구글 파이낸스 등을 사용할 수 있고, 삼성페이 결제도 가능하다. 촬영자와 촬영 대상이 내외부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확인하면서 사진을 찍는 듀얼 프리뷰 또한 Z플립5에만 적용된 신기능이다. 

갤럭시Z플립5의 플렉스 윈도우를 실행한 모습./영상=삼성전자.
갤럭시Z플립5의 플렉스 윈도우를 실행한 모습./영상=삼성전자.

마케팅도 '플립 본능'

마케팅 역시 플립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Z 시리즈를 지칭할 때 이전에는 'Z폴드·플립'으로 표현했지만, 이젠 Z플립·폴드라고 칭한다. 지난달 26일 갤럭시 언팩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제품이 Z플립5였고, 셀럽을 내세운 홍보 또한 플립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은 미국 배우 시드니 스위니와 Z플립5을 셀피를 찍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외부에 노출되는 각종 홍보자료에서도 Z플립5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신제품 체험공간인 갤럭시 스튜디오 성수의 경우, Z플립5를 오브제처럼 활용한 공간을 구현했다. 광고와 판촉용 사진에서도 Z플립5의 존재감이 크다.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플립에 애정을 쏟은 건 아니다. 1세대 폴더블폰 출시 이후 소비자 반응은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워낙 실험적인 폼펙터이고, 가격을 상쇄할만큼 강점이 크지 않았던 탓이다. 폴드는 태블릿 수요를 일부 끌어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플립에 대한 평가는 혹평에 가까웠다는 게 마케팅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2세대 출시 이후에도 플립에 대한 평가는 '예쁜 쓰레기'였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플립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걸로 안다"며 "낯설음에 거부감이 적은 세대, 무엇보다 '예쁜 폰'에 대한 욕구가 큰 여성층을 공략한 게 역전의 기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미스터 폴더블'이라는 별칭을 가진 노 사장이 플립 승부수를 띄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케팅업계에서 '갤럭시 브랜딩이 점점 녹록치 않다'는 푸념이 나온다. 브랜드 충성도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스마트폰은 교체 주기가 짧은 소비재다. 하지만 중장년층 이상 사용자가 많다보니, 갤럭시 점유율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시장 점유율 20% 수준을 간신히 수성 중이다. 무엇보다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S 시리즈의 위세는 이전만 못하다. 또다른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애플과의 격차를 벌리려면 전략 스마트폰이 최소 5000~6000만대 정도는 책임져줘야 하는데, 그나마 판매량이 견조한 S 시리즈도 그 정도 수준까진 아니다"라면서 "갤럭시 브랜드도 재미없어졌다. 미래 고객을 잡지 못한다면 수년 내 갤럭시는 경쟁사들에 추월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갤럭시 스튜디오 '서울 성수'에서 관람객이 갤럭시Z플립5를 체험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아이폰 쏠림, 깨뜨릴까

잘파세대로 불리는 1020세대의 갤럭시 이탈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지난달 18~29세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65%는 아이폰을 쓰고 있었다. 지난해보다 무려 13% 늘었다. 이에 반해 갤럭시 사용자는 44%에서 32%로 감소했다. 1년 사이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갈아탄 사용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미래고객의 아이폰 선호도가 더욱 뚜렷해진 셈이다. 

아이폰 쏠림 현상은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다. 아이폰은 제품을 넘어 또래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2년 이후 애플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선 건 Z세대 때문"이라며 "미국의 젊은 세대는 아이폰을 이용하지 않으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진단했다. 

플립은 아이폰 쏠림 현상을 깨뜨릴 한 수다. Z플립4가 지난해 1000만대 가까이 판매된 것도 Z세대 맞춤 기능을 강화하고, 이들을 겨냥한 한정판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영향이 컸다. 

게다가 플립은 폴더블 대중화의 핵심 키이기도 하다. 폴더블폰 시장은 아직까지 니치 마켓에 가깝다. 구글,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경쟁사들이 폴더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전체 스마트폰 내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시장 내 폴더블폰 비중은 1%에 불과했다. 폴더블폰이 특정 연령대가 선호하는 제품에서 보편적 제품으로 자리하려면 견고한 '핵심 타깃층'이 확대돼 시장 성장세를 이끌어줘야 한다. 

노 사장도 플립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Z플립의 경우 젊은 세대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제품이라"며 "신제품과 여러 노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전 지역에서, 전 연령층에 걸쳐 사랑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갤럭시는 사실상 기로에 놓여있다. 플립은 잘파세대를 공략할 유일한 무기"라며 "플립이 잘파세대에 얼마나 파고드느냐에 폴더블은 물론, 갤럭시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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