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리 홍지애 기자

“우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캄보디아 직업훈련센터 ‘Banteay Prieb’(반티에이쁘리업 직업훈련센터, 일명 Center of Dove, 이하 반티) 조우프로 우조(Geoffroy Auzou) 대표는 이와 같이 답했다.

1975년 캄보디아에서는 ‘크메르루즈’라는 급진 좌파의 군사쿠데타를 거치며 인구의 4분의 1 가량인 200만 명이 희생된 역사의 비극 ‘킬링필드’가 벌어졌다. 이런 참상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노력해왔고, 현재까지 약 3000개의 단체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반티’는 지뢰 사고, 전쟁, 소아마비, 교통사고 등으로 ‘신체적 장애’를 가진데다, 그에 따른 노동력 일부 상실로 ‘경제적 곤궁’에 처한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센터다.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딛고 일어나 그들 스스로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활동 중인 반티의 조우프로 우조 대표를 만났다.

Q.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일을 하게 되었는지, 얼마 동안 일을 했는지 사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 반티에이쁘리업은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선교단체였던 Jesuit Service Cambodia(이하JSC)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정세가 안정되면서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각국에서, 혹은 로컬에서 수많은 NGO가 유입되거나 창설됐다. 그 중 본래 군사기지였던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지역에 정부가 부지를 지원하는 등 요청에 의해 JSC에서 Center of Dove(평화센터)를 1991년 설립하게 되었고, 이것이 발전해 현재 직업학교이자, 사회적기업인 반티에이쁘리업으로 발전했다.

이곳은 이들의 거처이자 학교, 직장이며 함께하는 공동체이자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디딤돌이다. 단순히 숙식을 제공하고, 기술을 가르치는 것 뿐 아니라 매일 운동장에서 함께 운동하고, 함께 밥을 지어먹으며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다.

Q. 만드는 상품을 소개해달라.


- 반티에이프리업의 경우 직업학교, 작업장, 주 판매처인 카페 이렇게 세 가지 구조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업학교에서 일정 교육을 거친 뒤 작업장에서 직접 상품을 생산, 이를 시내 부근에 위치한 카페에 진열해 판매하는 형식이다. 직물로 만든 수공예품 뿐 아니라, 휠체어 제작, 목공, 용접, 휴대폰 및 기계 수리, 등 총 일곱 가지의 분야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메콩 휠체어의 경우 시골의 거친 흙길과 우기에 젖은 땅에도 쉽게 굴러갈 수 있도록 했고, 비가 많은 날씨를 감안해 녹이 슬지 않는 나무 소재로 제작하는 등 캄보디아 실정을 고려한 맞춤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실제로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그들이 겪는 불편을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휠체어에 세심한 배려들이 엿보인다. 휠체어 1대당 한화로 11만~12만 원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캄보디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국제 비정부기구(NGO)들이 이를 구매해 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게 된다. 1년에 약 1000개 정도의 휠체어가 생산 및 보급되고 있다. 수공예품 중에서도 반티의 특징을 반영한 한 쪽 다리를 잃은 예수 조각상으로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반티만의 제품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Q. 캄보디아에서 판매되는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낮은데, 지속가능한 사업으로서 재정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사실 현재로서는 정부의 지원과 기타 후원단체의 도움이 없다면 반티에이프리업은 자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도움 또한 반티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해 주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제품의 퀄리티와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고 마케팅과 홍보 분야를 강화해 1~2년후에는 자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 전까지는 반티에이쁘리업에 봉사하는 분들, 직업학교 학생들, 전문가들외에 더 많은 분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겠다.

Q. 캄보디아에서는 사회적 기업(혹은 협동조합, 마을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지, 이들 사이의 정보 교환이 활성화돼어 있는지도 궁금하다.
-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가려는 비영리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티에이쁘리업도 마찬가지로 직업훈련센터에서 사업장, 아웃리치 프로그램 등으로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마련해주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체적 장애를 가지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편 정신적 장애를 지닌 분들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잼을 생산하는 'ACH(Action Cambodian Handicap)'라는 단체도 있다.

Q. 앞으로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상품의 경쟁력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모두들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확신한다. 현재도 반티에이쁘리업의 연장선상에서 기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거나,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공으로서 계속 인연을 이어가는 분들이 많다. 또 많은 졸업자들이 자신의 가게를 차리거나, 다른 곳에 취업하는 형식으로 사회에서 자립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아웃리치'라는 일종의 졸업생 관리제도를 시행, 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상품의 경쟁력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함이 아니라 더 많은 분들이 장애라는 어려움에서 벗어나 자립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익을 내고, 캄보디아 현지인에 의해 운영되며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으로자립할 수 있도록 말이다.

가장 큰 틀에서의 비전은 반티에이쁘리업 또는 모든 NGO, 사회적 기업이 필요없는 사회가 오는 것이다. 반티에이쁘리업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다. 캄보디아 정부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 모든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전쟁과 경제적 빈곤으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의미니까. 그 날이 오면 반티에이쁘리업은 다른 모습으로 또 다른 필요에 의해 변화하겠지.

Q. 국내외 예비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사회적 기업에 관련된 일을 하기에 앞서 명료한 목표(Clear Objective)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향해가는 바가 진정 우리의 목표인지, 우리가 가진 능력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인지를 숙고해야한다. 만약 아니라면, 다시금 그 본질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방향성을 잃고 만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해 이윤창출 구조를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현재로서는 사회적 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 ‘사회적’이라는 단어보다 ‘기업’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 성공한 사회적 기업이란 결국 ‘명확한 비전’을 기반으로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

##반티에이쁘리업(Banteay Prieb)
연락처 : 855) 11 814129, 855) 92 255613
주소 : Banteay Prieb, P.O. Box 880, Phnom Penh, Cambodia

참고 사이트
http://dalmoim.sopoong.net/77
http://magazine.hankyung.com/jobnjoy/apps/news?popup=0&nid=05&c1=5001&nkey=2012101200030045925&mode=sub_view
http://cafe.naver.com/banteaypri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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