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 논설위원, (주)터치포굿 대표

박미현 논설위원
박미현 논설위원

요즘 주류코너에 가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들이 있는데 논알코올 맥주다. 예전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건강상 이유나 임신 등-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체재 정도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하나의 기호식품으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진열장 하나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종류가 많아졌다.

마트 한곳에서 구매한 것이 15종이었고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들까지 합하니 20종이 넘는 알코올 프리 맥주가 판매 중이다. 유명한 국내외 회사들은 물론 수제맥주 브랜드에서도 무알코올 맥주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어 앞으로 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 여행 중 감기에 걸렸는데 분위기는 내고 싶어서 구매한 무알코올 맥주가 너무 맛이 없어 반쯤 마시고 버린 기억이 있다, 그래도 이렇게나 다양하게 나오는 걸 보면 내가 고른 게 하필 맛이 없었나 하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마셔봤더니 생각보다 그럴듯한 맥주도 있고, 맥주 맛은 아니지만 맛있는 탄산수도 발견했다.

잔업으로 일거리를 들고 집에 왔는데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도 못 마신다는 현실이 두 배로 스트레스일 때던가, 더울 때 마시는 맥주는 마실 땐 시원하지만 곧 술기운으로 더 더워지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순간을 0.0%알코올 맥주가 파고들어서 하나씩 마시다 보니 재미가 쏠쏠하다.

맥주가 맛도 향도 탄산 정도도 다양하듯, 무알코올 맥주도 정말 종류가 다양해 나름의 평가를 SNS에 적어 올리기 시작했다. 다 마셔본 후에 뭐가 맛있는지 추천해달라는 글이 많아 갑자기 책임감을 갖고 평점을 공개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지인들 사이에서 입맛 까다롭고, 술 좀 마시는 이미지의 내가 추천하는 평점이니 그 내역을 궁금해 마시라.

여기까지 글을 읽고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당신도(독자님도)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있으니 이제부터 주의 깊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발단은 무알코올 맥주를 마셨는데 알딸딸해진다든가, 심지어 다음 날 보통 맥주보다 더 숙취가 생기는 것들이 있어 알코올을 빼고 더 독한 걸 집어넣었나 하는 의심이었다. 그리고 자료를 찾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 윗글처럼 비알코올, 무알코올, 알코올프리, 0.0%알코올, 논알콜 등 다양한 표현이 섞여 사용되고 있지만 그 안에 숨은 비밀이 있다. 우리나라 법상 알코올이 1%가 넘어야 술로 구분되기 때문에 이 알코올프리 맥주들이 사실 무알코올 맥주가 아니라 저알코올 맥주가 있다는 것이다.

전면에 가장 큰 글씨로 0.0이라고 쓰여 있는 맥주는 사실 0.03~0.05%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지만, 감쪽같이 반내림을 해서 알코올이 없다는 이미지를 이용한다. 아주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0.0 사이에서 0.00이라고 적힌 걸 찾아내거나 제품 종류가 주류가 아닌 탄산음료인지 확인해야 하고, 심지어는 모든 주류에 쓰게 되어 있는 지나친 음주에 대한 경고가 적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물론 이 정도의 알코올은 김치가 발효하면서도 생기고, 주스에서도 나타나는 수치라는 항변도 있다. 그러나 정확히 사실을 알고 선택한 것과, 말장난에 속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온라인상의 비알코올 맥주에 대한 설명글에는 어김없이 무알코올 맥주지만 미성년자의 구입은 불가하며, 운전은 권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속이지 않았다”. “임산부나 환자들에게 무알코올 맥주가 대안이라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한 적이 없다”라는 말은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간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어서 그냥 두었다는, 모든 사고에 따라오는 핑계와 비슷하다.

저알코올 음료의 시장이 커지는 것은 주류법에 저촉되지 않아 세금이 적어 제품가격도 낮고, 온라인 판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구매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2000~4000원짜리 캔 맥주를 사자고 배송비를 내느니 12캔, 24캔씩 대량 구매하게 되는 것도 마케팅 포인트일 것이다.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린이들의 오인 가능성이 있는 마커나 구두약 모양으로 식품을 만드는 것을 금지했다. 소비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안전하게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무알코올 비알코올 맥주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있어왔지만 아직까지도 소수점 뒷자리를 제거한 무알코올 아닌 무알코올 맥주가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안전하고 쉽게 정확한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 편의점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구매했는데 냉장고에서 일일이 꺼내 뒷면의 작은 제품 구분까지를 살펴봐야 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고가 생기고 나서 뒷북쳐서 생기는 규제가 아닌,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규제를 위해 다시 한 번 식약처가 나서줄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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