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훈 논설위원, KBSI 분석과학마이스터

이석훈 논설위원
이석훈 논설위원

6월 월초에 비해 중순을 지나면서 대형마트의 소금 판매량이 5배나 폭증하고, 품귀 현상마저 일어나면서 평년에 비해 가격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급기야 정부가 비축 천일염 400톤을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시장 대비 20% 저렴한 가격과 계속되는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우려까지 더해져 판매 시작 15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동나는 소금 대란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니까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떤 말이 진짜인지도 잘 모르겠다.”라며 불안해한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처리수 약 130만톤을 태평양으로 방류하는 계획을 추진하며, 방류 터널 공사를 끝내고,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의 최종 보고서까지 받아 쥐고서 여름부터 시작하겠다는 강한 의지에 일본과 가장 가까운 한국에선 이제 더 이상 수산물을 못 먹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미 어패류 판매실적이 줄어 걱정하는 어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폐해를 익히 알고 있는 상황에, 필수로 섭취해야 하는 소금은 물론이고, 1인당 수산물 소비량(57.1kg, 2022년) 세계 8위의 수산물 애호가인 한국인이라지만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먹거리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나 근거 없는 선동에 휩쓸려 먹거리 선택권을 잃게 된다면 그만큼 떨어진 삶의 질을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불안정한 원소의 원자핵은 스스로 붕괴하면서 내부로부터 방사선(放射線 : 알파입자, 베타선 또는 감마선)을 방출하는데, 이 방사선의 세기를 방사능(放射能, radioactivity)이라 하고, 단위시간 당 붕괴 수를 나타내는 Bq(Becquere, 베크렐, 1Bq=붕괴 수/초)를 단위로 사용한다. 방사선을 방출하는 원자를 방사성 핵종(放射性 核種)이라 하고, 방사성 핵종을 포함하는 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가 정상 가동 중이거나 사고가 났을 때도 방출되는 방사성 핵종은 같지만, 사고가 나면 냉각수를 이용한 방사성 붕괴속도를 조절할 수 없기에 방사능이 커진다. 2011년 3월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원자로가 녹아내리면서 별다른 조치를 할 수가 없어 어떤 정화 처리 과정도 거치지 않은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바다로 방류되었다. 당시 방출된 세슘(Cs)은 137만 8000조~2경 2000조Bq로 추정된다.

방사능 피폭에 의한 위험성은 방사성 핵종과 방사선의 종류 및 양에 따라 다르다. 또한 방사원(放射源)으로부터의 거리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신체 외부로부터의 피폭인지 또는 내부 피폭인지 그 핵종의 체내 분포에 따라 달라진다. 방사선에 의한 생물학적 손상 정도, 즉 방사선에 노출되었을 때 얼마나 큰 손상을 입을 것인가를 나타내는 양의 단위는 Sv(시버트)이다. 우주방사선과 지각의 방사성 물질로부터 받는 자연 방사선량은 연간 총 2.4mSv 정도이며, 여기에 더해 인공방사선에 대한 일반인의 허용선량(許容線量) 연간 1mSv를 포함해 약 3.4mSv를 한계치로 설정하지만, 방사선 작업자의 인공방사선 허용선량은 연간 20mSv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 보관된 오염수에는 핵연료로 사용했던 방사성 핵종인 플루토늄-239의 붕괴를 거쳐 Cs-137, 아이오딘(I)-131, 스트론튬(Sr)-90, 코발트(Co)-60, 탄소(C)-14, 삼중수소 등이 들어 있는데, 이를 그대로 방류하는 것이 아니라, 다핵종 처리설비인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이용하여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한 처리수를 방류한다. 물론 이러한 필터링 과정에도 불구하고 삼중수소는 일반 수소와 같이 물 분자를 구성하는 원소이기에 필터를 통과하여 처리수에 리터당 6만Bq의 삼중수소가 남아 있게 된다.

이 정도 양도 일반 산업체 배출 기준에 부합하지만, 40배로 희석하여 세계 음용수 기준(WTO 기준 1만Bq/L, 한국의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 규정된 염지하수의 경우 삼중수소 한계는 6.0Bq/L)보다 훨씬 낮은 리터당 1500Bq 농도로 낮춰 방류한다. 방류 후 2~3km 지점에서는 바닷물과 자연 희석되어 1Bq 이하 수준으로 거의 빗물 수준이 된다.

희석을 하더라도 총량은 같으니 생태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희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보인다. 희석하면 단위 부피당 방사성 핵종이 적어지므로 그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이 받는 피폭량 또는 방사성 핵종의 축적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독약을 수천~수만 배 희석하여 마시면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의 삼중수소 연간 총배출량은 22조Bq 수준이다. 큰 숫자처럼 보이지만 태평양 물의 양은 6억7000만㎦(1㎦=1조 리터)이고, 향후 전 세계 바닷물(13억7000만㎦) 전체로 확산돼 희석되는 것을 고려하면 아주 미미한 숫자로 볼 수 있다.

삼중수소의 반감기(半減期: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는 12.3년이지만, 인체에 들어온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반감기(인체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의 양이 배설 작용 등에 의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는 10일에 불과해 Sr-90(35년), I-131(138일), Cs-137(109일)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방사성 물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체내에 어느 정도 축적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체내에 들어간 방사성 물질은 자연 붕괴 또는 신진대사로 배설되기에 체내에 축적되는 정도는 한계가 있다. 특히 삼중수소는 방사성 붕괴를 하는 동안 베타선을 방출하는데, 삼중수소의 베타선은 에너지가 낮아 그만큼 방사선 세기가 약하다. 따라서 삼중수소의 베타선 영향으로 피폭을 받으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을 섭취해야 한다.

ALPS의 성능도 중요한 문제이다. 과거 ALPS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고장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2019년 이후 배출 기준을 초과하는 핵종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방류 전 최종 처리수를 감시·제어하는 중앙감시제어실과 희석용 해수의 방사능을 모니터링하는 장치에도 문제가 없음이 확인되어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방류된 처리수는 북태평양해류를 따라 북미에 먼저 도달한 후 캘리포니아해류, 북적도해류 및 구로시오해류를 통해 4~5년 뒤 우리 해안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방류되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중 삼중수소는 4~5년 후부터 우리 바다로 유입돼 10년 후 우리 바다의 평상시 삼중수소 농도의 약 10만분의 1 수준인 0.000001Bq/L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예측되었다.

무거운 방사성 핵종(Cs-137 등)이 방류 후 해저면에 가라앉은 상태에서 7개월 내로 우리 해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근거는 2012년 독일 헬름홀츠연구소가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 동쪽 해역에 유출된 세슘이 약 7개월 후 제주 인근 해역에 도달했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에 기인한다. 다만 사고 당시 유출된 세슘 농도가 1이라면 제주 인근에 도달하는 농도는 1조분의 1 정도라고 봤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2006년부터 표층해수 40지점(Cs-137: 0.828~2.26 mBq/Kg, 삼중수소 0.0577~0.451 Bq/L), 수심별 해수 15지점, 해양퇴적물 21지점 및 해양생물(어류, 패류, 해조류)에 대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서 공유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에도 우리 해역에 유의미한 이상치가 나타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는데, 배출기준 이하로 낮춘 처리수를 방출한다고 할 때 지금과 같은 우려는 무의미하다. 이번 방류를 앞둔 처리수 농도는 과거 고농도 오염수에 비해 0.0003~0.0005배 정도로 추산되고, 더구나 30년에 걸쳐 서서히 방류되어 그 영향은 무시될 수준이다.

취수구 앞에서 채집된 우럭에서 일본 식품위생법 기준치(100 Bq/kg)의 180배나 되는 1만8000Bq의 세슘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숫자만 보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발전소로부터 항만안, 2km권 내, 20km권 내·외를 구분 채취한 물고기, 해조류 등의 세슘 농도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해당 우럭은 삼각형 형태의 방파제로 둘러싸인 항만 내에서 채집된 물고이다. 방파제 안쪽은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이 다량 유출된 곳이고, 우럭은 반경 1km 내에 서식하는 정착성 어류로 방사능에 피폭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서식했던 셈이다. 회유성 어종인 참치나 고등어에서 이 정도의 세슘이 나왔다면 매우 심각한 일이겠지만, 항만 내에서 잡힌 우럭에서의 세슘 검출은 조사 보고용 이외에 의미가 없다.

천일염은 말 그대로 바닷물을 퍼올려 수분을 증발시켜 만들기 때문에 물의 조성인 삼중수소가 원천적으로 포함될 여지가 없다. 다만 Cs-137, K-40 또는 Sr-90은 Na(나트륨) 대신 치환해 들어갈 수 있지만, 후쿠시마 사고 당시에 방류된 고농도 오염수로 인해 한국 해역에서 잡힌 수산물이나 천일염에서 유의미한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보고는 없다. 원액 그대로의 고농도 오염수가 방류됐을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를 배출기준 이하로 제거한 처리수를 방류함에 있어 국내 천일염이 오염될 거라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지난달 15일 해양수산부 차관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천일염 방사능 검사를 286회 실시했지만, 유의미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근거 없는 억지 주장으로 인해 방사능 자체보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더 위협이 되어, 그 공포로 인해 수산업계가 불필요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방사성 물질은 우리 주위에 가깝게 있다. 방사능은 우리가 쉽게 접하고 있는 커피나 바나나, 전복뿐 아니라 모든 음식물에 함유돼 있다. 심지어 우리 몸에서도 방사성 물질은 1초에 몇천 개씩 나오고 있다. 민심을 불안하게 하고 삶을 고되게 하는 무의미한 논쟁을 멈추고, 최근 들어 급상승하고 있는 일본산 활어(참돔, 방어, 능성어 등)의 무역수지 적자(2018년부터~) 폭을 줄이는 대안 찾기가 더 민생을 위하는 정책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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