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일 신구대 원예디자인과 교수

전정일 교수
전정일 교수

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몬스테라라는 식물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름은 모르더라도 구멍이 숭숭 뚫렸거나 갈기갈기 찢어진 모양의 잎이 넓고 짙은 녹색 덩굴성 식물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카페를 비롯하여 실내에 식물 화분이 한두 개라도 놓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잎 모양이 특이할 뿐만 아니라, 이름 자체도 특이하다. ‘몬스테라’라는 이름은 학명인 ‘Monstera deliciosa Liebm.’의 첫 번째 부분을 읽은 것으로, ‘괴물’ 또는 ‘비정상’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즉, 구멍이 뚫린 특이한 잎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름의 두 번째 부분인 ‘deliciosa’는 영어로 보면 ‘delicious’ 즉, 맛있다는 것이니 이 식물의 열매를 먹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료에 의하면, 바나나 또는 잭프루트와 파인애플의 중간 맛으로 맛이 좋다고 한다. 영어로는 ‘스위스 치즈 식물(Swiss cheese plant)’이라고 불리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스위스 치즈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어떤 이름이든 특이한 잎 모양을 지칭하는 공통점이 있다. 몬스테라의 품종인 ‘몬스테라 알보(Monstera deliciosa 'Albo-Variegata')’는 잎 한두 개가 달린 조그만 식물 하나가 한동안 일이 백만 원에 거래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렇게 인기가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잎이 왜 이렇게 구멍이 뚫렸거나 갈라졌는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몬스테라는 열대지방 숲에서 큰 나무를 타고 오르며 사는 덩굴성 식물이다. 큰 나무가 빽빽한 열대 숲의 아래쪽은 햇빛이 부족해서 낮에도 어두컴컴한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 식물이 큰 나무와 경쟁하면서 살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서 몬스테라의 ‘지혜’를 살펴볼 수 있다. 몬스테라 덩굴에서 처음에 만들어지는 아래쪽의 잎은 구멍이나 갈라짐이 거의 없다. 그런데, 덩굴이 나무를 타고 오르며 나중에 만들어지는 위쪽 잎일수록 구멍과 갈라짐이 많아진다. 위에 있는 잎들에 구멍이 생기거나 갈라지게 되면 그 틈으로 아래쪽 잎들에까지 빛이 도달할 수 있다. 그러니까 위의 잎들이 아래쪽 잎에 빛을 나눠주기 위해서 구멍이 나거나 갈라지는 것이다. 위쪽 잎들이 희생하는 것이지만, 더 많은 잎이 광합성을 할 수 있으니 식물체 전체로 보면 생장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것이다.  

양보와 배려의 지혜를 보여주는 식물 몬스테라.
양보와 배려의 지혜를 보여주는 식물 몬스테라.

몬스테라는 이렇게 양보와 배려를 통해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전체가 더 잘살게 되는 지혜를 보여주는 멋진 식물이다. 각자의 양보와 배려가 전체를 살리는 것이다. 우리는 몬스테라 잎에서 보듯이 양보와 배려가 전체를 더 좋게 만드는 사례를 생활 속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정착한 운전 문화의 하나로, 두 길이 하나로 합쳐지는 구간에서 양쪽 길에 한 대씩 교대로 길에 들어서면 훨씬 더 수월하게 차량이 진행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또는 복잡한 시간대에 지하철을 탈 때 어깨에 멘 가방을 앞으로 안아 메면 옆 사람과의 부대낌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것도 경험하게 된다. 양보와 배려를 통해 모두가 더 잘살게 되는 예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이 매우 높아져서 이제 일반 시민들 사이에는 양보와 배려가 일상화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유독 그 문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정치와 경제 분야인 것 같다. 점점 더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 사이에 양보와 배려는 없어지고 오직 권력 쟁취를 위한 투쟁과 대립만 커지는 것 같다. 또,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적·사회적 강자들의 약자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없어진 것 같아 한탄스럽다. 그들이 몬스테라로부터 양보와 배려에 대해 배울 수 있길 기대해본다. <다음 글은 7월 20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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