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 박희태 원유진 기자] 청춘, 설렘, 낭만.

여행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연상된 단어들 가운데 공정여행은 없다. 공정여행이란 국가 간 동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공정무역’ 개념을 여행에 차용한 것. 흔히 ‘착한 여행’이라 불린다. 즐기기만 하는 여행에서 벗어나 여행이 초래한 환경오염, 문명 파괴, 낭비 등을 반성하고 현지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주자는 취지에서 공정여행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탄생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해외여행 트렌드 전망’ 보고서는 향후 관심있는 해외여행 테마로 ‘착한 여행/공정 여행’을 3위에 올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볼런투어(voluntour), 카우치서핑(couchsurfing) 등 새로운 개념도 공정여행 범주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볼런투어(voluntour)는 여행 상품과 봉사를 결합한 형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봉사보다는 관광에 초점을 둔 여행 상품으로 관광을 하면서 일정 시간 동안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형태다.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은 자신이 여행할 지역의 현지인 집에서 숙박하며 현지인에게 그 지역의 관광 가이드까지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문화다. 집을 제공해 주는 사람을 호스트(host), 호스트의 집에서 머무르는 사람을 서퍼(surfer)라 부른다. 호스트가 자신과 집에 관한 정보를 카우치서핑 홈페이지에 올리면, 서퍼가 그 집에 묵을 수 있는지 연락을 취한 후 호스트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친다.

코스리는 공정여행을 경험한 ‘bike traveler’ 안광우 씨를 만나 다양한 경험담을 들었다. 안 씨는 카우치서핑으로 중국 웨이하이에서 상하이를 거쳐 홍콩까지 약 3000km 거리를 64일간 자전거로만 여행했다.

카우치서핑을 떠난 계기에 대해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웨이하이를 출발해 홍콩까지 약 3분의 1쯤 왔을 때 여행 경비가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도시에 묵을 숙소를 카우치서핑으로 찾기 시작했다는 것. 게스트하우스에서 100여 통의 메일을 보냈고 그 중 한 집에서 묵을 수 있었다. 이후 여행을 마칠 때까지 약 11명의 호스트와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카우치서핑을 통해 그는 “여행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패키지여행을 가면 스케줄에 따라 정해진 관광지만 방문하고, 개인여행을 가더라도 인터넷 정보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것. 반면 카우치서핑을 하면 현지인들만 아는 숨은 명소들을 방문할 수 있다. 그는 “광둥에서 카우치서핑을 할 때 호스트 친구와 함께 중국 술집을 방문했어요. 중국의 특별한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택시도 탔습니다. 실제 중국 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거죠”라고 말했다. 또 안 씨는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인 집에 묵기에 그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주고 그들의 삶에 동화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카우치서핑에서 그치지 않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 한 자전거 여행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자신의 여행이 공정여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안 씨는 “관광산업이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관광산업에 따른 수익의 대부분은 대기업에 돌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지인들에게 수익 분배가 이루어지는 공정여행은 꼭 필요하죠”라며 공정여행의 의의를 강조했다.

“해외여행을 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카우치서핑을 추천하고싶다”는 그는 “여행을 자주 가면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 특히 현지인을 만나 교류한다는 게 이럴 때 큰 자극이 됩니다. 카우치서핑은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는 것과 달리 발품을 팔아야 할 때가 많아요. 어느 정도 자유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라고 말했다.

안광우 씨의 블로그(http://blog.naver.com/akwgood)에는 카우치서핑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한다. 연령층도 10대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번 여행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꿈을 찾을 수 있는 여행이었다”고 답했다.

“자전거로 이동하기에 중국이 얼마나 넓은 지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소 막연하게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중국 관광 통역 안내사라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이전까지 제 인생의 꿈과 목표가 여행이었거든요. 중국 자전거 여행을 통해 새로운 꿈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어요. 하루는 제게 숙소를 제공해주기로 한 호스트가 120km 떨어진 곳에 있었어요. 어떻게 해서든 시간 안에 그 도시에 도착해야만 했죠. 호스트를 만났을 때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정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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