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이 연구원, 이도은 객원연구원] "탈북자들에게 필요한 건 기회다. 우리는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세상을 구하자는 것도, 탈북자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것도 아니다.이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탈북자들과 영어 강사를 맺어주고, 그들이 원하는 만큼 강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실행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케이시 라티그 주니어(Casey Lartigue, Jr)는 시민참여형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자유주의 연구소 프리덤 팩토리(Freedom Factory)에서 국제협력실장으로 일하고있다. 그는 요즘 대단히 바쁘다. 탈북 청소년과 학생들에게 1:1 맞춤영어교육인 TNKR(Teach North Korean Refugees) 프로젝트와 탈북자 박연미씨와 함께 ‘오늘의 북한(North Korea Today)’이란 주제로 온라인 TV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2년 9월 경기도 여주에 설립된 사단법인 물망초학교는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정규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안학교에 국제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Q.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에서 정책 분석가로 일하면서 교육의 기회를 늘 강조했다. 기회는 항상 중요한 요소다. 2010년 한국에 들어왔을 때 북한 탈북자들을 사교모임에서 만나면서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됐다. '영어를 가르쳐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계속 받았지만, ‘나는 영어 강사가 아니어서 가르칠 수 없다.대신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 사람과 연결해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2012년 10월부터 물망초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탈북자들과 연결해주고 있다.

Q. TNKR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달라.
- 시험, 취업, 여행, 친구 만들기 등 다양한 이유에서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박연미 씨 처럼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펼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다. 현재 119명의 탈북자와 155명 교사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Q. TNKR는 어떻게 운영되고있나.
- 우선 자원봉사자들과 탈북자들이 서로 만나게 한다. 교류를 통해 탈북자들이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다. 오리엔테이션, 이력서 파악 등 과정을 거쳐 학생들과 강사를 연결하는 여타 프로그램과 달리 우리는 탈북자들에게 선택권을 준다. 탈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분이 ‘스스로 의사결정(self-decision)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그들이 원하는 만큼 강사를 선택할 수 있다. 보통 2~3명의 강사를 선택하지만 열정이 넘쳤던 박연미 씨 처럼 17명까지 선택한 경우도 있다. 강사들에게는 매주 월요일 보고서를 받는다. ‘탈북자들에게 영어실력 증진 기회를 주는게 중요하다. 매 순간 진지하게 대하라’라고 늘 강조한다.

Q.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 중 가장 인상깊은 탈북자는.
- 박연미 씨다. 2012년 12월 그녀를 만났다. 당시 그녀는 영어를 거의 못했지만 우리 프로그램에서 17명의 영어 강사를 선택해 영어공부에 하루종일 매진했다. 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말하는 것을 선호했다. 1년 후 그녀의 영어실력은 뛰어나게 발전했고, 3개월전부터 TV 팟캐스트에 함께 출현해 북한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하는 영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Q. 오늘의 북한(Today’s North Korea) 방송을 하면서 갖게된 목표가 있나.
- 각자 목표가 다르다. 그녀는 독재자나 북한 무기뿐 아니라 북한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북한을 위해 우리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떠올리도록 한다. 방송할 때마다 항상 사람들이 실제로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생각한다. 1회는 여행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북한 여행에 돈을 소비하는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북한 관련 단체에 전달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Q. 북한 인권을 지지하는 실질적 행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첫째, ‘우리가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물어라. 사람들이 ‘내가 탈북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를 물을 때 나는 ‘당신은 누구인가’를 되묻는다. 봉사자들에게 ‘당신의 두뇌를 활용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라’고 늘 강조한다. 그리고 북한과 관련된 농담과 유머에 빠져들지 마라. 북한에서는 아주 진지하고 심각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에서 일어나는 상황 자체를 바라봐라. 북한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10명의 탈북자들과 인터뷰 했을 때, 그들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북한의 상황 그 자체를 바라보고 내가 추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라. 내가 물망초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신의 능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그 기회를 많은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도록 도와라. 그래서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면, 돕고자 하는 사람들과 조직에 대해 알아라. 당신의 두뇌를 활용하고 당신이 추가할 수 있는 가치를 알아내라. 나는 미래의 목표와 삶에 대해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 현 상황에 집중하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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