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은 객원연구원]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법제화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건 지속가능발전법, 사회적기업육성법 등이 제정된 2007년쯤이다. 2009년 산업발전법에 지속가능경영 조항을 추가했고, 2010년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새로 만들어졌다. 또 2011, 2012년 들어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중소기업기본법 등에도 CSR 관련 조항들이 새로 들어가며 추세를 형성했다. 현재 19대 국회에는 CSR 의무조항을 담은 두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우선 눈에 띄는 개정안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152조2항에 관한 것으로 2013년 7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이 발의했다. 주 내용은 사업보고서에 노사관계, 근무 환경, 사회공헌 활동 등을 기재하는 것. 같은 해 8월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도 인권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제안한 상태다.

투자자가 기업의 비재무적 정보를 고려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 상장기업들이 해외 투자자의 안목에 맞춰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당연하게 여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대개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객관적 기준없이 홍보책자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잠재우는데 일조할 게 분명하다.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발의돼있다.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요소를 바탕으로 기금을 운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2조2항에서 기금운용 목적을 수익증진에 한정하지않고 ‘국민연금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한 사회적 책임투자로 수익률과 공공성을 함께 챙기자’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2012년 11월 새누리당 김성주 의원이 발의했고 2013년 7월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이 사회, 환경, 지배구조(이하 ESG) 요소를 고려해 기금을 운용하지 않았을 경우 그 이유에 대해 공시할 것을 추가해 개정안을 제기했다.

ESG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만 투자 대상으로 삼는 사회적 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개념이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 규모가 작지만 연기금의 사회적 운용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있어 개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우리나라에서 CSR은 이제 선택의 문제를 넘어 그 구체적 실천을 고민하는 단계에 와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업의 비재무 정보 공시, 연기금의 사회적 운용을 법제화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통상 국회에 계류중인 법률안 가운데 폐기되는 비율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관건은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물론, 시민단체와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법안통과 가능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오로지 CSR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법률’ 같은 통합법을 보게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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